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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엉망진창 오디션

  • 이윽고 연영이 연기를 마쳤다.
  • 하지만 현장은 조용했다. 모든 사람은 여전히 그녀의 연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 “대단해요!”
  • 강철, 남진의 비서가 가장 먼저 환호했다.
  • 그들의 보스가 연기를 끝까지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이건 그녀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 그리고 그는 보스와 가장 가까운 비서로서 당연히 보스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행동해야 했다.
  • 감독이 이를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이 배우 괜찮네, 남진 도련님의 비서가 인정한 걸 보면 도련님이 그녀를 마음에 두었다는 걸 뜻하겠군.
  • 그가 고개를 돌려 남진이 슬레이트 치기를 기다렸다.
  • 이어 조연출이 다가왔다.
  • 조연출은 허리를 숙여 남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 “남 대표님, 연영이 말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만약 서브 여주인공 역할을 자신에게 넘긴다면 오늘 밤 장소를 정해 보내면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답니다.”
  • 마치 찬물을 얼굴에 끼얹은 것처럼 남진이 그녀를 향한 호감이 산산조각 났다.
  • 이로써 그의 마음속에는 의심이 싹텄다. 그전 둘의 교점조차 그 여자가 꾸민 짓이 아닐까.
  • 남진이 눈을 가늘고 위협적으로 떴다.
  • 하룻밤 자고 역할을 따내려고 했다니,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했어.
  • 이런 여자에게는 기회를 주어서는 안 돼.
  • 남진을 얼굴을 굳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바로 오디션장 밖으로 발을 옮겼다.
  • 모든 사람이 의문에 찬 모습이었다.
  • 이건 마음에 들었다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
  • “남 대표님, 이 여배우….”
  • 강철이 말을 절반 하다가 보스의 매서운 눈빛 한방에 뜻을 알아차렸다.
  • 그가 멈춰서 감독에게 말을 전했다.
  • “이 여배우가 마음에 안 드셨나 봅니다.”
  • 현장이 떠들썩해졌다.
  • 이런 연기, 마치 교과서급 퍼포먼스인데도 마음에 안 드셨다고?
  • 남진 도련님은 엄격해도 너무 엄격해, 이것도 아니라면 어떤 연기가 그를 만족하게 하겠어?
  • 로빈만이 한 쪽에 서서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 흥, 연영 네가 연기를 잘하면 뭐해, 그래도 너한테 기회는 없을 거야.
  • 연영도 할 말을 잃었다.
  • 그녀가 연기를 마친 몇 십 초 동안, 모든 사람이 그녀의 연기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자기 아들과 많이도 닮은 저 무뚝뚝한 얼굴이 감히 내 연기를 부정해? 대체 왜?
  • 그녀는 다시 돌진하여 남진의 앞을 막아섰다.
  •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이 여자 정말 대담도 하지, 감히 남진 도련님의 앞을 막다니!
  • “내 연기 어디가 부족한데요? 왜 나를 부정하는 건데요?”
  • 연영이 고개를 들고 눈빛을 그 남자에게로 꼿꼿이 고정했다.
  • 가까이에서 보니 아들과 더 닮았네.
  • 그녀는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 ‘저 사람은 내 아들이 아니야, 내 아들은 이렇게 크지 않아!’
  • 남진이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앞의 작은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도, 그 정교한 얼굴에는 작은 흠조차 없었다.
  • 확실히 좋은 외모를 지니긴 했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담하게 나를 꼬실 이유가 되진 못해.
  • 남진은 말을 하지 않고 무표정으로 곁의 강철을 바라보았다.
  • 강철이 곧 알아차리고 말했다.
  • “남 대표님이 안된다고 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아가씨, 더는 대표님의 시간을 지체하지 마세요.”
  • “왜요? 제 연기가 별로인가요? 어디 부족한 곳이 있다면 지적해 주세요. 제가 고칠게요,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저를 부정한 건 제가 용납 못 해요!”
  • 연영이 주먹을 꼭 쥐고 불굴의 의지로 그를 바라보았다.
  • “이 무슨 무엄한 짓인가요! 당신이 뭐라고 감히 도련님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겁니까? 당장 사과하세요!”
  • 감독님도 깜짝 놀랐다.
  • 남진 대표님이 오디션 현장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또 자칫하다가는 감독조차 이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는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신인을 제지해야 했다.
  • “내 연기 어디가 부족한데요, 말씀해 보세요!”
  • 연영도 절대 굽히지 않았다.
  • 그녀는 몸집이 작았지만 곧게 서 있는 자세에 마치 거대한 힘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 “말씀 못하시네요. 왜냐하면, 그쪽 연기를 몰라서 그래요. 예술도 모르고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래요. 네, 돈 좀 있으시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함부로 다른 사람을 부정해도 되는 거예요?”
  • 이 말을 끝으로 현장은 다시 한차례 침묵이 다가왔다.
  • 그 누구도 감히 남진 도련님께 이런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 이 여자 정말로 아마추어구나, 이젠 가망이 없겠어. 이 화려한 연예계로 발도 내밀지 못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