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아현의 눈빛은 질투로 가득 찼다. 자신이 윤하영보다 훨씬 여성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허 비서님~”
전아현은 가슴을 내밀고 자신의 각선미를 강조하며 애교 부리며 말했다.
“저랑 하영이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뿐이에요…”
“인턴이시죠?”
허강민은 몸매를 어필하는 전아현의 모습에 구역질이 나 토할 것 같았다.
“대체 누가 당신처럼 교양 없는 사람을 회사에 들인 거죠? 얼른 인사팀 책임자 불러오세요!”
소식을 들은 전현우는 허겁지겁 달려왔다.
“허 비서님, 오해입니다! 오해예요! 우리 딸은 정말 훌륭한 인재입니다. 저도 다 회사 미래를 생각해서 채용한 겁니다.”
이에 허강민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회사를 위해서입니까, 아님 당신 자식을 위해서입니까? 감히 권력을 남용하다니, 민산 그룹을 무시하는 겁니까? 당신도 해고입니다. 가서 월급 정산하고 떠나세요! 그리고 오늘부터 그 어떤 회사에도 입사하지 못할 겁니다! 부산에서 조금이라도 민산 그룹과 관계가 있는 회사는 절대 당신을 채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을 마친 허강민은 윤하영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가시죠, 하영 씨!”
전현우는 충격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중년에 직장을 잃고, 심지어 부산 그 어떤 회사에도 재입사하지 못한다니… 앞으로 집안 식구들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전아현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빠…”
“못난 년!”
전현우는 전아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네가 결국은 내 발목을 잡는구나! 내가 너 재워주고 먹여주고 공부시켜주고, 너한테 쓴 돈이 얼마인 줄은 알아? 근데 결국 이렇게 아버지를 망치는구나! 내가 오늘 이 불효녀를 때려죽이고 말 테다!”
전현우는 전아현에게 가차 없이 폭행을 가했고, 전아현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경비 팀장은 사람들을 데리고 그들을 쫓아냈다.
“때릴 거면 집에 가서 때리세요. 민산 그룹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
윤하영은 38층 대표 사무실에 도착했고 드디어 민서준을 만나게 되었다.
“아저씨!”
윤하영은 신이 나서 달려갔다.
“왔어?”
민서준은 산더미처럼 수북이 쌓인 서류를 앞에 두고 미간을 주무르고 있었다.
윤하영은 민서준에게 걸어가 그의 휠체어를 밀며 말했다.
“아저씨, 좀 쉬어요, 저랑 같이 햇볕 좀 쬐러 가요.”
“그래.”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넓은 테라스 위에 서 있으니 부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민서준이 물었다.
“어때, 복수했어?”
윤하영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하하하!”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민서준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몇 분 뒤 허강민이 들어오더니 허리를 굽히며 공손히 말했다.
“민 대표님, 민산 그룹 건축 자재 납품을 담당하는 안 씨 집안 안지훈 씨가 대표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허 비서가 나 대신 만나보면 되겠네.”
민서준은 건성건성 대답했다.
그는 별것도 아닌 사람 때문에 윤하영을 혼자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안지훈은 자신을 만날 자격이 없었다.
“아저씨, 안 씨 집안이랑 같이 일하는 사이에요?”
윤하영이 물었다.
“왜?”
그러자 윤하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 사람 좋은 사람 아니에요! 사람 보는 눈빛이 야한 게 역겨워 죽겠다니까요! 심지어 제 몸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민서준은 갑자기 안색이 싸늘해지더니 허강민에게 명령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안 씨 집안과의 계약은 무효야,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전부 중지시켜! 그리고, 쓰레기도 그 사람한테 전부 쏟아부어!”
이에 허강민의 얼굴도 엄숙해지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표님, 지금 바로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몰래 윤하영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윤하영이 민서준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 지 재평가해야 할 것 같았다!
……
응접실.
안지훈과 윤진아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안지훈은 가슴을 치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진아야, 걱정 마. 우리 안 씨 집안과 민산 그룹 사이 계약은 그동안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어. 아주 좋은 사이니까 분명 아무 문제 없을 거야!”
“지훈 씨, 지훈 씨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윤진아는 그런 그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헤헤, 그럼 이따 같이 커플 영화관…”
이때 문이 열리면서 경비원 여러 명이 들어왔다.
안지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허 비서님은요? 전 분명 허 비서님이랑 약속하고 왔는데 왜 허 비서님이 안 보이죠?”
경비원은 차갑게 대답했다.
“허 비서님은 당신을 만나지 않을 겁니다. 대표님께서 안 씨 가문과의 모든 계약을 중단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안지훈은 머리가 띵해지는 것 같았다!
모든 계약을 중단한다고?
그럼 안 씨 집안은 망하는 게 아닌가?
안지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허 비서님 만나야겠어요! 직접 만나서 확실히 물어봐야겠다고요!”
“저 여기 있습니다.”
허강민은 응접실 입구에 서서 차갑게 말했다.
“물어볼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민산 그룹에 얼씬하지 마십시오!”
“허 비서님!”
안지훈은 눈을 반짝이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한 심정으로 달려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