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포기하고 싶지 않아
- “유연아, 임유연, 집에 있어?”
- 집 안에 있던 임유연은 익숙한 목소리에 서둘러 눈물을 닦고는 뛰어나와 물었다.
- “로하야, 여긴 어쩐 일이야?”
- “임유연, 너 울었어?”
- 임유연의 붉어진 두 눈을 본 이로하는 곧바로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생각해 낸 듯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임봉을 경계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 “저 사람, 딱 보니까 좋은 사람 같지는 않네. 저 사람이 괴롭혔어?”
- “아니야. 그냥 아까 실수로 넘어져서 그런 거야.”
- 임유연은 고개를 젓고는 이로하를 집 안으로 이끌었다.
- 이에 임봉도 따라가려고 했지만, 두 걸음도 채 떼지 못하고 눈앞에서 문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혀버렸다.
- “유연이 친구인가 보네… 친구가 있으면 유연이도 마음이 한결 진정되겠지.”
- 임봉은 문밖에 서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사실 집 안에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다를 것은 없었다. 그의 청력으로는 집 안의 모든 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다만 유일하게 그를 속상하게 했던 것은, 공주처럼 화려하게 차려입은 이로하와는 달리 자신의 여동생은 마치 신데렐라 같아 보였다는 점이었다.
- “유연이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이곳이 재개발될 모양인 것 같긴 하지만 철거 보상금을 기대하는 건 누가 봐도 현실적이지는 않으니까 내가 빨리 돈을 벌어야겠어.”
- 잠시 생각하던 임봉은 벽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집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 ……
- 좁은 방 안에는 가구라고는 낡은 침대 하나와 책이 가득 쌓인 책상 하나뿐이었다.
- 두 소녀는 침대에 앉아 작은 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자신들의 말을 밖에 있는 임봉이 전부 듣고 있는 줄은 전혀 모른 채 말이다. 알았다면 이로하의 화끈한 성격상 분명 당장에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 “유연아, 그 음침한 남자는 누구야? 덥수룩한 수염에 긴 머리라니.”
- “모르는 사람이야. 지나가다 들어온 거지겠지.”
- “그렇구나… 어쩐지 남자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했어. 멀쩡한 성인 남자가 왜 그 모양으로 사는 거야? 창피하지도 않나 봐!”
- 벽 모퉁이에 있던 임봉은 기가 막혔다.
- ‘???’
- 임유연은 이로하가 자신의 오빠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게 싫은 듯 서둘러 물었다.
- “로하야, 무슨 일로 오늘 이렇게 날 찾아온 거야?”
- “그게 말이야, 개학한 지도 벌써 한 달이나 됐잖아! 조교 선생님이 물어보더라고, 너 언제 등록하러 올 거냐고. 계속 안 오면 학교에서는 네가 자퇴한 걸로 처리할 거래.”
- 이로하는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그 말에 임유연은 그저 입술을 깨물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등록금 때문에 그런 거지?”
- 이로하는 방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 “학자금 대출을 신청하면 되잖아! 어쨌든 홍운대학교에 합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너 설마 이대로 포기할 거야?”
- “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신청한다 해도 통과되지 않을 거야.”
- 임유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 “왜 안 되는데?”
- “저소득층 증명 서류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거든.”
- “미친! 이 세상에 정의가 남아 있긴 한 거야? 너 정도로도 저소득층에 속하지 않는단 말이야? 그 사람들은 왜 통과시켜 주지 않는 건데? 정말 너무하네!”
- 이로하는 분노에 찬 얼굴로 말했다. 임유연은 그저 씁쓸한 표정을 지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 그녀는 이런 일을 이로하에게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이로하네 집 역시 평범한 가정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들을 건드리면 끝장날 게 분명했다.
-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겪은 일을 이로하도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소용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어제 신고를 하자마자 바로 밤에 두 명의 남자가 쳐들어와 자신을 납치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그것이 그저 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철거 때문에 그런 거지? 그쪽에서 네가 싼값에 땅을 팔도록 압박하는 거야?”
- 촉이 좋은 이로하는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 그러자 임유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이로하는 이를 보고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 “젠장! 그 개자식들은 네가 여자애 혼자니까 괴롭히는 거야! 만약 집에 남자가 있었다면, 그 자식들이 감히 너를 괴롭혔겠어?”
- 그 말에 임유연은 왜인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 물론, 이 문제는 사실 이미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치달아 있어서, 집에 남자가 있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려울 터였다.
- “됐어! 어차피 나도 대학 갈 생각 없었어. 아무 의미 없잖아! 어차피 나 혼자니까, 혼자 먹고살기만 하면 되는 거지! 이번 생은 그냥 이런가 보다 하지 뭐. 그냥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살아내면 난 그걸로 만족해.”
- “안 돼. 정 안 되겠으면 내가 조교 선생님께 말해서 동기들한테서 모금이라도 받아볼까?”
- “이로하!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다른 사람한테 의지해서 살 수는 없어! 게다가 대학에 가는 게 꼭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야. 난 그냥 취업이나 하려고. 사회생활을 해보는 것도 좋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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