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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대체 이 남자의 진심은 무엇일까?

  • 고수연은 승우를 데리고 별장으로 들어갔다.
  • 비록 새로운 환경이긴 하지만 승우는 중상으로 인해 잠자는 시간이 더 많았기에 나름 잘 적응했다.
  • 고수연은 승우에게 24시간 교대로 간호할 수 있는 의료진을 붙여주고 나서야 안심하고 집을 나섰다.
  • 배혁의 차는 일찌감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고수연은 하이힐을 신고 걸어 나와 차에 탔다.
  • 고수연은 노트북을 꺼내 묘원 CCTV 데이터를 계속 분석하고 있었다.
  • 비록 CCTV 내용은 누군가에 의해 삭제되었지만 그녀는 어젯밤 CCTV의 설비에 안전장치가 추가된 것을 발견하였다.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이 분명했다.
  • 하지만 이것은 그녀에게 돌파구가 되었고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반드시 데이터를 모두 복구할 수 있었다.
  • 그동안 승우한테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던 그녀는 지금 한시가 급했다.
  • “회장님, 고은정이 보낸 100억이 입금되었습니다.”
  • 배혁은 운전 중에도 고수연에게 현재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 “잘 됐네. 요 며칠 고생 많았어. 그 100억은 직원들에게 나눠 줘.”
  • “네, 감사합니다. 제가 대신 감사드립니다.”
  • 배혁은 고수연의 말을 듣고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고수연은 늘 그랬듯이 자기 사람은 잘 챙겨 준다는 생각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회장님, 그리고 한 가지 더 수상한 게 있어요.”
  • “뭔데?”
  • “고은정과 진 대표가 곧 결혼할 사이가 맞는다면 고은정 씨 일은 곧 진 대표님의 일인데 진 씨 가문에서는 자기네랑 무관하다는 태도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요.”
  • “진태훈이 고은정한테 무관심하다고? 일이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 그럴 리가 없었다. 진태훈의 마음속에는 고은정뿐인데 결혼을 앞두고 그냥 지켜보기만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대체 이 남자의 진심은 무엇일까?
  • “고은정과 진태훈의 관계에 대해 조사해 봐.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하고.”
  • “네!”
  • 차는 곧 글로벌 자선단체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 고수연은 노트북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배혁은 주차하러 갔고 고수연은 혼자서 건물로 들어갔다.
  • 그녀는 오늘 럭셔리한 정장 차림에 살짝 웨이브를 넣은 머리를 어깨 위에 길게 드리웠다. 예쁘고 작은 얼굴은 기초 메이크업만 살짝 했을 뿐인데 아주 온화하고 당당해 보였다. 블랙 선글라스로 얼굴의 반을 가렸고 앵두 같은 입술을 드러냈는데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탔고 손에는 여전히 작동 중인 노트북을 들고 있었다. 영상 분석 데이터가 아직 15%가 남아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녀는 곧 완성될 것 같아 여기서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 그녀는 오늘 고은정을 만날 거라 예상은 했지만 회의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 고은정은 큐빅으로 포인트를 준 고급스러운 블랙 미니 드레스를 입었고 겸손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눈썹은 아주 부드럽게 그려져 마치 온순한 공주 같았다.
  • 이는 그녀가 남들 앞에서 한결같이 보여주는 스타일이었다.
  • 고현수는 손에 물건을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면서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당부했다.
  • “아가씨, 제가 알아봤는데 자선단체 회장님의 권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그분이 오케이만 해준다면 자선 파티에 참가하는 건 문제도 아니에요.”
  •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글로벌 자선 대사 훈장을 반드시 내 손에 들어오게 할 거야.”
  • “하지만 문제가 좀 생겼어요. 자선 단체에서 후보를 한 명 더 늘렸다고 들었어요. 그분도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듣자 하니 단체에서 이 후보를 매우 신뢰하는 눈치예요.”
  • “한 명이 더 추가됐다고? 예전부터 나한테 주기로 내정된 거 아니었어?”
  • “예전에는 그랬는데 실검 때문에 주최 측에서 대안으로…”
  • “지금 당장 가서 그분은 올 필요 없다고 전해 줘. 얼마가 됐던 내가 보상해 줄 테니 훈장만 주면 된다고 얘기해.”
  • 고은정은 화가 잔뜩 치밀어 이미지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발을 동동 굴렀다. 말을 마친 뒤 그제야 엘리베이터의 맨 구석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 “아가씨!”
  • 고현수는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면서 이미 눈치를 챘고 일부러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그런데 고은정이 소리를 치자 깜짝 놀랐다.
  • 이건 뇌물죄인데 만약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가면 큰일이었다.
  • 고현수가 눈치를 주자 고은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고 온몸이 섬뜩해났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그러자 고수연이 끼고 있는 선글라스 사이로 아주 낯익은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쳤고 소름이 쫙 돋았다.
  • 그날 묘원에서 만난 미스터리한 여자였다.
  • 오늘 다시 보니 두 눈이 고수연 그년이랑 너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찌릿했고 온몸이 섬뜩해났다.
  • “여기는 무슨 일로?”
  • 고은정은 목소리가 떨렸지만 애써 참으며 물었다.
  • 이 미스터리한 여자는 최근 국내에 나타나 어르신의 기일에도 나타났고 그 녀석도 구해줬다.
  • 이 시간에 여기에 있는 걸 보면 설마 주최 측에서 말한 후보인가?
  • 그녀의 라이벌?
  • 고수연은 엘리베이터에 기대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 “고은정 씨가 내정된 사람이었어?”
  • “그럼 그쪽이 주최 측에서 말한 후보? 충고하는데 눈치껏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 내 앞길을 가로막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 “그래 어디 한번 두고 봐.”
  • 고은정이 협박하자 고수연은 어이가 없었다.
  • 서울에서 국민의 여신으로 모시는 자선 공주가 이런 모습이라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 그녀는 고개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의 감시 카메라를 올려다보았다. 목적은 이미 달성했고 엘리베이터도 곧 도착할 것 같아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는 한발 먼저 나가려 했다.
  • “거기 서!”
  • 고은정은 자신만만한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뭔가 찔리는 게 있는지 그녀를 그대로 보내주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
  • 이어서 ‘툭’하는 소리와 함께 고수연이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부서졌다.
  • 고수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영상 분석 데이터가 5% 면 끝나는데 고은정 이 년 때문에 망쳤다.
  • “고은정 씨, 내 노트북을 망가뜨렸으니 배상해야지?”
  • “그깟 노트북쯤이야 문제없지. 그쪽이 후보에서 빠지기만 하면 열 배로 보상해 주지.”
  • “마침 새로 바꾸려 했는데 잘 됐네. 그렇다고 내가 빠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 고수연은 고은정의 손을 뿌리치고 일부러 그녀를 자극했다.
  • “너! 고현수, 이 년을 도망 못 가게 꽉 잡고 있어.”
  • 고은정은 조급해졌고 고수연의 가는 길을 막으려 했다.
  • 지시를 받은 고현수는 바로 손을 내밀어 고수연의 팔을 잡았다.
  • “저기요. 저희 아가씨 말이 아직 안 끝났잖아요.”
  • “이 손 놔!”
  • “죄송합니다.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 그러더니 고현수는 그녀를 잡아끌었다. 그때 고수연이 그의 허벅지를 걷어찼고 고현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 그러자 그녀는 고현수의 손을 짓밟았다.
  • 하이힐의 가늘고 높은 굽이 그의 손바닥을 제대로 찔렀다.
  • “아!”
  • 고현수는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