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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인생역전

이혼하고 인생역전

Delphine

Last update: 2024-04-24

제1화 너는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야

  • “고수연, 이 살인마! 네가 죽었어야 했어!”
  • 검은 정장 차림에 싸늘한 표정을 지은 진태훈은 그녀를 가차 없이 밀어냈다.
  • 고수연은 실수로 배가 땅에 심하게 부딪혔고 강렬한 고통에 그녀는 온몸에 경기를 일으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 바닥에는 선명한 피가 눈에 띄게 새어 나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극심한 고통을 참으면서 새빨개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차갑게 비웃었다.
  • “태훈 씨, 내가 몇 번을 말해야 믿을래? 진 씨 가문을 배신하고 할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은 내가 아니야!”
  • “네가 아니라고? 우리 진 씨 가문이 너한테 못해준 게 뭔데? 진 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내어준 것만으로도 부족했던 거야? 너는 오히려 우리 가문의 기밀을 되팔고 위험에 빠뜨렸어. 그러다가 네 비밀을 알게 된 할아버지를 잔인하게 죽인 거잖아!”
  • 고수연은 고개를 저었다.
  • “아니, 내가 아니야. 고은정이야!”
  •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진태훈은 정색하고는 거만한 자세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 “고수연, 네가 감히 은정이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해? 은정이는 이미 너한테 당할 대로 당했는데, 너는 뭘 더 어쩌겠다는 거지?”
  • ‘이 여자는 계속해서 모함하며 반성하지 않다니… 내가 바보처럼 몇 번이고 봐준 것만 생각하면…’
  • 진태훈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는 험악한 기색이 역력했고, 그는 곧장 이혼 합의서를 그녀의 얼굴에 내동댕이쳤다.
  • “이혼 합의서에 사인해! 오늘부터 나는 네가 했던 모든 일과 행동에 대해 백 배, 천 배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 그 이혼 합의서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 고수연은 순간 지옥에 떨어진 듯 온몸이 싸늘해졌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
  • “아니… 난 이혼 안 할 거야… 우리 아이가 아직 안 태어났어…”
  • 그녀는 이혼할 수 없었고 그녀의 아이한테까지 죄를 짊어지게 할 수 없었다.
  • 진태훈은 단번에 그녀를 뿌리쳤다.
  • “내가 경고하는데, 아이로 나를 협박하지 마! 아이가 아니었다면 내가 너를 살려뒀을 것 같아?”
  • 그는 살면서 사람한테 협박당하는 것을 가장 증오했는데 하필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몇 번이고 다시 협박을 해왔다.
  • “여기, 경찰 불러!”
  • 진태훈은 험악한 기색이 들끓는 얼굴을 하고선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별장을 떠났다.
  • 고수연은 포기하지 않았고 그가 이렇게 매정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서 다시 쫓아가려고 했다.
  • 하지만 그는 이미 차에 올라탔고, 안에는 진 씨 가문의 안주인인 마냥 의기양양한 채 그녀를 바라보는 고은정이 앉아있었다.
  • 그녀의 쌍둥이 언니 고은정, 이 모든 일의 원흉!
  • 고수연은 그녀를 덮쳐서 산 채로 집어삼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하지만 이때,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 “고수연 씨, 사람을 고의로 살해하고 회사의 기밀을 되판 당신을 진태훈 씨가 신고했어요. 지금 증거가 확실하니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어요.”
  • 경찰은 그녀를 경찰차에 끌어올리려 하자 그녀는 비틀거리며 땅에 넘어졌다. 그녀는 증오로 가득 찬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진 것 같았고 진태훈과 고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고수연은 거세게 발버둥 쳤다. 그녀는 새빨개진 두 눈을 부릅뜨고 진태훈이 떠나는 쪽을 쳐다보며 울부짖었다.
  • “진태훈! 너는 늘 걔만 믿고 날 안 믿었어! 넌 언젠가 후회하게 될 거야! 만약 내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너희를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
  • 고수연은 새빨개진 두 눈동자로 고은정을 천 번 만 번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로 쳐다봤다.
  • “고은정! 네가 차라리 곱게 죽여달라고 빌게 할 거야! 내가 귀신이 되어서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 그녀가 끌려간 자리에는 핏물과 빗물이 섞여 자그마한 핏자국이 남았다. 그녀의 처량한 목소리는 마치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생명을 앗아가는 귀신과도 같았다.
  • 진태훈은 운전하면서 백미러로 그녀의 처참하고 절망적인 모습을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 귓가에 맴도는 그녀의 흐느끼는 목소리와 반복해서 울리는 절망적인 호소는 그의 마음을 내리치는 것만 같았다.
  • ‘분명 잘못한 건 그 사람인데, 왜 내가 마음이 약해지는 거지?’
  • 5년 후, 서울공원 묘원.
  • 적막하고 쓸쓸한 이곳에 찬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 고급스럽지만 단조로운 진 씨 가문의 공동묘지 앞에 검은 옷을 입은 고수연이 나타났다. 그녀는 가녀린 허리를 굽히더니 손에 있던 백합꽃을 묘비 앞에 두었다.
  • “할아버지, 죄송해요. 너무 오랜만에 뵈러 왔죠.”
  • 그녀는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선글라스를 벗더니 화장기 없이 깨끗한 피부와 앙증맞은 코와 선홍빛을 띠는 입술이 드러났다. 그녀는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간단하게 묶었다. 가령 심플하고 숙연한 차림새로 묘원에 있더라도, 우아하고 고급 진 분위기와 차갑지만 화사한 외모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 5년이 지났고, 그녀는 드디어 약속을 지키러 왔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천국에서 그녀를 지켜주고 계신 덕분에 5년 전에 정체 모를 마음씨 착한 그분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 당시 그녀는 진 씨 가문의 기밀을 팔아넘기고 할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써서 지위와 명예를 모두 잃었고 좋지 않은 소문만 돌았으며 온 서울 사람들이 경멸하는 죄인이 되었다.
  • 경찰에게 끌려간 그날 밤, 그녀는 3명의 아이를 낳았고 출혈이 매우 심했다. 큰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진태훈이 보낸 사람이 데려갔지만 천만다행히도 정체 모를 사람이 그녀를 도와 다른 두 아이의 존재를 숨겨주었다. 그녀는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기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까지 숨어 지낼 수 있었다.
  • 그녀는 묘비에 놓인 사진 속 할아버지의 자상한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고는 홀가분해 하며 웃었다.
  • “그 사람들이 곧 결혼할 거라고 들었어요!”
  • 순간, 그녀의 눈빛은 섬뜩한 빛을 내뿜는 날카로운 검과 같이 싸늘해졌다.
  •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진 씨 가문을 배신하고 할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인 고은정이 평생 진 씨 가문에 발을 들일 생각조차 못 하게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