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나 밀지 마. 나, 이 말 꼭 해야겠어. 이 몇 년 동안 왜 좋은 드라마가 나오지 못했는지 알아? 다 당신들 같은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관여해서 그래. 자본으로 모든 걸 휘어잡고 그들의 입맛으로 배우 운명도 결정해서 그렇다고. 이 아무것도 모르는 자본가야!”
연영은 말하면 말할수록 열불을 토하고 무뚝뚝한 얼굴의 남진은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났다.
이 여자 어디서 나온 용기지,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의 전문성을 의심하다니?
남진은 입꼬리가 부르르 떨렸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말을 아끼는 이 남자는 이 현장에 온 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은 정말로 비쌌다. 그는 사람들과 극히 드물게 말을 나눴다.
남진은 똑똑한 자들에게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쫑알쫑알 쉬지 않고 말을 하는 자들에게는 더더욱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진이 눈짓으로 경호원한테 이 여자를 처리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아마추어! 권력이면 뭐든 다 될 것 같지!”
연영이 씩씩거리며 멈추지 않고 악담을 퍼부었다.
“남진 도련님, 기회 한 번만 주죠?”
로빈이 갑작스레 다가와 사정했다.
남진이 로빈을 보며 눈빛으로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이 사람 전부터 역할을 무조건 따낼 거라고 떠들고 다녔어. 만약 따내지 못한다면 인터넷에서 루머를 퍼뜨리겠지. 내가 도련님 덕분에 역할을 따낸 거라고 하면서 도련님의 헛소문도 퍼뜨릴 거야. 저 여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막무가내로 구는데, 뒤에서는 더 많은 일을 꾸밀지도 몰라. 저런 사람이 제일 무서워, 역할 그냥 쟤 주자. 주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로빈이 이러한 말을 하는 건 남진의 화를 더욱 불러오기 위해서였다.
남진이 연영의 연기를 인정한 걸 로빈은 알아차렸었다.
만약 그녀가 조연출을 시켜 남진에게 하룻밤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연영의 서브 역은 이미 정해졌을 것이다.
지금 연영이 많은 사람들앞에서 남진을 모욕하는데도 그는 화를 크게 내지 않았다.
이는 로빈의 걱정을 불러왔다. 이러다가 정말 연영에게 역할을 주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서 로빈은 남진이 격노하도록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했다. 도련님이 화를 내면 연영은 이 드라마와 인연이 끝나고 또 연예계에도 퇴출이 분명할 테니.
그러니 그녀는 남진의 손을 빌려 철저히 연영을 끝내려 했다. 영원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하려는 심보였다. 하지만 로빈은 남진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남진은 남씨 상업 제국을 손에 쥐고 있었다. 상업계를 종횡무진하며 틀어쥘 수 있는 건 모두 운으로 이룬 게 아니었다.
그는 표현에 서툴었지만, 인간성은 잘 알아보았다.
로빈이 이 순간에 이런 말을 하자 남진은 바로 그녀의 속셈을 알아챘다.
그는 군주 같은 존재였다. 그는 남에게 베풀면 베풀었지 이용을 당하는 건 죽도록 싫어했다.
로빈의 이러한 발연기는 그를 모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뜻대로 내버려 둘 순 없지.
그는 로빈을 한번 바라보고 연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한 번 모든 이가 놀랐다.
도련님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건, 로빈의 말에 동의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에게 무례를 범한 여자에게 서브 역을 주는 건가?
감독님도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재차 확인했다.
“도련님, 혹시 저 여자를 서브 여주 역으로 정한 것인가요?”
남진은 역시 말이 없었고 그저 머리만 끄덕였다.
그리고는 더는 머무르지 않고 오디션장을 벗어났다. 모든 이가 그의 차가운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한동안 몸을 담구었다. 남진이라는 이름은 수없이 들어보았지만 한 번도 만나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차갑고 극악무도한 자본가는 말을 절대로 바꾸지 않기로 소문이 났었다.
그에게 미움을 산 이는 모두 연예계에서 증발했다. 엑스트라 역할조차 없이 아예 종적을 감추게 했다.
그래서 연영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남진에게 대들 때 성세연은 자신이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게 갑작스럽게 반전이 되었다. 남진은 이에 잘잘못을 가르지도 않았고 오히려 연영에게 기회를 주었다.
이젠 저 밉상이었던 로빈의 어시스트에 감사를 올려야 할 판이었다.
어쨌든 배역을 따냈으니 이건 아주 큰 일을 해낸 거지!
그리고 그녀는 연영과 또 다른 중요한 일로 말을 나누려 한다. 남진이 왜 서후, 서하와 이토록 닮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