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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쓰레기 냄새

  • “허 비서님, 제발 계약 중지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같이 한 세월이 얼만데, 그동안 아무 문제 없었잖아요?”
  • 허강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 “민산 그룹뿐만 아니라 민산 그룹 계열사들도 전부 계약 중단할 겁니다. 그러니 얼른 떠나시죠.”
  • “도대체 왜죠? 이유라도 알려주셔야죠.”
  • 그러자 허강민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당신한테 쓰레기 냄새가 나니까요!”
  • 그 말에 안지훈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왠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말인데…
  • 그러고는 갑자기 경비원 몇 명이 달려들더니 쓰레기통 몇 개를 통째로 안지훈의 몸에 쏟아부었다.
  • 먹다 남은 음식물, 콧물 닦은 휴지, 그리고 피가 묻은 생리대까지 전부 그의 머리에 쏟아졌다!
  • 안지훈의 몸에서는 지독한 악취가 풍기기 시작했고 이에 그는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 허강민은 손수건을 들고 입과 코를 가리며 말했다.
  • “냄새가 지독하네요. 얼른 끌어내세요.”
  • 안지훈은 그렇게 거리에 버려졌고 지나친 악취에 사람들은 다들 입과 코를 가리고 멀리 피했다.
  • 윤진아도 겁에 질려 그를 따라 달려 나와 코를 막고 주저하며 물었다.
  • “지훈 씨, 괜찮아?”
  • “내가 괜찮아 보여?”
  • 안지훈은 윤진아를 향해 세게 뺨을 내리치며 그녀에게 화풀이를 했다.
  • 이에 윤진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안지훈이 감히 그녀에게 손을 대다니!
  • “미친놈, 네가 감히 날 때려? 너네 집 곧 망해, 돈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
  • 윤진아는 안지훈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는 얼른 택시를 잡아타고 도망갔다.
  • 윤진아에게 안지훈은 자신을 좋아하는 수많은 남자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 그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저도 모르게 윤하영을 떠올렸다.
  • 전에 안지훈이 대문 앞에서 윤하영 몸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욕했었다.
  • 그리고 방금 전 경비원들이 쓰레기를 안지훈 몸에 쏟아부었었다.
  • 설마 윤하영 스폰서가 민산 그룹 임원은 아니겠지?
  • 윤진아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을 다독였다.
  • 윤하영은 그저 민산 그룹의 청소부일 뿐이다!
  • ……
  • 한 편.
  • 윤하영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 “아저씨, 저 대신 복수해 준 거예요?”
  • 민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 “이제 기분 좀 좋아졌어?”
  • “너무 좋아요!”
  • 윤하영은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다.
  • “그 안지훈이라는 사람 좋은 사람 아니에요. 그 집 회사도 분명 무슨 문제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그런 쓰레기 회사랑 계약하지 말아요! 그 사람은 아저씨 신발 들어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에요!”
  • 어쩜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 그녀의 환한 미소에 민서준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 비록 지금은 부산에 숨어살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민 씨 집안 도련님이었다.
  • 그러니 민서준의 아내도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 “자, 이것 좀 봐.”
  • 민서준이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 윤하영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서류를 열어 힐끗 쳐다보더니 놀라움에 목소리도 한껏 높아진 듯했다.
  • “윤산 그룹과의 계약서?”
  • 그러자 민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 “내가 주는 신혼 선물.”
  • 윤하영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 “아저씨, 혹시 이 계약서 윤 씨 가문에 전달할 생각이에요?”
  • “맞아, 내가 윤 씨네 집안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 너야말로 진정한 윤 씨 집안 핏줄이더라고. 그런데 오히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가짜한테 괴롭힘이나 당하고 있고. 이 계약서를 윤 씨 집안에 전달하면 네 부모님도 좀 달라지겠지.”
  • 윤하영은 고개를 떨군 채 한참이나 그대로 있었다.
  • 민서준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 “왜 그래?”
  • 그는 여자들을 기쁘게 해주는 방법을 잘 몰랐다. 연애든 결혼이든 모두 처음이라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 민서준은 비록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급해서 난리도 아니었다.
  • “아저씨, 너무 감동돼서 그래요!”
  • 윤하영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아저씨, 아저씨는 세상에서 저한테 제일 잘 해주는 사람이에요!”
  • 민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 “네가 내 와이픈데, 내가 너한테 잘해줘야지 아님 누구한테 잘해줘?”
  •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는 사람의 마음을 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만 같았다.
  • 윤하영의 작은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 ……
  • 윤하영은 회사에서 일하는 민서준과 줄곧 함께 있다가 같이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 집안의 분위기는 아주 무거웠다.
  • 윤진아는 집으로 돌아와 안지훈이 민산 그룹에서 쫓겨난 일을 얘기했다.
  • 처음에 윤태웅과 이연화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 10분 전에 소식을 듣고서야 윤진아의 말을 믿었다.
  • 민산 그룹은 오늘부터 안 씨 집안과의 모든 계약을 중단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전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민산 그룹은 위약금이 무섭지도 않나?”
  • 이연화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이에 윤태웅은 차갑게 그녀를 꾸짖었다.
  • “그깟 위약금이 대수야? 민산 그룹한테 위약금은 아무것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