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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 임봉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이에 그는 서둘러 물었다.
  • “부모님 건강하셨잖아?”
  • “10년 전에 당신이 그렇게 떠난 뒤로 부모님은 당신을 찾기 위해 전 재산을 쏟아부으셨어. 그러다 결국 차에 치여 돌아가셨어.”
  • 임유연의 목소리는 분명히 울먹이고 있었다.
  • “언… 언제 돌아가셨는데?”
  • “아주 오래전에, 당신이 떠난 지 1년 만에.”
  • 그녀는 다시 임봉을 한 번 훑어보더니 냉소를 터트렸다.
  • “허… 밖에서 10년을 떠돌아다니더니, 꼴이 왜 그 모양이야? 설마 그 진이서한테 버림받은 거야? 이제 갈 곳이 없어지니까 돌아올 생각이 든 거야? 임봉, 당신은 정말이지 사람도 아니야!”
  • 임봉은 서둘러 다가가 임유연의 팔을 잡았다.
  • “유연아, 내 말 좀 들어봐. 말해도 안 믿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나는 수련을 하고 있었어…”
  • “이거 놔! 그딴 헛소리 듣고 싶지 않아!”
  • “안 놔! 안 놓을 거야. 넌 내 여동생이잖아…”
  • “임봉, 날 좀 내버려둬. 나까지 죽어야 직성이 풀리겠어?”
  • 임유연의 목소리는 히스테리컬했고, 금방이라도 감정이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 “임봉, 난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영원히! 부모님이 돌아가신 그 순간부터, 이 세상에 내 가족은 없었어. 날 구했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 그 말에 임봉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동생이 자신을 문밖으로 밀어내고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힘차게 문을 닫아버릴 때까지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
  • “유… 유연아…”
  • 임봉은 굳게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 예상했던 아름다운 가족 재회는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나도 비참했다.
  • 어쩌면 10년 전 그가 노인의 손에 이끌려 산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이렇게 비극으로 끝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 임봉은 문 앞에 서서 한참 숨을 고른 뒤에야 서서히 마음이 차분해졌다.
  •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노인의 혹독한 훈련이 정말로 그에게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 그는 자신의 피가 이미 차가워진 것 같이 느껴졌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 듯했다. 임봉은 깊게 숨을 한 번 내쉬고는 천천히 설명했다.
  • “유연아, 난 그때 정말로 수련하러 갔었어. 10년 동안 한 곳에 갇혀 있었다고! 오늘에야 겨우 나올 수 있었던 거야…”
  • 하지만 집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 “유연아, 어찌 됐든, 이렇게 돌아온 이상 난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야! 철거 보상금 같은 건 난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아. 넌 내 여동생이니까, 오빠는 널 지킬 의무가 있어! 앞으로는 우리 두 남매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해. 오빠가 다시는 그 누구도 널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
  • 철컥-
  • 대문이 열렸다. 임유연은 복잡한 표정으로 임봉을 바라보았다.
  • 10년 동안 한 곳에 갇혀 있었다는 임봉의 말을 그녀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 “그런 말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데?”
  • “유연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 임봉이 안타까운 듯 말했다.
  • “당신이랑 상관없잖아.”
  • 임유연은 다시 한번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문을 등지고 앉아 두 손으로 입을 꼭 막았다.
  •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이미 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너무도 어린 시절 그랬던 것처럼 오빠의 품에 안겨 소리 내어 울며 위로받고 싶었다. 하지만 오빠가 대학 졸업 후 한 여자 때문에 10년 동안 떠나 있었던 것과, 그 일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걸 생각하면, 그녀는 오빠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 특히나 그가 집이 곧 철거되는 공교로운 시기에 나타났다는 것에, 그녀는 그가 돌아온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유연아, 일단 한숨 푹 자. 오빠는 밖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 임봉은 조용히 한마디 내뱉고는 문 앞에서 평평한 곳을 찾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현재 그는 마음이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생각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 부모님은 그를 찾으려다 차 사고로 돌아가셨고, 혼자 남게 된 여동생은 그 오랜 시간을 외롭게 살아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난과 고통을 겪었을지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까, 앞으로는 그 누구도 유연이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
  • 임봉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으니, 이제 그가 유일하게 해야 할 일은 여동생을 돌보고 도를 깨우치는 것이었다.
  • “이서는…”
  • 임봉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 진이서는 바로 10년 전 그의 여자 친구였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그렇게 7년을 함께 했다. 비록 서로를 좋아했지만, 결국에는 서로 인연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