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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빨리 나를 잡아 사례금을 받아

  • 이 시각, 공항 로비에서 고시윤은 캡 모자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전신 무장하고는 엄마 쪽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조심조심했다.
  • 아아아!
  • 더 이상 나를 쫓아오지 마!
  • 서울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금까지, 녀석은 몸에 지닌 전자제품들을 모두 버렸고 수많은 사람들한테 추적도 당해봤다. 그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 ‘안돼, 그래도 엄마 쪽 사람들을 따돌려야 해, 그렇지 않으면 처자식을 버리고 간 그 나쁜 아저씨를 찾을 정력이 어디 있어?’
  • 순간, 녀석은 방송 소리에 주의를 돌렸다. 포도알같이 큰 눈은 갑자기 반짝 빛이 났다!
  • “이어서 보도 드릴 내용은 실종 신고입니다. 제보자는 서울 진 씨 가문이며 오늘은 진 씨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신지 5주년이 되는 기일인데 진 씨 가문의 황태자 진승우 님께서 서울공원 묘원에서 사라져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합니다. 혹 관련 소식을 알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진 씨 가문에서 20억의 사례금으로 감사의 인사를 표하겠다고 합니다!”
  • 아래는 한 장의 진 씨 가문의 황태자 사진이었다.
  • 그걸 본 고시윤은 깜짝 놀랐다. 진 씨 가문의 황태자가 왜 자신과 똑같이 생겼지?
  • ‘쟤, 설마 나랑 친형제인 건가? 아니면 아빠가 같을 수도 있고?’
  • 이런 생각이 들자 고시윤은 다급히 진 씨 가문에 관한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하지만 사진 한 장도 건지지 못했고 저 녀석의 친 아버지가 진태훈이란 것만 알게 되었다.
  • ‘진태훈, 혹시 저 사람이 바로 내가 찾고 있던 그 처자식을 버린 나쁜 아저씨인가?’
  • 만약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있나?
  • 진 씨네 가문에 잠입하면 자신과 진태훈의 관계를 조사할 수 있고 엄마의 추적도 피할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가 아니겠는가!
  • 고시윤은 사악한 큰 눈으로 사진 속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웃었다.
  • ‘동생, 미안하지만 네 얼굴을 좀 빌려야겠어!’
  • 고시윤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직접 자신의 마스크와 캡 모자를 벗어 던지고는 당당하게 서비스 데스크로 걸어가 카운터 누나한테 자신의 덧니를 귀엽게 드러내며 말했다.
  • “하이, 간호사 누나, 나 저 방송에서 말하는 진 씨 가문의 황태자랑 닮은 거 같지 않아?”
  • 하하하 내가 바로 진 씨 가문의 황태자야!
  • 빨리 나를 잡아서 사례금 받으러 가 하하하!
  • 진태훈이 파견한 사람들은 하루 종일 찾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그저 묘원 주차장 근처에서 정체불명의 핏자국을 발견했다고 한다.
  • 고은정은 두 다리를 오므리고 진태훈의 옆에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검정 원피스는 그의 아름다운 몸매를 감싸주었다.
  • 새하얀 속살 아래 보일락 말락 살짝 드러난 쇄골, 가는 눈썹 아래 예쁜 눈망울을 가진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자책과 걱정에 쌓여 말했다.
  •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태훈 씨, 내가 승우를 잘 보살피지 못했어!”
  • “안 그래도 몸이 허약한데 그러다 정말…”
  • 고은정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흐느끼며 말했다.
  • “혹시 승우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난…”
  • 진태훈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무겁고도 억압적인 분위기가 거대한 그를 감쌌다. 그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는 전례 없이 고은정에게 거칠게 말했다.
  • “울지 마!!”
  • 고은정은 놀라서 순간 소리를 삼켜버렸다. 뭐라고 해석하고 싶었지만 진태훈의 조수인 용준이 부리나케 들어왔다.
  • “대표님,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다. 묘원 주위의 CCTV가 모두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단서를 찾았습니다. 이건 묘원 근처에 있던 차량의 기사님께서 우연히 찍은 사진인데, 바로 이 여자가 묘원을 떠날 때 품속에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 분이 바로 오늘 어르신 묘비 앞에 백합꽃을 놓은 그 여자입니다.”
  • 진태훈은 즉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물어봤다.
  • “사실이야?”
  • 용준은 답했다.
  • “예, 사실입니다. 이 여자의 신분이 신비하긴 하나 우리는 병원에서 그녀의 차량을 발견했습니다. 작은 도련님께서 지금 많이 다쳐 서울대병원에 있는데 지금 위험한 상태에서는 벗어났다고 합니다.”
  • 진태훈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깊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 “가자!”
  • 고은정은 마음이 불안했다. 저지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 “진짜야? 승우는 어때? 태훈 씨, 나도 병원에 가보고 싶어!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 ‘왜 갑자기 이상한 여자가 나타났지? 그 녀석이 그렇게 높은 산에서 떨어졌으면 뼈도 못 추렸을 텐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가 있지?’
  • 고은정은 쫓아가고 싶었지만 진태훈이 너무도 빨리 떠나는 바람에 따라갈 수 없었다.
  • 병실의 컴퓨터 앞, 고수연은 고시윤을 추적하는데 실패했지만 진 씨 가문에서 게시한 사람을 찾는 광고를 발견하였다.
  • 하지만 갓 녀석을 만났을 때부터 얼굴은 온통 상처투성이라서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 아직 갈피를 못 잡았는데 병실에 한 무리의 불청객들이 쳐들어왔다!
  • 고수연은 진태훈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 순간, 병실에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 용준은 곧장 병상을 향해 갔다가 그 위 크게 다쳐 혼수상태에 빠진 녀석을 보자 살기로 충만되여 말했다.
  • “승우 도련님…”
  • 진 씨 가문의 황태자는 비록 자폐증이 있어 한 번도 말을 해본 적은 없지만 진 씨 가문의 보배임을 알아줘야 한다!
  • 그런데 이 여자가 감히 작은 도련님을 납치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렇게 심하게 다치게 하다니, 아마도 죽고 싶은가 보다!
  • 한 무리의 사람들은 그녀를 에워싸고 주동적으로 진태훈에게 길을 내주었다.
  • 진태훈은 검은색 코트를 입고 들어섰다. 그의 큰 체구는 마치 산과도 같아 위압감이 느껴졌고 잘생기고 진한 이목구비는 어둠에 가린 채 장군 같은 기세로 고수연을 압박해왔다. 그의 어둡고 깊은 눈동자는 끝이 보이지 않았고 마치 금방이라도 그녀를 삼켜버릴 것 같았다.
  • 그는 쌀쌀한 말투로 물었다.
  • “바로 당신이 내 아들을 다치게 한 거야?”
  • 고수연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성질을 참으며 이 불청객들을 스윽 살피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냉혹하게 답했다.
  • “아닌데!”
  • 또박또박 대답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 눈과 눈이 마주치자 불꽃이 뛰었다!
  • 고수연은 조금도 지지 않고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왕년의 나약하고 무능했던 고수연이 아니다. 자신을 알아보는 건 더더욱 두렵지 않다.
  • 지난 5년 동안 계속 화장술로 자신을 위장하여 진실된 모습으로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그러나 진태훈은 이 병상 위 혼수상태에 빠져 온몸에 상처뿐인 아이를 보면서 순간 얼굴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 “아니라고? 근데 왜 어르신의 기일에 묘원에 나타났지? 당신이 한 게 아닌데 왜 멀쩡하던 애가 병상에 누워있지?”
  • 진태훈의 눈에서 분노가 뿜어져 나왔고 목소리마저 잠겨있어 무서웠다.
  • “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하다니, 죽고 싶어?”
  • 묘원에서 스쳐 지난 걸 진태훈은 기억한다. 다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 여태껏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 여자가 작정하고 찾아온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 고수연은 그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받아쳤다.
  • “나 아니라고!”
  • 진태훈이 막 움직이려고 할 때, 문밖으로부터 기쁨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옷의 경호원이 아이를 안고 쳐들어왔다!
  • “대표님! 승우 도련님을 찾았습니다!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