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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의심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무서워진다

  • 로빈은 아이를 안고 의심이 들었지만 카메라 앞이었기에 프로페셔널한 웃음을 띠었다.
  • “언니, 미안해요. 제 아이스크림이 녹아버렸어요.”
  • 연서하는 애티 나는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 로빈이 고개를 숙여보니 아이의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이 진짜 녹아버려서 한 방울 한 방울씩 그녀의 값비싼 원피스에 떨어지고 있었다.
  • 그녀는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연서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억지웃음을 짓는 것도 잊은 채 얼굴에 짜증이 가득 찼다.
  • 연서하는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뒤돌아서 도망쳤다.
  • 성세연은 제자리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가 돌아온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 오빠 연서후가 되려 침착하게 말했다.
  • “거봐요, 혼자 찾아온다니까요.”
  • 한편, 로빈은 얼굴에 화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치마가 이렇게 더럽혀졌는데 어떻게 입고 나가란 거야.”
  • 보디가드의 경호 속에 로빈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고개를 들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 여겼다. 연영이 사라진 지 5년이나 되었고 그동안 감감무소식이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 얼굴, 그녀가 20년 동안 질투해온 얼굴이다. 잿더미로 변한다 해도 알 수 있었다.
  • 이 사람은 연영이었다.
  • “연영, 너 죽지 않았구나!”
  • 연영은 안색이 변하지 않은 채로 말했다.
  • “사람 잘못 보셨어요. 전 장미라고 해요.”
  • 그녀는 말하며 떠나려고 했지만 로빈이 뻗은 손에 잡혔다.
  • “아니, 잘못 볼 리가 없어. 넌 연영이야,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 연영은 그녀와 뒤얽히는 게 귀찮아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화장실을 나섰다.
  • 로빈은 쫓아가려 했지만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 그녀는 생각이 났다. 아까 그 아이 남진을 닮은 것 같았다.
  • 순간 로빈의 눈은 독에 물든 듯하였다. 그녀는 몸에 묻은 얼룩을 닦아낼 겨를도 없이 바로 연영을 쫓아가려 했지만 연영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 왕소윤 매니저는 그녀가 미친 것처럼 화장실에서 뛰쳐나오자 조급해졌다.
  • “너 대세 스타야, 뭐 하는 짓이야!?”
  • 로빈은 조금 냉정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기자들이 오늘 찍은 사진이 생각났고 만약 사진이 남진에게도 보여진다면….
  • “얼른, 오늘 자리에 있었던 기자한테 연락해서 그들이 오늘 내보내려 하는 기사들 다 막아.”
  • “도대체 무슨 일인데? 왜 기자들이 기사를 내보내면 안 되는데? 그렇게 좋은 화젯거리를 포기하다니, 이유라도 알려줘야지.”
  • 왕소윤은 신휘 엔터테인먼트의 골든 매니저였다. 특히 노이즈 마케팅에 능숙했고 많은 연예인들을 띄워주었기에 로빈의 이런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하지만 로빈은 어찌 감히 그 당시의 일들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엄청난 비밀은 그녀 자신 외에는 아무도 알게 해서는 안 되었다.
  • 그녀의 연기 실력은 형편 없었지만, 환성 엔터테인먼트의 톱이 되었다. 그리고 순탄하게 지냈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굽신거렸다.
  • 이 모든 것은, 남진의 여자친구라는 신분으로 얻게 된 것이다.
  • 만약 남진에게 이 아이의 사진을 보게 한다면 의심이 들 것이고 아이의 존재를 조사하게 되면서 5년 전의 일도 끄집어낼 수 있었다….
  • 로빈은 그 이상은 도무지 생각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