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영은 민서준이 민산 그룹 대표인 줄 몰랐다. 그녀는 아저씨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이에 그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잘 모르겠어, 아마 그럴 지도…”
“아마 그럴 지도?”
전아현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윤하영, 너 꿈도 야무지다?”
그 말에 윤하영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그게 무슨 뜻이야?”
전아현은 윤하영을 비꼬며 말했다.
“우리가 같은 고등학교 졸업한 친구이긴 하지만, 날 좀 봐, 이미 민산 그룹 인턴으로 일하고 있잖아, 나도 나중엔 스펙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넌? 웬 말도 안 되는 청춘 드라마나 찍고 있잖아. 네가 그렇게 우리 대표님 만나겠다고 하면 대표님 눈에 들 수 있을 줄 알았어? 주제 파악 좀 해, 웃겨죽겠네!”
전아현은 학교에서도 윤하영을 업신여겼었다. 항상 윤하영을 시골 촌뜨기라고 비웃었다.
윤하영이 감히 이렇게 뻔뻔하게 대표님과 약속하고 왔다고 하다니!
전아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대표님께서 설사 여자와 약속을 잡았다고 해도 그 여자는 분명 자기처럼 몸매가 화끈한 미녀일 것이다!
“우리 반 단톡방에 보내야겠다. 애들이 널 어떻게 비웃는지 한 번 두고 보자고.”
전아현은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작성하며 경비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뭘 멍하니 있으세요? 얼른 쫓아내세요! 빨리요, 아님 우리 아빠한테 말할 거예요, 그렇게 되면 더는 여기서 일 할 수도 없을 거고요!”
이에 화가 난 윤하영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아저씨 와이프 지금 쫓겨나게 생겼어요!”
전화 건너편에서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곧 남자의 나지막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어디야?”
“아저씨가 보내준 주소 대문 앞에 왔는데, 절 괴롭히고 심지어 쫓아내려는 사람이 있어요!”
윤하영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민서준은 큰 바위가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기라도 한 듯 괴로운 기분이 들었다.
“아저씨, 아저씨 민산 그룹 대표님이에요?”
“응.”
“그럼 제가 아저씨 와이프니까, 전 민산 그룹 대표 사모님이겠네요. 그렇죠?”
이에 민서준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저도 모르게 기분 좋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지.”
윤하영은 겁도 없이 나대는 전아현과 그 두 경비원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절 괴롭히는 사람들 전부 해고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럼.”
전아현은 윤하영을 만난 일을 농담거리 삼아 단톡방에 알렸고 이에 많은 이들이 그녀를 비웃었다.
전아현은 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마침 윤하영이 자신을 괴롭힌 이들을 해고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크게 웃었다.
“윤하영, 꽤 그럴 싸한데? 네가 개그에 소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네, 하하 하하, 웃겨 죽겠네!”
옆에 있던 두 경비원도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여튼 요즘 젊은 아가씨들은 쓸데없이 꿈만 커!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민산 그룹 대표 비서 허강민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왔다.
이에 전아현은 멍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허 비서님?”
그러나 허강민은 전아현을 쳐다도 보지 않았고 허둥지둥 윤하영 앞으로 달려갔다.
“사…”
윤하영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에 허강민은 급히 말을 바꾸었다.
“하영 씨, 민산 그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가 진작에 모시러 왔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들은 전아현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허강민이 누구인가!
대표님과 함께 서울 민산 그룹 본부에서 함께 온 사람이었다!
민 대표님의 최측근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허강민이 윤하영 이 시골 촌뜨기한테 이렇게 정중하다니!
허강민이 말했다.
“하영 씨, 하영 씨 괴롭힌 사람이 누구죠?”
윤하영은 차갑게 웃으며 전아현과 그 두 경비원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이에요! 저 사람들 해고할 거예요!”
이에 허강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
“들으셨죠? 당신들은 해고입니다! 얼른 민산 그룹에서 나가세요!”
두 경비원은 후회를 금치 못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못 알아봬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그저 회사의 규칙과 규정에 따라 처리한 것뿐이지, 이 아가씨를 괴롭힌 건 아닙니다! 집에 식구들도 줄줄이 있는데, 직장을 잃으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다고요!”
윤하영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허강민에게 말했다.
“저분들은 그냥 넘어갑시다. 회사 규칙대로 일을 처리한 것뿐이니까요.”
윤하영에게 아저씨라는 든든한 백이 있긴 하지만 그녀는 그렇다고 잘잘못을 따질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자 허강민이 곧바로 말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얼른 가서 경비팀 모두들한테 하영 씨의 얼굴을 기억해 두라고 전하세요. 앞으로 하영 씨가 회사로 찾아오시면 무조건 정중하게 모셔야 합니다, 절대 막아서면 안 돼요,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