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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 수련하면 나도 무적이 돼

10년만 수련하면 나도 무적이 돼

피치파이

Last update: 2025-03-04

제1화 10년

  • 지리산, 깎아지른 절벽과 하늘 높이 치솟은 고목들로 가득한 그곳, 그곳 정상에는 도관 하나가 구름 사이에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다. 도관 앞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나이가 지긋했고, 한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 “봉아, 10년이 지났구나. 이제 속세에서는 누구도 너와 견줄 자가 없으니 이만 하산하거라.”
  • 노인의 목소리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 “혼내고 싶으신 거면 그냥 말씀하세요.”
  • 노인을 바라보는 임봉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노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내가 너를 혼냈던 건 사실 다 너를 위한 거였다!”
  • “허…”
  • 임봉은 그저 냉소를 터트렸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 “봉아, 내가 많이 원망스러우냐?”
  • 노인이 갑자기 물었다.
  • “예전에는 많이 원망했었죠.”
  • “그럼 지금은?”
  • “이제는 아무렴 상관없어요. 10년이나 지났잖아요.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고요.”
  • “그래, 아무 의미도 없지. 인생에 10년이 몇 번이나 있겠느냐…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법이야. 스스로 강하다 자부했건만, 아득히 먼 그 경지를 끝내는 뛰어넘지 못했구나.”
  •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석양이 지고 황혼이 찾아오고 있었다. 저녁노을이 구름과 어우러져 광활한 산림 사이로 어슴푸레한 빛이 내려앉으며 아름다운 광채를 반사했다.
  • “석양이 참 아름답구나, 하지만 곧 황혼이 다가오겠지.”
  • 노인은 한마디 탄사를 내뱉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 “봉아, 나를 사부라고 한 번만 불러 줄 수 있겠느냐?”
  • 임봉은 고개를 숙였다.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변함없는 냉소가 걸려 있었다.
  • 노인은 그런 그의 반응이 익숙한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봉아, 너는 천계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느냐?”
  • “봉아, 만두가 먹고 싶구나.”
  • “봉아, 이가 아프구나…”
  • 그러다 서서히 주위가 고요해졌다.
  • 휘이-
  • 약간의 선선함을 담은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그렇게 또 한참이 지났다.
  • 임봉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느새 두 눈을 감고 있는 노인에게서는 이미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 이를 본 임봉은 순간 앞으로 다가가 노인의 시신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 “저를 속여서 산에서 내려가게 한 다음 그 핑계로 저를 또 혼내시려는 거죠? 뭐 하러 굳이 황당하게 죽은 척까지 하시는 겁니까?”
  • 하지만… 임봉이 무슨 말을 해도 노인에게서는 더 이상 그 어떤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점점 보라색으로 변해갔고, 몸 또한 점점 차가워져 갔다.
  • 노인의 앙상한 몸은 50kg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예전의 그 선풍도골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
  •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
  • 10년 전, 임봉은 겨우 22살이었고, 대학을 갓 졸업한 참이었다.
  • 여자 친구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러 혼자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가고 있었다.
  • 하지만 도중에 이 신비로운 노인을 만났고, 노인은 그가 영적인 능력을 타고났다면서 도를 닦기에 좋은 자질을 가졌다고 말했다.
  • 그러더니 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그를 이 인적이 드문 산속으로 데려왔다.
  •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10년간 노인은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 매일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수련을 시작해야 했다. 7시에는 권법을, 10시에는 다리를 움직이는 법을, 12시에 검술을 연습했고, 오후 2시에는 동술을, 오후 6시에는 진법을, 밤 9시에는 약술을 익혔으며, 자정이 지난 뒤에는 호흡법 수련을 시작했다.
  • 그런 식으로 날이 거듭되고, 해가 거듭되었다.
  • 10년 동안 그는 수도 없이 도망치려 했었다. 이곳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 하지만 매번 노인에게 손쉽게 다시 잡혀 오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독한 매질을 당했다.
  • 가장 심했던 한 번은 거의 죽을 뻔하기도 했었다.
  • 아무리 도를 닦는 것이 큰 기회라지만, 임봉은 그런 것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 여자 친구는 그가 가서 청혼하길 기다리고 있었고, 집에서는 연로한 부모님과 어린 여동생이 그가 돈을 벌어 집을 부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 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노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그는 집에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레 꺼낸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무릎을 꿇고 애원까지 했지만, 그럼에도 노인은 동의하지 않았다.
  • 그 대신 노인은 그를 또 한 번 독하게 매질하며 차갑게 말했었다.
  • “도를 닦는다는 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러니 반드시 속세의 인연은 끊어내야 한다! 내가 죽기 전까지는 하산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
  • ……
  • 그 순간부터, 임봉은 눈앞의 이 노인을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했다. 그는 매일 이를 악물고 수련에 매진하며 하루빨리 노인을 능가할 만큼 도를 쌓아 그를 갈기갈기 찢어 이 원한을 풀 수 있기를 바랐다.
  • 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10년이 지난 것이다. 10년 동안 열심히 수련했지만, 노인을 능가하게 되는 그날은 끝내 오지 않았고, 대신 이런 장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 지금 이 순간, 임봉은 마음속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