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정신병자
- 임유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하지만 바로 그때.
- 쾅!
- 대문이 밖에서 강제로 열리더니 임봉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 광경에 방 안에 있던 두 소녀는 깜짝 놀랐다.
- “안 돼! 유연아,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꼭 다녀야 해. 돈 문제라면 너는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
- 임봉의 표정은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돈이 없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명색이 금단기 대수행자에, 세상에서 무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강자의 여동생이 돈이 없어서 대학에 못 가는 상황이라니 말이다.
- 임봉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방금 벽 뒤에서 엿듣지 않았더라면 그는 심지어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을 것이다.
- ‘그리고 저소득층 증명 서류라고? 누가 유연이의 서류를 막고 있는 거야? 감히 내 여동생을 괴롭혀? 전부 죽여버려야겠어!’
- 지금 이 순간 임봉은 전례 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싶었다. 감히 자기 여동생을 괴롭힌 자들을 전부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었다. 그자들과 관련된 건 개미 한 마리도 그냥 보내주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 “당신 미쳤어? 사유지 무단 침입은 불법이라고!”
- 이로하는 단숨에 임유연을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수염이 덥수룩한 임봉을 쳐다보았다.
- “나는 유연이 오빠야.”
- 임봉이 차분하게 답했다.
- “오빠?”
- 이로하의 얼굴에 이내 의심이 가득 차오르더니, 곧이어 이게 무슨 소리인지 묻는 듯한 눈빛으로 임유연을 쳐다보았다.
- ‘아까는 이 사람 보고 거지라고 했잖아?’
- “우리 오빠는 10년 전에 이미 죽었어. 저 사람은 아마 그냥 정신병자일 거야.”
- 임유연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 “들었지? 당장 꺼져, 이 정신병자야!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거야. 여자애 둘이라 만만해 보였어?”
- 이로하는 당연하게도 자기 친구의 말을 믿었고, 이에 그녀는 곧바로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임봉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유연아, 나를 오빠로 인정하든 안 하든 대학은 꼭 다녀야 해! 그리고 이로하… 난 지금 바로 나가서 등록금을 마련해 볼게. 아마 해가 지기 전에는 돌아올 거야. 그전까지는 바보 같은 짓 못 하도록 네가 유연이를 잘 좀 돌봐줘.”
- 말을 마친 임봉은 돌아서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이내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같은 광경에 이로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 ‘홍운대학교의 등록금은 1년에만 4백만 원이 넘는데, 낡아서 색이 다 바랜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몇 시간 만에 그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 “아무래도 정말 정신병자인 것 같아! 정신병자는 살인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던데, 다행히 자기가 알아서 나갔네.”
- 이로하는 놀란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 하지만 임유연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저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임봉이 철거 보상금을 노리고 돌아온 것이라 생각했었다.
- 하지만 조금 전 그의 모습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 ‘설마 그때 정말로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던 걸까? 만약 정말 4백만 원이 넘는 돈을 들고 돌아와 내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한다면, 받아야 할까?’
- 이런 생각들을 하던 임유연은 눈동자에 점점 초점을 잃어가더니 이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잠겼다.
- ……
- 한편, 집을 나선 임봉은 바로 전주시 시내로 달려갔다. 그의 속도면 40km의 거리도 몇 분이면 갈 수 있었다.
- 검을 타고 비행하면 1분도 안 걸렸겠지만, 아무래도 전주시 시내에는 사람이 많고, 보는 눈도 많다 보니 비행을 하지는 않았다.
- 돈을 마련할 방법에 대해서라면, 임봉에게는 돈을 벌 방법이 너무나도 많았다. 진법 설치, 약 조제, 부적 제작, 병 치료, 풍수지리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었고, 아무거나 한 가지만 해도 돈은 금방 벌 수 있었다.
- 잠시 고민하던 임봉은 시내 북쪽의 한 시장으로 향했다. 이 시장은 “강서구 종합 거래 시장”이라는 곳으로, 전주에서 가장 큰 시장은 아니지만 가장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는 곳이었다.
-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팔았다. 작게는 일용품이나 전통 비방에서부터 크게는 금은보화나 골동품 옥석을 팔기도 했고, 심지어는 몇몇 도사들이 점을 치거나, 귀신을 쫓거나, 풍수지리를 봐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이런 복잡한 구성 때문에 강서구 종합 거래 시장은 혼란스럽고 어수선했으며, 거의 무법지대와 마찬가지인 곳이라 경찰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 임봉은 빈자리를 찾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러고는 벽돌을 하나 가져다 앞에 있는 땅 위에 글자를 한 줄 적었다.
- [본인을 2시간 동안 임대합니다: 못 하는 것이 없고,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가격 협상 가능.]
-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임봉은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인연이 닿을 사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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