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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원수,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 “난 어린애도 싫고 노이즈 마케팅도 하고 싶지 않아.”
  • 그녀는 왕소윤의 눈을 피했고 본의 아니게 설명했다.
  • 왕소윤은 로빈의 제 발 저린 모습을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 로빈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목을 끌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이 좋던지 나쁘던지를 막론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해왔다. 노이즈 마케팅 역시 그중의 한 방법일 뿐이다.
  • 다만 로빈이 말하지 않으면 그녀 역시 묻지 않았다.
  • 결국 그녀와 로빈은 비즈니스 관계일뿐 친구라고 할 수 없었다.
  • “알겠어, 내가 가진 모든 관계를 동원해 사진이 공개되지 않도록 할게. 하지만 지금은 정보화 사회야. 그 현장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내가 모든 사진을 지울 거라고는 장담 못 하겠어.”
  • 왕소윤가 냉정하게 설명하자 로빈은 벌떡 일어서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 “몰라, 네가 책임져, 반드시 이 일을 잘 처리해야 해! 만약 사진 한 장이라도 인터넷에 떠돌면 넌 잘릴 줄 알아!”
  • 말을 마쳤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로빈은 또다시 왕소윤에게 소리쳤다.
  • “난 남진의 여자 친구야. 네가 일을 잘 처리 하지 못하면 환성에 영영 발을 못 붙이게 될 거야!”
  • 왕소윤은 얼굴색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더 반론하지 않았다.
  •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시간이 늦었으니 너도 일찍 들어가 쉬어. 내일 아침 일찍 ‘우레 2’ 오디션도 봐야 해. 비록 배역은 이미 내정한 거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기자들이 올 테니 늦으면 안 돼.”
  • 그녀는 말을 마친 뒤 발길을 돌렸다. 로빈은 당황스러움과 분노로 가득 찬 표정을 한 채 자리에 서 있었다.
  • 공항에서 성세연의 집까지는 차로 20분 거리다.
  • 차창 너머로 연영은 낯익은 듯 낯익지 않은 도시를 보며 마음이 설렜다.
  • 5년 만에 그녀는 결국 돌아왔다.
  • 해외에서의 5년은 두 아이를 데리고 사는 연영에게 있어 매우 힘든 시기였다.
  •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아시아계의 여자 조연이 필요한 촬영팀에 들어가게 되었다.
  • 그 배역은 촬영 분량도 적고 출연료도 많지 않은데도 연영은 아주 공을 들였다.
  • 연영은 하나의 평범한 캐릭터에 영혼을 갈아 넣었으며 그녀는 연기에 대한 놀라운 천부적 기질을 폭발시켰다.
  • 이후 감독은 그녀에게 촬영 분량을 더 붙여줬고 그녀는 이 역할로 명성을 얻어 나중에는 현지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 이번에 귀국하는 것은 절친 성세연의 요청으로 좋은 오디션 기회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번에 돌아오면 그녀는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유를 밝혀내 자신만의 것을 되찾으려 하였다.
  • “연영아, 이제 도착했어.”
  • 그제야 정신을 차린 연영은 성세연을 따라 짐을 엘리베이터에 올렸다.
  • 집 안에 들어서자 동생 연서하가 소리쳤다.
  • “이모, 이모네 집이 너무 커요!”
  • 성세연은 우쭐대며 말했다.
  • “네 이모는 유명 매니저야. 이 집들도 모두 내가 스스로 돈을 벌어 산 거야.”
  • 영리한 연서하는 재빨리 칭찬하였다.
  • “이모, 너무 대단해요!”
  • 오빠 연서후는 작은 얼굴을 내밀고 어른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 성세연은 두 남매의 재롱에 그들을 끌어안고 그들의 볼에 입을 맞췄다.
  •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대본과 오디션 명단을 들고나왔다.
  • “내일이 바로 오디션을 보는 날이야. 오디션 명단이 나왔으니 하던 일 멈추고 이걸 봐.”
  • 연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디션 명단을 받아 보니 첫 순서에 자리 잡은 로빈의 이름이 한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