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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제 여자친구입니다

  • 고은은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보든지 신경 쓰지 않고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예쁘다는 것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 부분은 채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 남자는 멋쩍다는 듯이 함께 웃으며 대답했다.
  • “이렇게 혼자 나오면 가족들이 걱정 안 해요?”
  • “가족이라...”
  • 고은은 되뇌었다. 걱정할 가족도 없었다. 가족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사람은 채 씨 가문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채원에게 쫓겨 나온 신세니 이것조차 사라진 셈이다. 고은은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 사람이 적은데, 여기 앉죠.”
  • 고은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 역시나 오상이었다. 오상의 뒤에 채원이 있었다. 다만 채원의 옆에도 사람이 있었다.
  • 고은은 시선을 채원의 옆에 있는 여자에게 몇 초 머물렀다가 거뒀다. 여자는 미니 스커트를 입었다. 다리는 희고 길었으며 위에는 나시를 입었다. 파란만장했다. 얼굴을 훑어봤으나 고은의 상대가 안 되었다.
  • 오상은 테이블에 사람이 몇이 있든 신경을 안 쓰고 꾸역꾸역 앉으며 고은에게 말을 건넸다.
  • “아가씨, 여기 사람 없죠? 없으면 저희가 실례할게요.”
  • 원래도 여섯 명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채원이 데려온 정체불명의 여자까지 도저히 앉을 수가 없었다. 고은은 멍청하게 오상을 바라보았다. 오상의 연기가 너무 엉성하고 어색했다.
  • 고은 옆에 있던 남자는 위기감을 느꼈다. 테이블을 치고는 말했다.
  • “여기 자리다 찼으니까 다른데 알아봐요.”
  • 오상은 그를 신경조차 쓰지 않고 말했다.
  • “여기 의자 두 개 옮겨오면 되죠.”
  • 오상은 채원에게 말했다.
  • “보스, 여기요. 여기 앉아요. 경치가 좋아요.”
  • 경치가 좋긴 개뿔. 무대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무대 위의 아가씨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노래와 춤 보두 훌륭했지만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감상할 수가 없었다.
  • 오상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민첩하게 의자 두 개를 끌어왔다. 채원도 거절하지 않고 오상의 말대로 다가왔다.
  • 고은은 채원을 보고는 예의상 머리를 까딱했다. 모르는 사람을 연기하는 게 지인을 연기하는 것보다 수월했다.
  • 채원 옆의 여자도 따라왔다. 원래 테이블에 앉아 있던 네 명의 여자는 사로 쳐다보더니 기분이 언짢은 듯 자리를 떠났다. 이제 많이 여유로워졌다. 오상은 원래 채원을 고은의 옆에 앉히고 싶었지만 채원이 한 발 빨랐다. 그는 고은과 한자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채원 옆의 여자는 바로 고은의 옆자리에 앉았다. 고은은 여전히 의자에 기댄 채 무대만 뚫어지게 보았다.
  • 오상은 고은의 맞은편에 앉아서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 “아가씨, 혼자 오셨어요?”
  • 고은이 대답하기도 전에 고은 옆에 있던 남자가 대답했다.
  • “아뇨, 나랑 같이 왔는데요.”
  • 이 남자는 아마 오상도 헌팅 하러 온 줄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고은은 고개를 숙이고 웃으면서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오상은 잠시 멍해서는 고은과 채원을 번갈아 보았다.
  • 채원은 고은을 보지 않고 역시나 무대만 보고 있었다. 무대에서 뭘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대 위에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 오상은 고은에게 눈치를 주면서 계속하여 물었다.
  • “진짜로 둘이 같이 왔어요? 비슷하게 생겼는데, 남매죠?”
  • 고은은 웃음이 터져 나올뻔했다. 옆의 남자가 또 대답했다.
  • “아뇨, 제 여자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