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계획 실패
- 그녀는 전혀 윤하영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다.
- 분명 경비원한테 쫓겨나고 말 것이다!
- ……
- 다음 날 윤하영은 심플한 반팔에 청바지를 입고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는 가방을 메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 이연화는 평소와 달리 친절한 말투로 말했다.
- “하영아, 아침 먹고 가.”
- 윤하영은 원래 아침을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윤진아의 질투 어린 눈빛을 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 “네, 엄마.”
- 윤태웅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젊은 애가 아침을 안 먹으면 쓰나. 하영이도 앞으로는 꼭 아침 챙겨 먹어!”
- 윤하영은 애써 어이없는 표정을 감추었다.
- 이렇게 서로 사이좋은 부녀간이라니!
-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들이 서로를 아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인 줄 알 것이다!
- 아침을 다 먹은 윤하영은 바로 집을 나섰다.
- 윤진아도 핑계를 대고 몰래 윤하영을 따라나섰다.
- 그녀는 윤하영을 전혀 믿지 않았다. 겨우 청소부가 이렇게 큰 사업이 달린 계약을 어떻게 성사시키겠는가.
- 그녀는 민산 그룹 문 앞에서 윤하영이 경비원에게 쫓겨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어 대학교 게시판에 올릴 생각이었다.
- 윤하영이 대학을 가기도 전에 망신을 당하게 말이다!
- 윤하영이 막힘없이 민산 그룹 빌딩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윤진아도 눈을 굴리며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 윤진아는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물었다.
- “혹시 여기 윤하영이라는 청소부가 있나요?”
- 전현우와 전아현을 해고한 후 민산 그룹은 한바탕 재정돈되었다.
- 그러자 프런트 데스크 아가씨는 바로 윤진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죠?”
- 윤진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 “그냥 물어본 거예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 프런트 데스크의 아가씨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경비원을 불렀다.
- 경비원은 윤진아가 어제 안지훈과 함께 온 여자라는 것을 알아보고 즉시 그녀를 쫓아냈다.
- “재수 없게, 멀리 꺼지세요! 한 번만 더 우리 회사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면 그땐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 윤진아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았겠는가?
- 그녀는 화가 나서 눈까지 빨개졌다.
- 까짓것 안 들어가면 될 거 아니야!
- 그녀는 민산 그룹 빌딩 맞은편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을 들고 윤하영이 경비원에게 쫓겨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렸다.
-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고…
- 두 시간이 지났지만……
- 윤하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뜨거운 태양에 윤진아는 쓰러질 것 같았고 기다리느라 지치고 목이 말랐다.
- 빌어먹을 윤하영, 내가 오늘 네가 쫓겨나는 꼴을 꼭 찍고 만다!
- ……
- 그리고 같은 시각, 38층에 있는 대표 사무실.
- 윤하영은 기분 좋게 스타벅스를 마시며 맛있는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 그리고 에어컨 바람까지 쐬고 있었는데, 정말 이보다 더 천국이 없었다!
- “아저씨, 이 케이크 너무 맛있어요!”
- 민서준은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윤하영 입가의 크림을 닦아 주며 말했다.
- “맛있으면 많이 먹어.”
- 그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손가락에 묻은 크림을 자신의 입에 넣었다.
- 이를 본 윤하영은 헛기침을 했다.
- “콜록콜록!”
- 그녀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 세상에!
- 이렇게 무심코 훅 치고 들어오는 게 가장 치명적이었다!
- “아저씨, 전에 연애해봤죠?”
- 비록 이런 문제로 고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냥 알고 싶었다. 그래도 조금은 질투가 났기 때문이다!
- “처음이야.”
- 민서준은 일석이조인 대답을 했다.
- “결혼이든 그런 일이든 다 처음이야.”
- 이에 윤하영은 기분이 부풀어 올랐지만, 입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 말했다.
- “그럴 리가요. 아저씨처럼 이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요. 분명 엄청 많은 여자들이 아저씨 좋아할 거예요!”
-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여자들한테 워낙 관심이 없어서.”
- 또다, 또!
- 아저씨는 정말 여자 마음을 설레게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분명 아주 진지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멘트를 날려 사람을 설레게 한다는 것이었다!
- 민서준이 말했다.
- “그러니까 나한테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줘, 배울 게.”
- “아저씨가 최고예요!”
- 윤하영은 조금 망설이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다리가 어떻게 된 건지 묻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아저씨의 슬픈 기억을 떠올리게 할까 봐 두려웠다.
- 됐어, 그냥 나중에 기회 되면 물어보지 뭐!
- 똑똑똑!
- 입구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 허강민은 문 앞에 서서 공손하게 물었다.
- “민 대표님, 시키신 대로 준비 마쳤는데 물건 지금 들일까요?”
- 민서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 그러자 곧 솜사탕처럼 푹신한 쿠션이 달린 소파와 담요, 털이 복슬복슬한 토끼 슬리퍼까지 들고 들어왔다.
- 전부 다 귀엽고 러블리한 스타일이었다.
- 심지어 전부 핑! 크! 색!
- 허강민은 순정 만화책을 한가득 내려놓고는 윤하영을 향해 맘껏 즐기라는 손짓을 했다.
- “사모님, 대표님이 시키신 대로 특별히 사모님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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