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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간덩이가 부었다

  • “나를 건드리지 마! 이 변태야!”
  • 그녀도 어디서 나온 괴력인지 갑자기 남자를 옆으로 팍 밀쳐냈다.
  • 어둠 속에서 딱 하는 소리가 났는데 아마도 남진이 어딘가에 부딪친 것 같았다.
  • 연영은 그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토끼처럼 뛰여 올라 급히 도망쳐 나왔다.
  • 잠깐의 부딪침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고 남진은 눈앞이 아찔해 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아 잠시 정신을 추슬러야 했다.
  • 바깥에 서있던 두 명의 경호원은 불쑥 튀어나온 여자를 보고 깜짝 놀라 급히 남진한테 달려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 남진은 몸에 먼지를 털어내며 아무 일도 아니라면서 촬영장에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 남진은 되려 자신을 밀친 간덩이가 부은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 연영은 뛰쳐나와 촬영장으로 달려가던 중 마침 프런트에서 돌아오던 중인 성세연을 만났다. 성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연영도 설명할 겨를이 없이 두 사람은 급히 오디션 현장으로 달려갔다.
  • 남진이 현장을 뜨고 나서 로빈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깨뜨릴 뻔했다.
  • “실례합니다. 감독님 저는 이번에 조연 오디션을 보러 온 장미인데요.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 그녀는 숨을 간신히 쉬여가며 감독님께 몸을 굽혀 사과하였다.
  • 감독은 연영을 보자마자 눈앞이 환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눈앞의 여인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분위기가 우아하며 눈썹 사이사이로 요염함이 묻어나 있고 지어 검고 짙은 눈동자에는 남 모를 사연이 있는 듯한 아련함도 묻어나 있었다.
  • 연영이야말로 감독이 진정 애타게 기다리던 느낌을 가진 여배우라고 할 수 있었다.
  • 그가 막 입을 떼려고 할 때 귀 뒤에서 들려오는 로빈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렇게 중요한 오디션에 지각을 하다니 일말의 직업정신도 없으면서 어떻게 연기를 잘 할 수 있겠어?”
  • 감독은 얼굴색이 약간 변했는데 그는 로빈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가 없었고 게다가 눈앞에 있는 이 여배우는 확실히 오디션에 지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 그는 곧바로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혔다.
  • “네가 바로 그 장미야?”
  • “이런 사람하고 무슨 말을 더 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런 불성실한 사람은 그냥 다시돌려보내면 되잖아요!”
  • 남진이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로빈은 서둘러 그녀를 쫓아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였다.
  • “감독님, 제가 여기로 오던 와중에 작은 사고가 생겨 어쩔 수없이 지각을 하고 말았어요. 그래서 시간이 지체되고 모두에게 민폐를 끼쳤지만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
  • 그녀는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고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였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더욱 멋있어 보였고 비굴해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차 보였다.
  • 로빈은 분에 겨워 연영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었지만 하필 남진이 거의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 그녀는 억지로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말투를 온화하게 고치며 그한테 다가가서 말했다.
  • “이곳이 아침시장도 아닌데 오늘은 네가 미루고 내일은 쟤가 미루고 하면 드라마는 찍어라는 것인지 말아라는 것인지 모르겠어.”
  • 옆에 있던 감독도 남진이 온 것을 보고 당황해하며 말을 이었다.
  • “로빈 씨가 한 말이 맞아요. 규정상 장미 씨는 이번 오디션을 보지 못할 거 같아요.”
  • 연영은 애초부터 다른 사람한테 모함을 당한 것이기 때문에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연영을 보고 로빈은 대수롭지 않은 듯 남진한테로 다가가 애교를 부리며 느끼하게 말했다.
  • “자기야. 나는 책임감이 없는 여자랑 일하기 싫은데 그냥 보내면 안 돼?”
  • 남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로빈을 쳐다보고 곧 시선을 돌리다가 앞에 있던 연영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 연영은 삽시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리며 너무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 이 남자, 앞에 서있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의 아들딸과 매우 비슷한 이목구비를 가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