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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좋은 사람 같지 않다

  • 한편.
  • 진씨 집 별장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 진태훈은 고시윤을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진승우의 홈닥터도 이미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불안해하는 고은정도 함께였다.
  • 고은정은 그 녀석이 진태훈의 품에 안겨 무사히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 그녀는 쥐도 새도 모르게 그 녀석을 죽일 기회를 가까스로 찾았는데 또 실패할 줄은 몰랐다!
  • 도대체 어디서 잘못됐지?
  • 진태훈은 아이를 유해성에게 직접 맡겼다.
  • “승우가 갑자기 말을 할 수 있게 됐어, 어떻게 된 건지 정밀검사 부탁해.”
  • 듣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 “진짜야?”
  • 유해성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물었다.
  • 진승우의 병은 5년 내내 그를 괴롭혔었다. 전 세계 의학계의 교수들도 이 병을 치료할 수 없었는데 실종되고 나서 입을 연 것이다.
  • 고시윤은 어이가 없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 “진짜예요!”
  • 그는 자신의 병이 나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이 바보들이 자기가 가짜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속일 자신이 있었다.
  • 유해성은 꼬마 도련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에 겨워 얼른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 그는 지금 당장 꼬마 도련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연구해야 했다!
  • 고시윤은 순순히 안겨서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갑자기 살의에 찬 차가운 시선이 그를 주시하는 것을 느꼈고 꼬마가 조심스럽게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뜻밖에도 어떤 예쁜 여자였다.
  • 첫 느낌으로 이 여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다!
  • 이 여자는 누구지?
  • 그 쓰레기 같은 아버지가 재혼한 마누라인가?
  • 걔네 새엄마?
  • 진 씨네 집 큰 거실은 온통 황금빛으로 되어있었다.
  • 진태훈은 검은 코트를 벗고 늘씬한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았다. 하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그에게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 옆에 있던 고은정은 마음이 극도로 불안했다!
  • 그녀는 이 꼬맹이가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이젠 말까지 한다!
  • 그 녀석은 그녀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 어쩌면 묘원 추락 사고가 그녀가 사람을 시켜서 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안 된다, 그녀는 절대 앉아서 죽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절대 이 녀석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 고은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 “태훈 씨, 승우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승우를 납치해간 그 여자는 도대체 누구야?”
  •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 “그 여자가 도대체 승우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떻게 하루 만에 승우가 말을 할 수가 있지? 이거 너무 이상해, 이건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
  • 고은정의 말에 진태훈은 더 짜증이 났다. 그는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다 생각 있어! 늦었어, 먼저 돌아가!”
  • 고은정은 과연 그냥 돌아갈 수 있을까?
  • 중상모략하지 않고, 그 녀석을 잘 감시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는가.
  • “태훈 씨, 나 오늘 밤 여기서 자면 안 돼? 승우 걱정돼서.”
  • 더군다나 그들은 곧 결혼할 사이다.
  • 그러나 지금까지 그녀는 진태훈의 손도 한번 만져보지 못했다. 오늘 그 녀석 때문에 진태훈이 그녀에 대한 태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
  • 진태훈은 그녀를 대할 기분이 아니어서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경고하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 “돌아가라고!”
  • 눈빛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 고은정은 감히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고분고분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차에 오르자마자 그녀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정교한 메이크업 아래 독한 눈빛이 순간 노출됐다. 그녀는 손에 든 가방을 좌석에 세게 내던지며 표독스럽게 조수에게 물었다.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분명 그 녀석을 낭떠러지에서 밀었다고 했잖아? 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온 거야?”
  •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말도 할 줄 안다!
  • 마치 시한폭탄 같다!
  • 만약 그 녀석이 그녀의 비밀을 분다면 그녀가 이렇게 오랫동안 계획한 모든 것은 끝장날 것이다!
  • 조수인 고현수도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아가씨, 먼저 화내지 마세요. 일이 좀 수상하네요. 우리는 확실히 승우 도련님을 산에서 내던졌어요. 하지만 도련님이 구조된 것은 그 신비한 여자와는 상관없다고 들었어요.”
  • “상관없다고? ! 어떻게 된 거야? 빨리 가서 확인해 봐!”
  • “예!”
  • 게다가 그는 어쩔 수 없이 보고해야 할 일이 있다.
  • “아가씨, 한 가지 더 있는데…”
  • “무슨 일이야? !”
  • “오늘 자선 만찬 주최 측에서 아가씨를 자선 연회 금지 명단에 올려놓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소식이 이미 전 인터넷에 퍼졌으니 아가씨는 지금 실검에 올랐을 겁니다.”
  • “대박사건! 서울 자선 공주 고수연 기부금을 갈취함!”
  • “고은정 이미지가 깨짐!”
  • “고약한 자선가 고은정은 자선협회에서 제명된 것으로 의심됨!”
  • “고은정은 이미 글로벌 자선 만찬 명단에서 제외됨!”
  • 연이어 몇 건의 소식이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 심지어 실검 1위에 올랐다.
  • 고은정은 끊임없이 발효되는 여론을 보고 화가 나 표정이 굳었다.
  • “빨리 찾아봐, 이게 도대체 누가 한 짓인지 알아보라고!”
  •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두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그것은 화만 난 게 아니라 두려웠기 때문이다.
  • 기사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심장이 두근거렸다. 왜냐하면 기사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 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진 씨 가문의 이름으로 자선사업을 발전시켜 서울 자선 공주라는 타이틀을 얻어 많은 지지자들을 얻었고 또 진 씨 가문에서도 인정을 받았었다.
  • 그러나 그녀는 다른 사람의 고생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 지옥에서 허덕이는 개미와 같은 평민들을 도와주는 것조차 더럽다고 생각한다.
  • 그러니 진심으로 그들을 위해 자선을 베풀었던 것은 아니었다!
  • “아가씨,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이 일을 만든 장본인을 찾아낼 겁니다!”
  • 고천은 고은정을 위로했다.
  • 마음을 가다듬은 고은정의 눈에 무서운 기운이 감돌았다.
  • “당장 자선 파티 주최 측에 연락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나 반드시 이 만찬에 참석해야 해!”
  • 그녀는 태훈에게 그녀가 글로벌 자선 대사 훈장을 받은 후 즉시 결혼하기로 약속했었다.
  • 그녀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 많은 일들을 계략하고 꾸민 끝에 진태훈이 어렵게 승낙했는데 그 누구도, 어떤 일도 그녀가 진태훈에게 시집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 만약 걸림돌이 있다면, 늙은 영감탱이와 고수연처럼 모두 죽여버렸다!
  • 병원 안.
  • 진승우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지만 상황은 줄곧 안정적이었다. 고수연이 침대 옆에서 그를 지키며 뉴스를 훑어보고 있다.
  • 인터넷에서 고은정을 욕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나른하게 소파에 다가갔다.
  • 고은정, 5 년 만이네, 이 선물을 좋아하려나?
  • 싫어도 괜찮아, 이건 시작일 뿐이야.
  • 사랑하는 사람 손에 밀려 지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어떤지 너도 한번 당해봐!
  • 그다음 그녀는 손을 흔들며 배혁에게 명령 내렸다.
  • “한 시간 뒤에 다시 뉴스를 퍼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