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씨 집안에 있을 적,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보잘것없는 신분과 채원에게 시집을 왔다는 것을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만들어내고 그녀를 싫어했다. 때문에 그녀는 생활에 있어 몹시 조심스러웠다.
짙은 화장을 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자유를 다시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고은은 조금 섹시한 치마를 입고 거울 앞에서 자신을 보았다. 만족스러웠다.
택시를 잡고 시내에서 가장 큰 술집에 갔다. 술집은 너무 큰 나머지 건물 아래 위로 많은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다.
공공구역에는 무대가 있었고 남녀가 모여 몸을 비비며 춤을 추고 있었다.
고은은 사방을 둘러보니 비즈니스 구역이 있었지만 거기는 가고 싶지 않았다. 비즈니스를 나누는 곳이기 때문에 따분하다고 생각됐다. 고은은 공공구역에서 빈자리를 찾아 찾았다.
종업원이 오고 고은은 맥주 두 병과 과일 안주를 주문했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술잔을 만지며 무대 위에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조명이 화려했기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신나 보였다.
고은은 잠시 후 웃었다. 자신은 그들보다 돈도 많은데 웃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생각을 마치고 고은은 종업원을 부르고 간식 안주를 더 시켰다. 채원이 그녀에게 물려준 많은 돈과 주식도 매달 돈이 나온다고 하니 남은 인생 아무것도 안 하고도 마음껏 놀고먹을 수 있었다.
고은이 맥주 한 병을 마셨을 때 누군가 헌팅을 해왔다.
워낙에 예쁜 데다 혼자서 왔으니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다. 그 남자는 고은의 맞은켠에 앉아서 물었다.
“혼자 왔어요?”
고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방을 보았다. 캐주얼한 복장에 얼굴도 나름 괜찮았다. 고은은 여기에 놀러 온 사람은 개방적으로 놀기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대답 대신 술잔을 들고 단번에 담긴 술을 비웠다. 고은을 보던 남자도 술잔을 비웠다. 고은은 웃으면서 술잔을 내려놓자 남자는 바로 술을 채웠다.
고은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녀 자신의 미모에는 그래도 자신이 있었다. 만약 한 명도 헌팅을 해오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절망할 일이다.
하지만 술을 마시다가 틈이 났을 때면 주의가 분산되었다. 채원은 지금 뭐하고 있는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이혼에 성공했으니 어딘가에서 분명 축하파티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니 고은은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종업원을 불러 술을 더 주문했다.
채원 또한 술집의 비스니스 룸에 있었다. 오늘은 접대가 있었지만 정식적인 접대는 아니었다. 협력 업체 중 하나가 해외에서 사업이 잘 된다고 하여 채 씨 가문도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만약 이 사람과 성공적으로 협력한다면 채 씨 가문이 해외로 진출하는 게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또한 오늘은 상대방 업체가 주동적으로 약속을 잡았다. 채원은 거절할 수 없었다.
업체 담당자는 중년 남성으로서 술집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착해서부터 비즈니스에 관해서는 형식적으로 몇 마디 하고는 아가씨들을 불렀다. 채원은 이렇게 불미스러운 오락 문화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채원은 왕 사장과 억지로 한 두 잔 마셨다. 왕 사장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채 선생은 이곳이 익숙하지 않은가 봐요?”
채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몇 번밖에 와보지 못해서요.”
왕 사장은 술잔을 흔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많이 마셔요. 그럼 괜찮아질 거예요.”
채원은 웃으며 술잔을 들어 왕 사장과 잔을 부딪쳤다. 이 술은 왕 사장이 가져온 것인데 맛이 조금 떫었지만 넘기는덴 문제없었다. 무슨 브랜드인지는 몰라도 맛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채원은 두 잔을 마신 뒤 소파 등받이에 기대 몸을 조금 틀어 품에 안긴 아가씨를 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