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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어디서 나온 용기지?

  • “당신 나 밀지 마. 나, 이 말 꼭 해야겠어. 이 몇 년 동안 왜 좋은 드라마가 나오지 못했는지 알아? 다 당신들 같은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관여해서 그래. 자본으로 모든 걸 휘어잡고 그들의 입맛으로 배우 운명도 결정해서 그렇다고. 이 아무것도 모르는 자본가야!”
  • 연영은 말하면 말할수록 열불을 토하고 무뚝뚝한 얼굴의 남진은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났다.
  • 이 여자 어디서 나온 용기지,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의 전문성을 의심하다니?
  • 남진은 입꼬리가 부르르 떨렸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 말을 아끼는 이 남자는 이 현장에 온 후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그의 입은 정말로 비쌌다. 그는 사람들과 극히 드물게 말을 나눴다.
  • 남진은 똑똑한 자들에게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쫑알쫑알 쉬지 않고 말을 하는 자들에게는 더더욱 말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 남진이 눈짓으로 경호원한테 이 여자를 처리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 “아마추어! 권력이면 뭐든 다 될 것 같지!”
  • 연영이 씩씩거리며 멈추지 않고 악담을 퍼부었다.
  • “남진 도련님, 기회 한 번만 주죠?”
  • 로빈이 갑작스레 다가와 사정했다.
  • 남진이 로빈을 보며 눈빛으로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 “이 사람 전부터 역할을 무조건 따낼 거라고 떠들고 다녔어. 만약 따내지 못한다면 인터넷에서 루머를 퍼뜨리겠지. 내가 도련님 덕분에 역할을 따낸 거라고 하면서 도련님의 헛소문도 퍼뜨릴 거야. 저 여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막무가내로 구는데, 뒤에서는 더 많은 일을 꾸밀지도 몰라. 저런 사람이 제일 무서워, 역할 그냥 쟤 주자. 주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 로빈이 이러한 말을 하는 건 남진의 화를 더욱 불러오기 위해서였다.
  • 남진이 연영의 연기를 인정한 걸 로빈은 알아차렸었다.
  • 만약 그녀가 조연출을 시켜 남진에게 하룻밤 제안을 하지 않았다면 연영의 서브 역은 이미 정해졌을 것이다.
  • 지금 연영이 많은 사람들앞에서 남진을 모욕하는데도 그는 화를 크게 내지 않았다.
  • 이는 로빈의 걱정을 불러왔다. 이러다가 정말 연영에게 역할을 주면 어떻게 되는 거지?
  • 그래서 로빈은 남진이 격노하도록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했다. 도련님이 화를 내면 연영은 이 드라마와 인연이 끝나고 또 연예계에도 퇴출이 분명할 테니.
  • 그러니 그녀는 남진의 손을 빌려 철저히 연영을 끝내려 했다. 영원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하려는 심보였다. 하지만 로빈은 남진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 남진은 남씨 상업 제국을 손에 쥐고 있었다. 상업계를 종횡무진하며 틀어쥘 수 있는 건 모두 운으로 이룬 게 아니었다.
  • 그는 표현에 서툴었지만, 인간성은 잘 알아보았다.
  • 로빈이 이 순간에 이런 말을 하자 남진은 바로 그녀의 속셈을 알아챘다.
  • 그는 군주 같은 존재였다. 그는 남에게 베풀면 베풀었지 이용을 당하는 건 죽도록 싫어했다.
  • 로빈의 이러한 발연기는 그를 모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녀의 뜻대로 내버려 둘 순 없지.
  • 그는 로빈을 한번 바라보고 연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 또 한 번 모든 이가 놀랐다.
  • 도련님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건, 로빈의 말에 동의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에게 무례를 범한 여자에게 서브 역을 주는 건가?
  • 감독님도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재차 확인했다.
  • “도련님, 혹시 저 여자를 서브 여주 역으로 정한 것인가요?”
  • 남진은 역시 말이 없었고 그저 머리만 끄덕였다.
  • 그리고는 더는 머무르지 않고 오디션장을 벗어났다. 모든 이가 그의 차가운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 그녀는 연예계에서 한동안 몸을 담구었다. 남진이라는 이름은 수없이 들어보았지만 한 번도 만나 본 적은 없었다.
  • 하지만 이 차갑고 극악무도한 자본가는 말을 절대로 바꾸지 않기로 소문이 났었다.
  • 그에게 미움을 산 이는 모두 연예계에서 증발했다. 엑스트라 역할조차 없이 아예 종적을 감추게 했다.
  • 그래서 연영이 내일이 없는 것처럼 남진에게 대들 때 성세연은 자신이 죽을 것 같았다.
  • 하지만 모든 게 갑작스럽게 반전이 되었다. 남진은 이에 잘잘못을 가르지도 않았고 오히려 연영에게 기회를 주었다.
  • 이젠 저 밉상이었던 로빈의 어시스트에 감사를 올려야 할 판이었다.
  • 어쨌든 배역을 따냈으니 이건 아주 큰 일을 해낸 거지!
  • 그리고 그녀는 연영과 또 다른 중요한 일로 말을 나누려 한다. 남진이 왜 서후, 서하와 이토록 닮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