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 하니 민산 그룹 부산 지사에 새 대표가 부임했다고 하던데,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반드시 이 기회를 잡아야 해, 어쩌면 민산 그룹이라는 큰 배에 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TV에서는 마침 경제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미녀 아나운서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최근, 민산 그룹에서는 부산에 이천억을 투자하여 구도심 재개발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곧 공개 입찰도 진행할 것이라고…”
윤태웅은 얼른 리모컨을 찾아내 소리를 제일 크게 키웠다.
이천억이라는 말에 윤태웅은 흥분하여 얼굴 근육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였다.
“하하하! 잘 됐다! 드디어 우리 윤 씨 집안에게도 기회가 왔어!”
그러자 이연화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민산 그룹이 그렇게 대단해요?”
“당신이 뭘 알아! 무려 이천억 짜리 프로젝트야, 큰 건 못 건져도 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만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벌 거라고.”
윤태웅은 흥분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에 이연화가 타일렀다.
“하지만 저희는 민산 그룹과 아무 사이도 아닌걸요. 안 씨 집안에서 다리라도 놓아주길 바랐는데, 지금은 안 씨네 집안도 파산 직전이잖아요!”
윤태웅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니까 얼른 무슨 방법이라도 생각해 봐!”
같은 시각, 부산에 있는 수많은 가문 사람들도 전부 이 뉴스를 보게 되었다.
다들 마음이 동했고 너도나도 한몫 챙기려 하고 있었다.
민산 그룹은 서울 제일 기업이었다!
그러니 부산에 있는 작은 지사에서도 이천억이나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다들 이게 얼마나 유혹스러운 조건인 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이때 윤하영이 돌아왔다.
윤진아는 눈을 반짝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 그거 아세요? 언니가 민산 그룹에서 일하고 있어요!”
“뭐?”
윤태웅과 이연화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하영아, 너 정말 민산 그룹에 다니니? 너도 참, 진작에 엄마한테 말을 하지!”
이연화는 아주 기뻐하며 말했다.
윤하영은 윤진아의 도발적인 눈빛을 쳐다보고는 이연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전 그냥 민산 그룹에서 청소부나 하고 있을 뿐인걸요!”
윤진아가 자신을 청소부라고 했으니 그 말대로 시늉이나 해줄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윤하영이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는 말에 이연화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창피해서 정말! 학교를 그렇게나 오래 다녔으면서 겨우 청소부나 하고 다니다니! 어쩜 이렇게 못났어!”
윤진아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했다.
“그래도 민산 그룹 청소부인걸요. 엄마, 아빠, 안 그래도 민산 그룹이랑 다리 놓아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고 계셨잖아요. 언니가 민산 그룹 청소부니까 분명 각 부서로 청소하러 다니겠죠. 그러다 보면 민산 그룹 고위 임원들을 만날 수도 있을 거고요. 그럼 언니가 민산 그룹 고위 임원을 만나서 우리 윤성 그룹이 민산 그룹과 계약하고 싶어 한다는 의사만 전달해 주면 되잖아요. 지금처럼 아무 방법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요?”
윤하영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윤진아를 바라보았다.
만약 윤하영이 정말 평범한 청소부일 뿐이라면, 이 생각은 헛된 꿈에 불과했다!
윤진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제시한 것도 결국은 윤하영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때가 되면 윤하영은 민산 그룹 고위 임원들의 미움을 사서 청소부 일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경비원에게 쫓겨나게 될 것이다.
윤진아도 그 망신을 당하고 경비원한테 쫓겨났으니 윤하영도 쫓겨나는 맛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태웅은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그것도 방법이긴 하지. 하는 데까지 해보는 수밖에. 하영아, 내일 당장 가서 한 번 시도해 봐!”
이연화도 말했다.
“그래, 한번 해봐, 실패한다 해도 그냥 청소부 일을 잃어버리기밖에 더 하겠어! 어차피 남들이 네가 청소부로 일한다는 걸 알면 우리 윤 씨 집안만 망신인데!”
윤하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만약 제가 성공하면 상으로 뭘 주실 건가요?”
이연화는 책상을 치며 화를 냈다.
“너 그게 무슨 태도야? 다 우리 집을 위한 일인데 어딜 감히 상을 요구해?”
윤하영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벌지 않았다면 지금쯤 벌써 굶어죽었을 거예요. 저한테 일을 시키셨으니 월급을 지불하는 것도 당연한 거 아닌가요? 싫으면 관두세요, 어차피 전 그냥 청소부일 뿐이니까요!”
윤태웅은 또 뭔가를 말하려던 이연화를 막아세웠다.
윤태웅은 처음으로 부드러운 얼굴로 윤하영에게 물었다.
“하영아,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니?”
그러자 윤하영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저는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요. 대신 진아랑 제 방 바꿔주세요.”
“그럴 수는 없어. 그건 내 방이란 말이야!”
윤진아는 화가 나 하마터면 여우 같은 윤하영의 얼굴을 할퀴러 달려들 뻔했다!
윤진아의 방은 이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이었다. 채광도 좋고 베란다도 있었다.
그러나 윤하영의 방은 다용도실을 다시 인테리어한 방으로 작고 허름했다.
차이가 커도 너무 컸다!
윤태웅은 결심이라도 한 듯 말했다.
“그래, 아빠가 허락하마! 그깟 방 가지고 뭘, 그 정도 요구는 아빠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