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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아저씨의 정체

  • 윤하영은 민서준이 민산 그룹 대표인 줄 몰랐다. 그녀는 아저씨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 이에 그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 “잘 모르겠어, 아마 그럴 지도…”
  • “아마 그럴 지도?”
  • 전아현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 “윤하영, 너 꿈도 야무지다?”
  • 그 말에 윤하영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 “그게 무슨 뜻이야?”
  • 전아현은 윤하영을 비꼬며 말했다.
  • “우리가 같은 고등학교 졸업한 친구이긴 하지만, 날 좀 봐, 이미 민산 그룹 인턴으로 일하고 있잖아, 나도 나중엔 스펙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넌? 웬 말도 안 되는 청춘 드라마나 찍고 있잖아. 네가 그렇게 우리 대표님 만나겠다고 하면 대표님 눈에 들 수 있을 줄 알았어? 주제 파악 좀 해, 웃겨죽겠네!”
  • 전아현은 학교에서도 윤하영을 업신여겼었다. 항상 윤하영을 시골 촌뜨기라고 비웃었다.
  • 윤하영이 감히 이렇게 뻔뻔하게 대표님과 약속하고 왔다고 하다니!
  • 전아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대표님께서 설사 여자와 약속을 잡았다고 해도 그 여자는 분명 자기처럼 몸매가 화끈한 미녀일 것이다!
  • “우리 반 단톡방에 보내야겠다. 애들이 널 어떻게 비웃는지 한 번 두고 보자고.”
  • 전아현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작성하며 경비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 “뭘 멍하니 있으세요? 얼른 쫓아내세요! 빨리요, 아님 우리 아빠한테 말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더는 여기서 일 할 수도 없을 거고요!”
  • 이에 화가 난 윤하영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 “아저씨, 아저씨 와이프 지금 쫓겨나게 생겼어요!”
  • 전화 건너편에서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곧 남자의 나지막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어디야?”
  • “아저씨가 보내준 주소 대문 앞에 왔는데, 절 괴롭히고 심지어 쫓아내려는 사람이 있어요!”
  • 윤하영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민서준은 큰 바위가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기라도 한 듯 괴로운 기분이 들었다.
  • “아저씨, 아저씨 민산 그룹 대표님이에요?”
  • “응.”
  • “그럼 제가 아저씨 와이프니까, 전 민산 그룹 대표 사모님이겠네요. 그렇죠?”
  • 이에 민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저도 모르게 기분 좋은 소리로 대답했다.
  • “그렇지.”
  • 윤하영은 겁도 없이 나대는 전아현과 그 두 경비원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 “그럼 절 괴롭히는 사람들 전부 해고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 “그럼.”
  • 전아현은 윤하영을 만난 일을 농담거리 삼아 단톡방에 알렸고 이에 많은 이들이 그녀를 비웃었다.
  • 전아현은 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마침 윤하영이 자신을 괴롭힌 이들을 해고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 이에 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크게 웃었다.
  • “윤하영, 꽤 그럴 싸한데? 네가 개그에 소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하하 하하, 웃겨 죽겠네!”
  • 옆에 있던 두 경비원도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하여튼 요즘 젊은 아가씨들은 쓸데없이 꿈만 커!
  •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 민산 그룹 대표 비서 허강민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왔다.
  • 이에 전아현은 멍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 “허 비서님?”
  • 그러나 허강민은 전아현을 쳐다도 보지 않았고 허둥지둥 윤하영 앞으로 달려갔다.
  • “사…”
  • 윤하영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 이에 허강민은 급히 말을 바꾸었다.
  • “하영 씨, 민산 그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가 진작에 모시러 왔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 그 말을 들은 전아현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 이게 무슨 상황이지?
  • 허강민이 누구인가!
  • 대표님과 함께 서울 민산 그룹 본부에서 함께 온 사람이었다!
  • 민 대표님의 최측근이기도 했다!
  • 그런데 그런 허강민이 윤하영 이 시골 촌뜨기한테 이렇게 정중하다니!
  • 허강민이 말했다.
  • “하영 씨, 하영 씨 괴롭힌 사람이 누구죠?”
  • 윤하영은 차갑게 웃으며 전아현과 그 두 경비원을 가리켰다.
  • “저 사람들이에요! 저 사람들 해고할 거예요!”
  • 이에 허강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 “들으셨죠? 당신들은 해고입니다! 얼른 민산 그룹에서 나가세요!”
  • 두 경비원은 후회를 금치 못했다.
  • “정말 죄송합니다, 못 알아봬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그저 회사의 규칙과 규정에 따라 처리한 것뿐이지, 이 아가씨를 괴롭힌 건 아닙니다! 집에 식구들도 줄줄이 있는데, 직장을 잃으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다고요!”
  • 윤하영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허강민에게 말했다.
  • “저분들은 그냥 넘어갑시다. 회사 규칙대로 일을 처리한 것뿐이니까요.”
  • 윤하영에게 아저씨라는 든든한 백이 있긴 하지만 그녀는 그렇다고 잘잘못을 따질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 그러자 허강민이 곧바로 말했다.
  •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얼른 가서 경비팀 모두들한테 하영 씨의 얼굴을 기억해 두라고 전하세요. 앞으로 하영 씨가 회사로 찾아오시면 무조건 정중하게 모셔야 합니다, 절대 막아서면 안 돼요, 아시겠죠?”
  •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두 경비원은 끊임없이 윤하영에게 인사를 했다.
  • “감사합니다, 하영 씨!”
  •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전아현은 말문이 막혔다!
  • 그러고는 문득 허강민이 윤하영 스폰서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그래서 허강민이 이렇게 윤하영을 위해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