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몸에 꼭 맞는 가죽옷으로 갈아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진 씨네 별장, 3층 진승우 전용 실험실 안.
유해성은 검사 결과서를 보고 미친 듯이 기뻐하다가 이내 수심에 잠겼다.
그는 자신이 이 꼬마한테 시달려 미칠 것만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꼬마의 병이 어떻게 갑자기 낫게 된 거지? 도저히 모르겠다.
생각에 잠기는 바람에 꼬마가 이미 사라진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고시윤은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벌써 이 집의 기본적인 상황을 다 파악했다.
그리고 진태훈, 쓰레기 같은 이 인간이 십중팔구 병원에 누워있는 그 동생의 아버지 일 것이다.
게다가 이 인간은 오후에 본 그 나쁜 여자와 곧 결혼할 것이다.
아, 동생이 정말 불쌍하다, 곧 새엄마가 생기겠네!
테이블 앞의 간식들은 이미 그가 깨끗하게 먹어버렸다!
고시윤는 연신 하품을 해댔다. 오늘 여정도 힘들었고 또 하루 종일 엄마를 따돌리느라 정말 피곤하고 졸렸다.
잠을 좀 자야겠다. 그래야 힘을 내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고시윤는 유해성이 부주의한 틈을 타서 옆의 진승우 방으로 들어갔다.
침실 안은 어두컴컴했다. 불도 채 켜지 않았는데 누군가에게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 누구야! 누가 감히 도련님을 잡아? 아…”
“이놈아, 소리 지르지 마!”
“엄마?”
작은 스탠드 하나가 탁 켜지고, 고시윤은 마침내 자신을 들고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보았다. 바로 아름답고 근사한 엄마가 틀림없었다.
“헤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오늘도 예쁘시네요!”
고시윤은 맑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돌려 고수연을 바라보며 아양을 떨었다.
“이 자식아, 아부 좀 적당히 해, 내가 너 어떻게 혼내 주는지 두고 봐!”
고수연은 고시윤을 안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헬기는 멀지 않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의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이놈을 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고시윤은 엄마가 뭘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안 돌아간다!
고시윤은 고수연의 허벅지를 덥석 끌어안았다.
“엄마, 나 아직 못 돌아가요!”
“왜? 이제 반나절밖에 안 됐는데 너 벌써 진태훈한테 매수 당했어?”
고시윤은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으며 말했다.
“진태훈이 우리 아빠예요?”
아이고 두야… 이 녀석은 똑똑해도 너무 똑똑하다. 가끔은 이게 정말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 인간이 네 아빠라고 해도 소용없어, 너를 붙잡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그 재수 없는 의사 말로는 곧 나쁜 여자와 결혼할 거라던데, 그때 이렇게 많은 재산을 모두 그 여자랑 그 쓰레기 같은 이간의 새 아들한테 줘도 엄마는 괜찮으세요? 아니면 제가 여기 남아서 재산을 물려받고 다시 가는 건 어때요?”
“고시윤, 우리 집에 돈이 부족하니? 허튼소리 말고 얌전히 따라와, 안 그럼 너 외출금지 시킬 거야!”
고수연은 고시윤을 안아 올려 창문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고시윤은 엄마에게 끌려 나갈 것 같아 다급하게 커튼을 움켜쥐고 고집을 부렸다.
“엄마, 저 여기서 며칠만 더 놀게 해주세요, 제가 이 쓰레기 같은 인간을 혼 좀 내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게요. 그리고 다시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안돼! 손 떼!”
“안돼요!”
바로 그때 입구에서 유해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승우, 어디 있어? 어디 간 거야?”
고수연은 누군가 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순간 눈빛이 싸늘해졌다.
사람이 곧 들어올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모르게 고시윤을 데리고 나갈 자신이 없어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
떠나기 전에 그녀는 아들에게 유아 핸드폰을 쥐여주며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
“너 여기서 들키지 않게 조심해! 특히 고은정이라는 그 여자 조심해, 며칠 후에 내가 다시 데리러 올게!”
‘너 나중에 집에 가면 죽었어!’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씩씩한 자태는 곧장 창문을 날아 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유해성은 문을 밀고 들어와 창가에 앉아있는 고시윤을 보고 겁에 질려 재빨리 달려갔다.
“진승우, 너 여기 앉아서 뭐해, 빨리 내려와!”
“해성 아저씨, 괜찮아요. 은정 이모가 베란다에 서서 우산을 쓰고 뛰어내리면 날 수 있다고 해서 한번 해보려고 했어요!”
‘엄마가 그 여자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단 말이에요’
고시윤은 뻔뻔하게 거짓말하며 고은정에게 뒤집어 씌웠다.
“어? 고은정이 가르쳐 줬어?”
“네, 그래서 해보고 싶은데 조금 무서워요…”
“진승우, 우리 이거 하지 말자, 하나도 재미없어!”
유해성은 긴장한 나머지 유시윤을 꼭 껴안았다.
세상에 세상에, 아이한테 이런 걸 가르치다니, 말도 안 돼.
어린 녀석이 다시 위험한 실험을 할까 봐, 그는 아이가 잠들 때까지 멍하니 눈을 뜨고 있었다.
꼬마가 확실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유해성은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이 순간, 서재에 있는 진태훈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짜증이 나 셔츠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단추 두 개가 떨어지며 탄탄한 가슴이 드러났다. 그는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다. 매년 이날 밤만큼은 아무도 감히 그를 귀찮게 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갑자기 승우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조금 달랐다.
창밖은 찰흙같이 어두웠다.
유해성은 이런 날에 진태훈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망설이다 결국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갔다.
진태훈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눈을 내리깔고 담배를 피우는데 그 카리스마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의 싸늘한 눈빛이 유해성을 향했다.
“왜? 승우한테 무슨 문제가 있어?”
“어, 어?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눈살을 찌푸리는 진태훈의 어두운 눈빛이 진지해졌다.
“걱정 마, 승우 건강은 괜찮으니까. 검진 결과로 봤을 때 각종 수치 모두 정상이고 문제없어, 게다가 승우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됐어. 오후 내내 나를 끌고 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아마 몇 년 치 말을 다 한 것 같아!”
진태훈 몸에서 쌀쌀한 분위기가 느껴지자 유해성은 순식간에 이성을 찾고 본능적으로 그와 거리를 유지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