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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릴랙스

  • 공항은 호텔과 거리가 좀 있었다. 차는 한 시간 가까이 달려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고은은 실눈을 뜨고 호텔의 이름을 보고 주위의 경치도 보았다. 확실히 좋은 호텔이었다.
  • 근처에 해변가가 있었고 아직 날이 밝은 탓에 해변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고은은 차에서 내렸다. 기사가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오상은 고은에게 스위트룸을 예약해 줬으며 침실 창밖은 마침 해변을 마주하고 있었다.
  • 고은은 방에 들어가 빙 둘러봤다. 창문을 열자 해풍이 불어왔다.
  • 침대는 창문 바로 옆에 있었기에 고은은 침대에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 그녀는 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비행기 안에서 보았던 채원의 냉담한 모습을 잊으려 애썼다. 어차피 앞으로 마주칠 일이 없기 때문에 자신을 괴롭게 놔두지 않으려 애썼다.
  • 고은이 잠시 앉아 있는 중에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었다. 호텔 매니저였다. 저녁에 해변에서 횃불 파티가 있으니 고은을 요청했다.
  • 고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 “횃불 파티요?”
  • 매니저는 웃으며 답했다.
  • “네, 저희 호텔에서 주기적으로 주최하는 건데 모든 손님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 고은은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요.”
  • 매니저는 선물함을 손에 들고는 말을 이었다.
  • “이건 저희의 VIP 고객들한테 드리는 건데, 손님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물건은 모두 세심하게 겹치지 않게 골랐고요.”
  • 고은은 선물함을 건네받았다. 매니저는 웃으며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고은은 방문을 닫고 침실로 돌아와 선물을 뜯었다.
  • 안에는 장식이 달린 비치 드레스가 있었다. 꽃무늬로서 조금 섹시한 디자인이었다. 배려 있게 도 안에는 비치 샌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 고은은 치마를 만지고는 옷감이 마음에 들었다. 여행하는데 기분전환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저녁에 횃불 파티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 고은은 샤워를 마치고 종업원에게 음식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폰을 보았다. 주요하게는 인터넷에 고은과 채원의 이혼 소식이 있나 둘러볼 참이었다.
  • 채 씨 어르신의 뜻으로 당시 결혼식은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그녀가 채원과 결혼한 건 어쩌면 그녀에게 작은 일탈이었다. 지금은 이혼을 했으니 고은의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 보잘것없는 새가 일 년도 안 되는 사이에 나무에서 떨어졌으니 어떤 비웃음을 살지 상상이 안됐다. 하지만 고은은 인터넷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관련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둘 사이의 이혼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 고은은 한숨을 돌리고 앉아서 이혼이 명예로운 일도 아닌데 채원이 더 들키고 싶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 채 씨 기업은 하는 업종이 많고 영향력도 작지 않으니 일 년도 안 돼서 이혼을 했다는 게 알려지만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겠지.
  • 고은은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종업원이 음식을 내오자 고은은 다리를 꼬고 해풍을 맞으며 음식을 거의 다 비웠다. 비행기 안에서는 채원을 신경 쓰느라 입맛조차 없었다. 콜라를 빼고는 아무것도 먹은 게 없었기 때문에 배가 고팠다.
  • 다 먹고 나서 고은은 바로 누워서 잠이 들었다. 너무 편했는지 저녁까지 자버렸고 밖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고은을 잠에서 깨웠다.
  • 고은은 일어나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호텔 밖에는 온통 사람들이었다. 모두들 신나서 해변가로 향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횃불 파티가 곧 시작될 모양이야.
  • 고은도 세수를 하고 나갔다. 이혼도, 채원도 훌훌 털어버리고 신나게 놀 생각으로.
  • 그녀는 이번에는 산뜻하게 화장을 하고 호텔에서 선물한 비치 드레스를 입으니 청순하면서 갖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풍겼다. 거기다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았다. 만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