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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4억

  • 전에 윤진아가 윤하영을 자극할 때마다 그녀는 미쳐 날뛰며 욕설을 퍼붓거나 자신을 때렸었다.
  • 그리고 이를 본 부모님은 윤하영을 더욱더 미워하고 자신을 더 예뻐하게 된다.
  • 그런데 오늘은 윤하영이 약을 잘못 먹기라도 한 걸까?
  • 거실에는 아버지 윤태웅과 어머니 이연화 두 분 다 있었다.
  • 윤하영이 돌아온 모습을 본 이연화의 안색은 순식간에 나빠졌다.
  • “윤하영, 너 집 나간다고 할 땐 언제고 이렇게 집엘 들어와? 난 네가 진짜 그대로 뛰쳐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지! 너 지금 몸에 걸치고 있는 건 무슨 옷이니?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온 거야? 너 감히 우리 윤 씨 집안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라도 저질렀다가는 시골로 돌아갈 줄 알아!”
  • “제가 엄마한테 4억 드리면 결혼 안 해도 되고 공부도 계속하게 해 준다고 하셨죠?”
  • 윤하영은 무표정으로 물었다.
  • 그녀는 이제 이 집, 그리고 윤진아밖에 모르는 부모님에 대해 이미 마음을 접었다!
  • 그러자 이연화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 “네가 그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설마 모르겠어? 아껴 쓰고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언제 4억을 모으니?”
  • 윤하영은 아무 말도 없이 등에 멘 가방을 내려놓더니 바닥에 돈을 쏟아부었다.
  • 오만 원권 돈다발이 바닥에 가득 쌓였다.
  • 바닥에 가득 쌓인 오만 원권에 윤태웅과 이연화는 어안이 벙벙했다.
  • “여기 4억이요. 앞으로 제 혼사에 관한 일 함부로 결정하지 말아주세요.”
  • 말을 마친 윤하영은 돌아서서 방으로 갔다.
  • 윤태웅은 화를 내며 말했다.
  • “거기 서! 이 돈 어디서 난 거야? 어디서 훔쳐 온 거 아니야?”
  • 윤하영은 고개를 숙여 애써 눈물을 삼켰다.
  • 이게 바로 그녀의 친부모였다.
  • 그들 눈에 그녀는 천박하고 급떨어지며 애완견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 “재벌 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돈은 사장님한테 빌린 거고 졸업하고 천천히 갚기로 했고요. 이 옷도 사장님이 필요 없다고 저한테 주신 거예요.”
  • 윤하영은 전혀 부모님께 진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이 집 사람들에 대해 철저히 실망했기 때문이다.
  • 윤하영은 부모님의 경악스러운 시선 아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섰다.
  • 윤 씨 집안 큰 아가씨인 윤하영의 방은 어두컴컴한 다락방, 다용도실을 다시 인테리어해 만든 방이었다.
  • 그러나 정작 윤진아는 2층에서 가장 크고 가장 햇빛이 잘 드는 방에서 지냈다.
  • 윤진아가 피아노, 다예, 꽃꽂이, 미술을 배울 때, 운하영은 치킨집에서, 노래방에서 알바를 했으며 과외를 했다.
  • 윤진아는 아주 쉽게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지만 윤하영이 받을 수 있는 거라곤 눈총이나 욕설밖에 없었다.
  • 윤하영은 숨을 깊이 한 번 들이마셨다.
  • 그녀는 갑자기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었다.
  • 그리고 그때 카톡 하는 소리와 함께 문자가 도착했다.
  • 프로필 사진은 검은색 실루엣에 이름은 달랑 ‘민' 한 글자였다.
  • 윤하영은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곧바로 친구 추가를 통과했다.
  • 민: 괜찮아?
  • 윤하영: 아저씨예요?
  • 민: 응.
  • 윤하영: 아저씨, 전 이제 괜찮아요! 부모님한테 4억 드렸어요.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시더라고요! ㅋㅋㅋ
  •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민서준은 윤하영이 보내온 활짝 웃는 이모티콘을 보며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 민: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 윤하영: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아요!
  • 민: 주소를 공유했습니다.
  • 민: 내일 나 찾으러 여기로 와.
  • 윤하영: 네, 아저씨!
  • 그녀는 핸드폰을 가슴에 묻고 달콤한 웃음을 지었다.
  • ……
  • 윤하영이 4억을 내놓은 후로 이연화는 두 번 다시 결혼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 저녁 식사 때 윤태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어휴! 윤성 그룹이 민산 그룹이랑 계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산에 있는 민산 그룹 지사라 하더라도 윤성 그룹이 일 년에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훨씬 많을 텐데!”
  • 이를 들은 윤하영은 솔깃해졌다. 민산 그룹?
  • 아저씨도 민 씨였던 것 같은데 설마 아저씨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
  • 윤하영은 살며시 귀를 쫑긋 세웠다.
  • 이연화는 갑자기 뭐가 생각 나기라도 한 듯 말했다.
  • “참, 안지훈이 계속 우리 진아 따라다니지 않았었나? 안 씨 집안에서 줄곧 민산 그룹이랑 계약했었기도 하고. 안지훈한테 다리 좀 놓아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진아야, 네 생각은 어때?”
  • 그러자 윤진아는 자신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
  • “물론이죠, 이따 바로 지훈 씨한테 전화해 볼게요.”
  • “진아야, 나한테 어쩜 이렇게 예쁜 딸이 다 있을까!”
  • 이연화는 쉴 새 없이 윤진아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
  • 윤하영은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렸다.
  • 음탕한 눈에 윤진아 말이라면 뭐든 하는 그 안지훈!
  • “윤하영, 너 그게 무슨 표정이야?”
  • 이연화는 윤하영을 나무라며 말했다.
  • “여름방학이라고 집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내일부터 나가서 알바나 해. 네 등록금 내줄 생각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