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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경이롭다

  • 남진은 그녀의 말에 잠시 주춤하였다. 눈앞에 있는 여성이 겉보기에도 여리여리해 보이고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으며 한 쌍의 눈동자는 순수하고 빛이 나며 맑아 보이기까지 하였다.
  • 남 씨 그룹 소속 엔터테인먼트는 환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 회사이다.
  • 그래서 그는 자연스레 수많은 여배우들과 접촉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는 대세 스타들도 있었고 거물급 스타들도 있었지만 그녀처럼 맑은 눈을 지닌 사람은 종래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 그녀의 눈빛은 맑은 가운데 사연이 담긴 듯하였고 무의식중에 매력 어필을 할 수도 있었으며 지어 이 세상의 희로애락을 전부 연기할 수 있는 듯했다.
  • 남진은 발길을 돌려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의 거동에 뭇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는데 남진 도련님이 자신을 밀친 여성한테 잘못을 운운하지는 않고 오히려 연기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 “진아, 급한 일이 있으면 가서 봐도 되는데 여기서 저 여자를 상대….”
  • 로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진은 칼날같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녀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고 외부 사람들은 로빈이 남진의 여자로 알고 있었기에 그녀한테 체면을 세워주기에 급급하였지만 그녀는 속으로 자신이 남진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감독은 흘러가는 분위기를 살피고는 즉시 그녀한테 오디션을 볼 기회를 주었다.
  • “그러면 여주와 조연이 다시 만나는 장면을 테스트하는 것이 어때? 여기서는 심 씨 가문 큰 아가씨가 남양에서 돌아온 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고 작은 아가씨를 추궁하는 장면인데….”
  • “감독님, 저 몸이 불편해서 같이 연기를 못할 거 같은데.”
  • 로빈은 연영을 죽도록 원망하였지만 티를 낼 수 없었고 그런 그녀가 연영을 도와 연기를 같이 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는 연영이 그녀보다 훌륭한 외모를 가지였기에 남진 앞에서 비교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 감독은 로빈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다시금 입을 열었다.
  • “그럼 상대역 없이 혼자서 연기를 해야지.”
  • 연기를 같이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배역에 몰입을 하고 공기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기에 그만큼 난도가 높았다.
  • 그리고 감독은 그녀한테 전혀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고 막무가내로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연기를 시작하라고 재촉했다. 연영이 숙였던 머리를 다시 들었을 때는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 그녀의 기세는 단번에 변하였는데 조금 전 완강하게 자신의 기회를 쟁취하던 여성에서 금방 어머니를 여의고 애도의 눈빛을 띤 여성으로 탈바꿈하였다.
  • 연영은 허공에 대고 대사를 쳤지만 누구도 그 장면이 어색해 보이지 않았고 우스워 보이지 않았으며 그녀의 연기에 매료되어 커다란 슬픔에 잠식되었다.
  • 남진도 마찬가지였는데 연기를 하고 있는 연영을 보면서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었다.
  • 이렇게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본 지 퍽이나 오래되였다.
  • 그녀는 이미 드라마의 배역에 심취해 있었고 자신이 원래 연영이 아닌 심 씨 가문의 큰 아가씨인 듯 실제로 겪은 일처럼 생동하게 느껴졌다. 남진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 옆에 있던 로빈은 남진이 자신의 연기를 볼 때와 같이 건성으로 대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에 이미 혈안이 되어있었다.
  • 연영이 언제 이렇게 연기 실력이 늘었지?
  • 로빈은 분에 겨워 손을 꼭 쥐고있자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그순간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남진은 자신한테 달라붙는 여성들을 제일 싫어하는데 만약 연영이….
  • 여기까지 생각한 로빈은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