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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다 죽어

  • “네, 회장님.”
  • 배혁은 우물쭈물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 “시윤 도련님 쪽에는… 사람을 보내서 데려오게 할까요?”
  • “그럴 필요 없어!”
  • 고수연은 생각을 하다 자리에 일어나며 부탁했다.
  • “내가 직접 갈게, 이 아이 좀 돌봐줘, 금방 다녀올게!”
  • “마중 갈까요?”
  • “진태훈네 집 앞에 헬기 좀 보내줘!”
  • “네!”
  • 고수연은 병실을 나와 곧바로 병원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몸에 꼭 맞는 가죽옷으로 갈아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진 씨네 별장, 3층 진승우 전용 실험실 안.
  • 유해성은 검사 결과서를 보고 미친 듯이 기뻐하다가 이내 수심에 잠겼다.
  • 그는 자신이 이 꼬마한테 시달려 미칠 것만 같았다.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 꼬마의 병이 어떻게 갑자기 낫게 된 거지? 도저히 모르겠다.
  • 생각에 잠기는 바람에 꼬마가 이미 사라진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 고시윤은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벌써 이 집의 기본적인 상황을 다 파악했다.
  • 그리고 진태훈, 쓰레기 같은 이 인간이 십중팔구 병원에 누워있는 그 동생의 아버지 일 것이다.
  • 게다가 이 인간은 오후에 본 그 나쁜 여자와 곧 결혼할 것이다.
  • 아, 동생이 정말 불쌍하다, 곧 새엄마가 생기겠네!
  • 테이블 앞의 간식들은 이미 그가 깨끗하게 먹어버렸다!
  • 고시윤는 연신 하품을 해댔다. 오늘 여정도 힘들었고 또 하루 종일 엄마를 따돌리느라 정말 피곤하고 졸렸다.
  • 잠을 좀 자야겠다. 그래야 힘을 내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 고시윤는 유해성이 부주의한 틈을 타서 옆의 진승우 방으로 들어갔다.
  • 침실 안은 어두컴컴했다. 불도 채 켜지 않았는데 누군가에게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어? 누구야! 누가 감히 도련님을 잡아? 아…”
  • “이놈아, 소리 지르지 마!”
  • “엄마?”
  • 작은 스탠드 하나가 탁 켜지고, 고시윤은 마침내 자신을 들고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보았다. 바로 아름답고 근사한 엄마가 틀림없었다.
  • “헤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오늘도 예쁘시네요!”
  • 고시윤은 맑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돌려 고수연을 바라보며 아양을 떨었다.
  • “이 자식아, 아부 좀 적당히 해, 내가 너 어떻게 혼내 주는지 두고 봐!”
  • 고수연은 고시윤을 안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했다!
  • 헬기는 멀지 않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의 명령만 떨어지면 바로 이놈을 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 그러나 고시윤은 엄마가 뭘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 그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 아니 안 돌아간다!
  • 고시윤은 고수연의 허벅지를 덥석 끌어안았다.
  • “엄마, 나 아직 못 돌아가요!”
  • “왜? 이제 반나절밖에 안 됐는데 너 벌써 진태훈한테 매수 당했어?”
  • 고시윤은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으며 말했다.
  • “진태훈이 우리 아빠예요?”
  • 아이고 두야… 이 녀석은 똑똑해도 너무 똑똑하다. 가끔은 이게 정말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 “그 인간이 네 아빠라고 해도 소용없어, 너를 붙잡지 않을 테니까.”
  • “그런데 그 재수 없는 의사 말로는 곧 나쁜 여자와 결혼할 거라던데, 그때 이렇게 많은 재산을 모두 그 여자랑 그 쓰레기 같은 이간의 새 아들한테 줘도 엄마는 괜찮으세요? 아니면 제가 여기 남아서 재산을 물려받고 다시 가는 건 어때요?”
  • “고시윤, 우리 집에 돈이 부족하니? 허튼소리 말고 얌전히 따라와, 안 그럼 너 외출금지 시킬 거야!”
  • 고수연은 고시윤을 안아 올려 창문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 고시윤은 엄마에게 끌려 나갈 것 같아 다급하게 커튼을 움켜쥐고 고집을 부렸다.
  • “엄마, 저 여기서 며칠만 더 놀게 해주세요, 제가 이 쓰레기 같은 인간을 혼 좀 내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게요. 그리고 다시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 “안돼! 손 떼!”
  • “안돼요!”
  • 바로 그때 입구에서 유해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진승우, 어디 있어? 어디 간 거야?”
  • 고수연은 누군가 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 순간 눈빛이 싸늘해졌다.
  • 사람이 곧 들어올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모르게 고시윤을 데리고 나갈 자신이 없어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
  • 떠나기 전에 그녀는 아들에게 유아 핸드폰을 쥐여주며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
  • “너 여기서 들키지 않게 조심해! 특히 고은정이라는 그 여자 조심해, 며칠 후에 내가 다시 데리러 올게!”
  • ‘너 나중에 집에 가면 죽었어!’
  •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씩씩한 자태는 곧장 창문을 날아 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유해성은 문을 밀고 들어와 창가에 앉아있는 고시윤을 보고 겁에 질려 재빨리 달려갔다.
  • “진승우, 너 여기 앉아서 뭐해, 빨리 내려와!”
  • “해성 아저씨, 괜찮아요. 은정 이모가 베란다에 서서 우산을 쓰고 뛰어내리면 날 수 있다고 해서 한번 해보려고 했어요!”
  • ‘엄마가 그 여자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단 말이에요’
  • 고시윤은 뻔뻔하게 거짓말하며 고은정에게 뒤집어 씌웠다.
  • “어? 고은정이 가르쳐 줬어?”
  • “네, 그래서 해보고 싶은데 조금 무서워요…”
  • “진승우, 우리 이거 하지 말자, 하나도 재미없어!”
  • 유해성은 긴장한 나머지 유시윤을 꼭 껴안았다.
  • 세상에 세상에, 아이한테 이런 걸 가르치다니, 말도 안 돼.
  • 어린 녀석이 다시 위험한 실험을 할까 봐, 그는 아이가 잠들 때까지 멍하니 눈을 뜨고 있었다.
  • 꼬마가 확실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유해성은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 이 순간, 서재에 있는 진태훈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짜증이 나 셔츠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단추 두 개가 떨어지며 탄탄한 가슴이 드러났다. 그는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다. 매년 이날 밤만큼은 아무도 감히 그를 귀찮게 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갑자기 승우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조금 달랐다.
  • 창밖은 찰흙같이 어두웠다.
  • 유해성은 이런 날에 진태훈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망설이다 결국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갔다.
  • 진태훈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눈을 내리깔고 담배를 피우는데 그 카리스마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 그의 싸늘한 눈빛이 유해성을 향했다.
  • “왜? 승우한테 무슨 문제가 있어?”
  • “어, 어? 아니!”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눈살을 찌푸리는 진태훈의 어두운 눈빛이 진지해졌다.
  • “걱정 마, 승우 건강은 괜찮으니까. 검진 결과로 봤을 때 각종 수치 모두 정상이고 문제없어, 게다가 승우 확실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됐어. 오후 내내 나를 끌고 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아마 몇 년 치 말을 다 한 것 같아!”
  • 진태훈 몸에서 쌀쌀한 분위기가 느껴지자 유해성은 순식간에 이성을 찾고 본능적으로 그와 거리를 유지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 매년 이날만 되면 진태훈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근데 왜 긴장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