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종이 한 장
- 사실 임봉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런 별것 아닌 요괴들은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임봉은 일부러 물었다.
- “시장 안에 고수들이 꽤 많은 것 같던데, 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 “말도 마세요. 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명성만을 좇는 사기꾼들입니다. 전부 쓸모없는 자들이죠!”
- 왕훈의 표정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이 일을 잘 해결해 주기만 한다면, 그 대가로 4백만 원을 드리죠. 어떻습니까?”
- “왕 사장님, 일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까다롭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일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공사장뿐만 아니라 왕 사장님 본인한테도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최근 며칠 동안 밤에 잠을 잘 못 주무시진 않으십니까?”
- 임봉은 왕훈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왕훈은 마음이 철렁했다.
- 이 일이 까다로운 일이라는 것은 물론 그도 알고 있었다. 공사장은 이미 여러 날째 공사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하루에만 수천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었다.
- 이 일을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그는 그야말로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최근 며칠 그는 자는 동안 누군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 하지만 불을 켜면 아무것도 없었고, 그런 느낌은 그를 무척이나 불안하게 만들었다.
- 사실 그는 임봉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 하지만 지금 임봉의 말을 듣고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설마 눈앞의 이 무표정한 남자가 정말 고수인 건가?’
- “젊은이 생각은 어떻습니까?”
- “제 생각에는 돈을 더 받아야겠습니다.”
- “……”
- 왕훈은 임봉을 쳐다보았다. 화가 나기는커녕 오히려 기뻤다.
- 돈을 더 받겠다는 것은 눈앞의 이 사람이 정말로 능력이 있다는 뜻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보통은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 “그럼 얼마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 “2천만 원이면 확실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 임봉은 담담하게 말했다.
- ……
- 그 말에 왕훈의 눈이 가늘어졌다. 2천만 원이란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액수였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 한 가족이 1년 동안 벌어도 그만한 돈은 벌지 못할 터였다.
- 그가 전에 찾았던 도사와 승려들이 요구했던 금액도 많아 봐야 3백만 원 정도였다.
- “젊은이, 확실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겁니까? 해결할 수 있다면 돈이 문제가 아니죠! 하지만 날 속이는 거라면… 솔직히 말해, 젊은이 같은 사람 하나 죽이는 건, 나한테는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입니다.”
- 왕훈이 평온하게 말했다.
- “걱정 마세요. 속이지 않을 겁니다! 물론, 제가 왕 사장님을 속이더라도, 사장님께선 저를 어찌하지 못할 겁니다.”
- 임봉은 왕훈이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보통 사람에게나 그렇지, 임봉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허허… 꽤 대담하시군요!”
- 왕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듯 감히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를 보는 것은 그에게는 꽤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 “좋습니다! 공사장으로 함께 가시죠.”
- 왕훈은 몸을 돌려 허머 차를 향해 걸어갔다.
- “공사장까지 갈 필요 없습니다!”
- 임봉은 고개를 젓더니, 자신이 가진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붓, 먹, 종이, 그리고 벼루를 샀다. 그러고는 붓으로 종이에 대충 몇 글자 써넣은 뒤 왕훈에게 건넸다.
- 왕훈은 손에 들린 종이에 쓰여 있는 괴상한 글자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 “설마 이 종이 한 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죠?”
- “맞습니다! 정확히 맞추셨군요. 돌아가서 이 종이를 공사장 입구에 걸어 두세요. 비에 젖거나 도둑맞지 않게 주의하시고, 망가지지 않게 하세요! 한동안 걸어두시면 괜찮아질 겁니다!”
- 임봉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것은 평범한 종이가 아니었다. 임봉은 영기를 먹으로 사용해 그 위에 부적을 썼고, 그 족제비도 바보가 아닌 이상은 이 부적을 보면 분명 떠날 것이다.
- 물론, 그 족제비가 바보라서 공사장에 남자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 왕훈은 임봉을 한 번 보고 손에 든 종이를 한 번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 ‘아까 분명 굉장히 까다롭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고작 글자 몇 개 적은 종이 한 장에 2천만 원을 요구한단 말이야?’
- 그는 자신이 속은 것 같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임봉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 또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좋습니다! 한 번 믿어보죠. 만약 날 속인 거라면, 당신의 가족 모두를 저승길 길동무로 함께 보내드릴 겁니다.”
- 왕훈이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의 온도가 순식간에 영하로 내려간 것 같았다.
- “방금 한 그 말, 다시 한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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