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윤진아가 윤하영을 자극할 때마다 그녀는 미쳐 날뛰며 욕설을 퍼붓거나 자신을 때렸었다.
그리고 이를 본 부모님은 윤하영을 더욱더 미워하고 자신을 더 예뻐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윤하영이 약을 잘못 먹기라도 한 걸까?
거실에는 아버지 윤태웅과 어머니 이연화 두 분 다 있었다.
윤하영이 돌아온 모습을 본 이연화의 안색은 순식간에 나빠졌다.
“윤하영, 너 집 나간다고 할 땐 언제고 이렇게 집엘 들어와? 난 네가 진짜 그대로 뛰쳐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지! 너 지금 몸에 걸치고 있는 건 무슨 옷이니?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온 거야? 너 감히 우리 윤 씨 집안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라도 저질렀다가는 시골로 돌아갈 줄 알아!”
“제가 엄마한테 4억 드리면 결혼 안 해도 되고 공부도 계속하게 해 준다고 하셨죠?”
윤하영은 무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는 이제 이 집, 그리고 윤진아밖에 모르는 부모님에 대해 이미 마음을 접었다!
그러자 이연화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그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설마 모르겠어? 아껴 쓰고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언제 4억을 모으니?”
윤하영은 아무 말도 없이 등에 멘 가방을 내려놓더니 바닥에 돈을 쏟아부었다.
오만 원권 돈다발이 바닥에 가득 쌓였다.
바닥에 가득 쌓인 오만 원권에 윤태웅과 이연화는 어안이 벙벙했다.
“여기 4억이요. 앞으로 제 혼사에 관한 일 함부로 결정하지 말아주세요.”
말을 마친 윤하영은 돌아서서 방으로 갔다.
윤태웅은 화를 내며 말했다.
“거기 서! 이 돈 어디서 난 거야? 어디서 훔쳐 온 거 아니야?”
윤하영은 고개를 숙여 애써 눈물을 삼켰다.
이게 바로 그녀의 친부모였다.
그들 눈에 그녀는 천박하고 급떨어지며 애완견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재벌 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돈은 사장님한테 빌린 거고 졸업하고 천천히 갚기로 했고요. 이 옷도 사장님이 필요 없다고 저한테 주신 거예요.”
윤하영은 전혀 부모님께 진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이 집 사람들에 대해 철저히 실망했기 때문이다.
윤하영은 부모님의 경악스러운 시선 아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섰다.
윤 씨 집안 큰 아가씨인 윤하영의 방은 어두컴컴한 다락방, 다용도실을 다시 인테리어해 만든 방이었다.
그러나 정작 윤진아는 2층에서 가장 크고 가장 햇빛이 잘 드는 방에서 지냈다.
윤진아가 피아노, 다예, 꽃꽂이, 미술을 배울 때, 운하영은 치킨집에서, 노래방에서 알바를 했으며 과외를 했다.
윤진아는 아주 쉽게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지만 윤하영이 받을 수 있는 거라곤 눈총이나 욕설밖에 없었다.
윤하영은 숨을 깊이 한 번 들이마셨다.
그녀는 갑자기 아저씨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때 카톡 하는 소리와 함께 문자가 도착했다.
프로필 사진은 검은색 실루엣에 이름은 달랑 ‘민' 한 글자였다.
윤하영은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곧바로 친구 추가를 통과했다.
민: 괜찮아?
윤하영: 아저씨예요?
민: 응.
윤하영: 아저씨, 전 이제 괜찮아요! 부모님한테 4억 드렸어요.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시더라고요! ㅋㅋㅋ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민서준은 윤하영이 보내온 활짝 웃는 이모티콘을 보며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민: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윤하영: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아요!
민: 주소를 공유했습니다.
민: 내일 나 찾으러 여기로 와.
윤하영: 네, 아저씨!
그녀는 핸드폰을 가슴에 묻고 달콤한 웃음을 지었다.
……
윤하영이 4억을 내놓은 후로 이연화는 두 번 다시 결혼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저녁 식사 때 윤태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휴! 윤성 그룹이 민산 그룹이랑 계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산에 있는 민산 그룹 지사라 하더라도 윤성 그룹이 일 년에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훨씬 많을 텐데!”
이를 들은 윤하영은 솔깃해졌다. 민산 그룹?
아저씨도 민 씨였던 것 같은데 설마 아저씨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
윤하영은 살며시 귀를 쫑긋 세웠다.
이연화는 갑자기 뭐가 생각 나기라도 한 듯 말했다.
“참, 안지훈이 계속 우리 진아 따라다니지 않았었나? 안 씨 집안에서 줄곧 민산 그룹이랑 계약했었기도 하고. 안지훈한테 다리 좀 놓아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진아야, 네 생각은 어때?”
그러자 윤진아는 자신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이따 바로 지훈 씨한테 전화해 볼게요.”
“진아야, 나한테 어쩜 이렇게 예쁜 딸이 다 있을까!”
이연화는 쉴 새 없이 윤진아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
윤하영은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렸다.
음탕한 눈에 윤진아 말이라면 뭐든 하는 그 안지훈!
“윤하영, 너 그게 무슨 표정이야?”
이연화는 윤하영을 나무라며 말했다.
“여름방학이라고 집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내일부터 나가서 알바나 해. 네 등록금 내줄 생각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