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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여자가 사통하여 임신하다

  • 로빈은 입을 막고 다급히 수줍은 척 연기했다.
  • “전 처음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책임지셔야 해요….”
  • 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명함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 “물론,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거야.”
  • 그는 그 말과 함께 긴 다리를 뻗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던 로빈은 벌떡 일어나 신나서 폴짝폴짝 뛰더니 명함에 대고 미친 듯이 입을 맞추며 말했다.
  • “앞으로 환성은 내 거야!”
  • 연영은 클럽에서 뛰쳐나온 뒤 곧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현금 인출기를 찾았다.
  • 카드 삽입과 잔액 확인.
  • 그리고 2억 원의 잔액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행이야, 엄마가 살 수 있으면 됐어.
  • 연영은 카드를 손에 꼭 쥔 채 다급히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 그러나 병실에 도착한 후, 엄마의 병상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 그녀는 지나가는 간호사를 불러세우고 물었다.
  • “안녕하세요, 203호 병실의 환자는요?”
  • 그 간호사는 고개를 들고 눈앞의 여자를 보자마자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 “203호 병실 환자분의 따님이시죠? 어젯밤 어디 가셨어요? 왜 전화를 받지 않으셨죠?”
  • 간호사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을 이었다.
  • “따님이시라는 분이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곁에서 지키지 않는다니.”
  • 그 순간, 연영은 크게 얻어맞은 것같이 머릿속이 멍했다.
  • “뭐라고요? 우리 엄마가 어떻게 됐다고요?”
  • 간호사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연영을 바라보며 그녀가 잡은 손을 홱 내팽개쳤다.
  • “203호 병실의 환자분은 새벽 두 시 십오 분에 응급처치도 소용없이 사망하셨습니다.”
  •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엄마는 멀쩡하셨다고요. 그럴 리가 없어요! 지금 거짓말하는 거죠? 당신은 분명 나를 속이고 있는 거예요.”
  • 연영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며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 “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 그리고 불현듯 뭔가가 떠오른 듯 황급히 가방을 뒤졌다. 각종 잡동사니가 어수선하게 바닥에 흩어졌고 한참 후에야 그 은행 카드를 찾을 수 있었다.
  • “우리 엄마가 병원비를 납부하지 못해서 몰래 딴 곳에 숨긴 거죠? 저 돈 생겼어요, 제가 돈 낼게요! 제발 부탁드려요, 우리 엄마 좀 살려주세요….”
  • 간호사는 멘탈이 철저하게 부서진 연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어머님의 유해는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으니까 가서 확인해보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그렇게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연영은 학교로 돌아갔다.
  •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과 거의 대화조차 하지 않고 온종일 휴대폰만 붙들고 어머니가 생전에 남기고 간 사진을 보고 또 봤다.
  •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2개월 동안, 연영은 체중이 열다섯 근이나 줄어들었다.
  • 어느 날, 연영은 수업을 보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 그녀를 진찰하던 의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한테 경고했다.
  • “임신 2개월 째입니다. 만약 영양을 제대로 보충하지 못한다면, 태아한테 극히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거예요.”
  • 그것은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연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 그날 밤의 황당한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임신까지 한 것이다.
  • 연영의 계모인 로이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 희소식을 알리기 위해 바로 딸한테 전화를 걸었다.
  • “빈아, 너 그거 알아? 연영이 그 계집년이 글쎄 임신을 했다네? 네 아빠는 이번만큼은 절대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거다. 반드시 그 년을 쫓아낼 거야!”
  • 한창 촬영을 하고 있던 로빈은 로이의 말에 낯빛이 크게 변하더니 말했다.
  • “엄마, 연영이가 꼭 그 아이를 지우도록 잘 감시하고 있어!”
  • 로이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 “왜?”
  • 로빈은 조급한 마음에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 “엄마, 이유는 묻지 마! 엄마 딸이 앞으로 부귀드라마를 누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다 엄마한테 달렸어. 엄마는 그냥 걔가 꼭 그 아이를 지우도록 잘 감시하고 있으면 돼, 내 부탁 들어줄 수 있지?”
  • 로이는 비록 이상했지만, 자신의 딸이 연영의 배 속의 아이를 그토록 신경 쓰고 있으니 자연스레 그쪽으로 주의를 더 기울였다. 그리고 곧바로 남편을 따라 연영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