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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긴급 정보

  • “아! 지, 지금 가보겠습니다!”
  • 용준은 도망치듯 달아나갔다.
  • 진태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
  • ‘이 여자, 보통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CCTV 영상을 찾아보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 이때, 용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대표님, 찾았습니다. 포리스트 별장입니다!”
  • 진태훈은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서재를 나섰다.
  • “포리스트 별장으로 가자.”
  • 한 편, 아이 방.
  • 고시윤은 배부르게 먹고 난 뒤 낮잠을 잤는데 눈 떠보니 늦은 밤이었다.
  • 그는 짧은 다리로 재빠르게 방문을 열고 나갔지만 진태훈이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나서는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 ‘와. 이 나쁜 아저씨 카리스마 장난 아니네.’
  • 고시윤은 아무도 몰래 유아 휴대폰으로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 “엄마, 엄마! 긴급 정보예요! 아까 나쁜 아저씨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어요. 엄마한테 따지러 갔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요.”
  • 그는 문자를 보내고는 셀카를 찍어댔다. 자신의 잘생긴 얼굴에 만족했는지 바로 엄마한테 셀카를 보냈다.
  • ‘훗. 난 오늘도 여전히 잘생겼군.’
  • 엄마한테 상황 보고를 마친 고시윤은 유아 휴대폰의 뒤쪽에 위치한 빨간 버튼을 살짝 눌렀다.
  • “띠!”
  • 그는 만족한 듯 휴대폰을 돌려 홈 화면에 나타난 지도를 보았다.
  • 이 지도에서는 빨간 점이 반짝이며 이동하고 있었다.
  • 그렇다. 이 점은 진태훈의 실시간 위치다.
  • 고시윤은 진태훈과 함께 병원에 갔을 때, 몰래 그의 차에 올라가서 고수연이 만든 칩을 숨겨놓았던 것이다.
  • 겉보기에는 일반 칩 같아도 사실은 위치 추적기였다.
  • ‘난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너무 똑똑해서 탈이야. 그리고 나쁜 아저씨가 급하게 나가는 걸 보면 무조건 엄마를 찾으러 갔을 거야! 우리 엄마가 나쁜 아저씨한테 당하는 걸 두고만 볼 수는 없지.’
  • 고시윤은 책가방을 메고 잽싸게 집을 나섰다.
  • 포리스트 별장.
  • 고수연은 돌아온 후 곧바로 진승우가 있는 무균 병동으로 향했다.
  • 주원의 말에 의하면 진승우가 한 번 깬 적이 있는데 불안한 듯 계속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한다. 아마도 고수연을 찾는 모양이었지만 그녀가 자리를 비운 터라 어쩔 수 없었다.
  • 진승우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말을 걸어보았지만 그는 그저 눈을 감고 잠을 청할 뿐이었다.
  • 고수연은 그의 딱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만 같아서 가슴이 아파졌다. 그녀는 그의 침대맡에 앉아서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아주었다.
  • ‘네가 깨면 엄마가 꼭 말해줄 게. 엄마는 늘 네 곁에 있다고. 앞으로도 쭉 함께 할 거라고. 그러니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 전에 쓰던 노트북은 고은정이 박살 내버렸기에 배혁은 새 노트북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고수연은 새 노트북을 받고는 계속 진승우의 침대맡에 앉아있었다. 그러고는 클라우드에 접속해 전에 분석한 데이터를 새 노트북에 복제했다.
  • 노트북 스크린에는 프로그레스 바가 나타났는데 5%만 복제하면 완성이었다.
  • 스크린의 숫자가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고수연은 심장이 쫄깃해졌다.
  • 영상 분석이 3% 남았을 때, 고수연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고시윤이 보낸 문자였다.
  • ‘하, 진태훈이 또 뭘 발견했길래… 나도 궁금해지네.’
  • “띵!”
  • 영상 분석이 완료되었다.
  • 고수연은 잡생각을 뒤로하고 묘원의 영상을 재생했다.
  • 클릭하자마자 그녀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 “엄마, 엄마! 긴급 소식이에요! 진태훈 그 나쁜 아저씨가 포리스트 별장으로 갔어요. 10분 안에 도착할 것 같은데 어서 동생을 숨겨요!”
  • 이 문자를 본 고수연은 낯빛이 어두워졌다.
  • ‘진태훈이 어떻게 여기까지 알아낸 거지?’
  • 그녀는 바로 고시윤에게 답장했다.
  • “알겠어. 너도 조심하고. 혼자서 아무 곳이나 가면 안 돼.”
  • 고수연은 문자를 보낸 후 곧바로 진승우의 병동을 나섰다.
  • 병동 밖.
  • 고수연은 벽에 설치한 키보드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 “쿵!”
  • 소리와 함께 병동 밖은 설치된 벽에 의해 둘러싸였다.
  • 몇 초 사이에 병동은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 이 별장은 그녀가 직접 설계한 것인데 이 벽을 설치하기 위해서 예정된 시간보다 1년 더 공사를 진행했었다. 그런데 이 벽을 쓰게 될 날이 올 줄이야.
  • 고수연이 침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불청객이 더 먼저 도착했다.
  • 보디가드를 밖에 대기시킨 진태훈은 혼자 당당하게 걸어왔고 고수연은 계단 입구에 서서 걸어들어오는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 그는 검은색의 정장을 입었는데 제일 고급스러운 원단으로 주문 제작한 것임을 보아낼 수 있었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풍기며 다가오는 그의 얼굴은 샹들리에의 빛 아래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 “진태훈 씨? 이 늦은 시간에 말도 없이 어쩐 일이야? 설마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한걸음에 달려온 거야?”
  • 고수연은 그를 농락하듯 웃으며 계단에서 내려왔다.
  • 그녀는 옷을 미처 갈아입지 못했다. 진주처럼 오묘한 색깔의 캐미솔 원피스에 숄을 걸쳤는데 여린 몸매와 어깨가 드러나 더욱 섹시해 보였다. 연한 화장이 어울리는 얼굴과 자연스러운 컬이 들어간 머릿결까지… 어느 남자가 그녀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고수연은 뽀얀 다리를 드러낸 채 진태훈 앞으로 걸어왔다.
  • 진승우를 돌보느라 화장을 지울 시간이 없었던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탄로날 뻔했기 때문이다.
  • 진태훈은 그녀의 모습에 흠칫했다.
  • 예전에 그가 사랑하던 고수연도 집에서 잠옷 차림으로 있다가 그가 새벽에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급하게 계단을 내려오며 그에게 안겼었는데…
  • 하지만 그때의 진태훈은 그녀를 살갑게 대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를 무시하고는 혼자서 방으로 올라갔었다.
  • 그녀는 혼자 아래층에 남겨진 채로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 그는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차갑게 대했었다.
  • 사색에 잠긴 그의 시선은 지금 그의 앞에 서있는 여자한테 머물렀다.
  • 진태훈은 인상을 쓰더니 고수연의 목을 졸랐고 그녀의 하얀 목은 점점 빨갛게 변해가고 있었다.
  • “너 도대체 누구야!”
  • “이거 놔!”
  • 고수연은 그한테 목이 졸린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떼려고 안간힘을 썼다.
  • 하지만 그녀가 그의 손아귀 힘을 감당해낼 리가 없었다.
  • “솔직히 말해서 난 네가 누구든지 상관없어. 어차피 널 죽일 거니까!”
  • 고수연은 목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그녀의 얼굴도 점차 빨갛게 번져가기 시작했고 숨을 쉬지 못했다.
  • 순간, 갑자기 큰 비가 쏟아져내렸다.
  •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더니 마치 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 진태훈은 꿈에서 깨어난 듯싶더니 고수연이 쓰러지기 직전에 손을 뗐다.
  • 고수연은 뒤로 물러서더니 벽에 등이 닿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진정했다.
  • 호흡곤란으로 인해 빨갛게 된 얼굴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차가운 표정만은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 그녀는 씩 웃었다.
  • “진태훈 씨의 성격은 아무나 감당하지 못하겠네. 한밤중에 낯선 여자 집에 와서 목을 조르다니! 아, 정말 나한테 반하기라도 했나 봐?”
  • 진태훈은 분명 그녀의 낭패스러운 모습을 바랐는데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저도 몰래 침을 삼켰다.
  • ‘이 여자, 요물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