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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아내 길들이기

여배우 아내 길들이기

김치맛탄산수

Last update: 2021-11-04

제1화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연영아, 아빠가 모진 사람이라고 탓하지 마. 회사가 요즘 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못하니까 도저히 그 정도의 돈을 마련할 수 없어. 그리고 너의 엄마의 병원비는 거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는 거 아니야?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할지 추정조차 할 수 없잖아. 그러니까 아빠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
  • 로빈은 다정한 목소리로 온통 조롱 섞인 말만 내뱉었다.
  • 이때, 그녀는 갑자기 말머리를 돌려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연영아, 어쨌든 너랑 난 자매인데, 난 진심으로 너를 도와주고 싶어. 네가 그 일을 해주겠다고 약속만 하면, 2억 원을 받을 수 있어. 그럼 네 엄마의 치료비도 굳었잖아.”
  • 연영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엄마의 병상 옆에 앉아 사시나무 떨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로빈은 그녀가 아무런 대답이 없음에도 일말의 조급함도 보이지 않았다.
  • “연영아, 잘 생각해 봐. 네가 하지 않으면 너의 엄마는 죽을 거야. 넌 엄마가 죽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거야?”
  • 연영의 두 눈은 더욱 붉어졌다. 마치 누군가가 비수로 그녀의 가슴을 마구 헤집는 듯 마음속 깊숙이 고통이 밀려왔다.
  • 엄마를 죽게 해서는 안 돼, 절대 안 돼!
  • “할게.”
  • 연영의 눈동자에 한 가닥의 절망이 스쳐 지나갔다.
  • 로빈은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그래, 그래야지.”
  • 한 시간 후, 유란 클럽.
  • 아직 머뭇거리고 있던 연영은 로빈에 의해 어두운 룸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 깜깜한 룸 내부, 짐승 같은 남자가 그녀를 향해 덮쳐들었다.
  • 연영은 고통을 견디며 이 악몽 같은 상황이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 하지만 그 악몽은 마치 끝날 줄 모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그녀를 심연 속으로 끌어당겼고 그녀는 힘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 옆방, 여유롭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로빈.
  • 방 감독은 이미 50대가 넘었음에도 이토록 정력이 좋을 줄은 미처 몰랐네.
  • 청순하고 아름다운 연영이 누군가한테 더럽혀지고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그녀는 마음이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 로빈은 연영이 이런 일을 겪고도 앞으로 그녀 앞에서 본처가 낳은 딸 행세를 할 수 있는지 똑똑히 지켜볼 심산이었다.
  • 그리고 이 방 감독이라는 작자는 드라마 “우레”의 감독이었다. 그는 로빈이 “말을 잘 듣기만” 하면 여주인공 역할을 로빈한테 맡기겠노라고 명확하게 다짐했다.
  • 하지만 로빈은 느끼하고 역겨운 노인네인 방 감독한테 자신의 몸을 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 와중에 연영이 로빈을 대신해서 그 짓을 하겠다고 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 날이 곧 밝아올 때, 연영은 겨우 그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 옆방으로 건너왔다.
  • 연영은 두 눈이 빨개진 채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리에 서있었다.
  • “돈 내놔.”
  • 로빈은 연영을 위아래로 훑더니 풋 하고 웃으면서 그녀한테 카드 한 장을 던지면서 말했다.
  • “이 일은 무덤까지 갖고 가는 것이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모르거든.”
  • 로빈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 옆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전등도 켜지 않고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가 침대에 털썩 누웠다.
  •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뒤, 곁에 누워 있는 남자를 툭 밀며 말했다.
  • “난 이젠 당신의 여자니까, 당신이 했던 약속 지켜야 해.”
  • 흐릿한 불빛 아래, 남자가 침대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 “난 너를 책임질 거야.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
  • 남자의 굵고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감미로워 로빈은 순간 가슴이 철렁 가라앉았다.
  • 이건 방 감독이 아니야, 방 감독은 날카롭고 잠긴 목소리의 소유자니까.
  • 로빈은 손을 뻗었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 머리맡의 전등이 켜졌다.
  • 늘씬한 몸매에 조각 같은 외모의 남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로빈은 그에게서 후광이 비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 자세히 보는 순간, 로빈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 남진, 남진이라니!
  • 환성에서 가장 지체 높은 가문인 남 씨 가문의 셋 째 아들. 그 남자는 발을 몇 번 구르기만 해도 환성을 뒤흔들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