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청소부
- “걱정 마세요, 등록금은 제가 직접 낼 거예요. 엄마한테 돈 달라는 소리 절대 안 해요.”
- 식사를 마친 윤하영은 그릇을 놓고 자리를 떠났다.
- “저 태도 좀 봐. 진아 반만 닮아도 소원이 없겠다!”
- 부모님 눈에 윤진아는 보배 덩어리고, 윤하영은 잡초만도 못한 존재였다.
- 심지어 가장 천하고 실컷 짓밟을 수 있는 잡초.
- ……
- 이튿날, 윤하영은 민서준이 보내준 주소를 따라 민산 그룹 빌딩 아래층에 도착했다.
- 어?
- 진짜 민산 그룹이네?
- 아저씨랑 민산 그룹은 대체 무슨 관계야?
- 윤하영이 막 들어가려던 순간, 의문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언니, 언니가 왜 여기 있어?”
- 몸을 돌린 윤하영은 빨간 스포츠카에서 내리는 윤진아와 그 옆에 서 있는 안지훈을 보았다.
- 뛰어난 미모를 가진 윤하영을 본 안지훈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 “진아야, 이 예쁜 아가씨는 누구실까?”
- 윤진아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 “이쪽은 우리 언니, 윤하영이야.”
- 안지훈은 갑자기 헤어스타일을 정리하더니 독선적인 말투로 말했다.
- “윤하영 씨, 처음 뵙겠습니다, 안지훈이라고 합니다. 안 씨 집안 들어보셨죠? 부산에 있는 모든 건축 자재는 전부 우리 집에서 생산한 겁니다.”
- 윤하영은 그런 안지훈을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안지훈의 느끼한 눈빛에 역겨워 토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전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 윤진아는 눈동자를 굴리며 윤하영을 가로막았다.
- “언니, 여긴 어쩐 일이야? 설마 아르바이트하러 온 거야?”
- “맞아, 아르바이트하러 왔어.”
- “청소라도 하러 온 거야?”
- 윤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 “내가 뭘 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 “언니, 돈이 없으면 나한테 말을 하지. 왜 굳이 이런 데 와서 청소를 하고 그래?”
- 윤진아는 입을 가리며 웃었다.
- “청소부였어?”
- 안지훈은 혐오하는 얼굴로 뒤로 한발 물러섰다.
- “우웩. 몸에서 쓰레기 냄새나는 거 아니야? 냄새나게!”
- 윤진아는 가느다란 손을 뻗어 다 마신 밀크티를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 “자, 깨끗이 치우는 거 잊지 말고.”
- 윤하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 “내가 정말 여기서 청소부로 아르바이트한다고 해도 너처럼 몸 파는 것보다는 나아. 물론 너한테 매달리는 남자들이 너한테 비싼 옷이며 가방이며 선물하겠지. 그래도 난 내가 직접 일해서 돈을 버는 거니까 하나도 안 창피해!”
- “아, 참. 지훈 씨한테 지금 네가 들고 있는 가방이 사실은 전시훈 씨가 선물한 거라고 말하지는 않을게.”
- 말을 마친 윤하영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민산 그룹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 “가방이라니? 진아야, 저 말이 사실이야?”
- 안지훈은 불쾌하다는 듯이 물었다.
- “그런 거 아니야. 이건 내가 기말고사에서 1등 했다고 엄마가 사준 거야!”
- 윤진아는 억울하다는 듯 설명했다.
- “미안해, 진아야. 널 의심하는 게 아니었어.”
- 안지훈은 윤진아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고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 “이따 네가 원하는 대로 다리 놓아줄 테니까 얘기 잘 끝나면 영화 보러 가자! 새로 생긴 커플 전용 영화관 분위기도 좋은 것 같던데.”
- 그러자 윤진아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 “그건 안 돼, 엄마가 일찍 들어오라고 했단 말이야.”
- 그러고는 속으로 욕했다.
- ‘퉤! 너랑 단둘이 시커먼 영화관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내가 네 속을 모를까 봐? 내가 진짜 바보인 줄 알아!’
- ……
- 경비원들은 민산 그룹 빌딩 안으로 들어가려던 윤하영을 가로막았다.
- “나가세요! 나가세요! 여긴 고등학생들이 멋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 포니테일에 가방을 메고 있는 윤하영은 생기발랄해 보였다.
- 안 그래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얼굴에 앳된 기색이 가득했다.
- “약속하고 왔어요.”
- “누구랑 한 약속이죠?”
- “서준 씨요.”
- 윤하영은 아저씨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 “민서준 씨요!”
- 그 말을 들은 두 경비원은 눈을 마주치더니 짜증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 “농담도 정도껏 해야죠. 여기 다 바쁜 사람들이에요. 어린애들 소꿉놀이나 하는 곳이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얼른 나가세요!”
- 그 말과 함께 두 경비원은 윤하영을 쫓아내려 했다.
- 윤하영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막막해할 때 낯익은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 “전아현!”
- 윤하영은 경비원의 손을 떨치고 달려가서는 흥분하며 말했다.
- “전아현, 정말 너구나.”
- 전아현은 윤하영와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민산 그룹 인사팀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었다.
- 전아현의 아버지는 대학 입학 전에 전아현을 민산 그룹 인턴으로 채용해 그녀의 이력을 쌓게 했다.
- 전아현은 윤하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경비원에게 물었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 경비원은 그녀의 아버지가 인사팀 책임자며 권한도 막강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경비원으로서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 이에 경비원은 우물쭈물 대답했다.
- “민 대표님이랑 약속하고 왔대요. 저흰 당연히 장난인 줄 알고…”
- 그러자 전아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 “민 대표님? 우리 회사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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