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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기회를 잡을 줄 모르다

  • 오상은 고은이 사람을 홀린다고 말을 했지만 고은은 그저 조용히 성빈 옆에 서 있을 뿐이었다. 고은은 횃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정신이 팔린 것 같았다.
  • 채원은 몸을 돌려 고은 일행 쪽을 보았다. 오상은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고은이 예쁘게 생기긴 했죠. 저기 서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돈데요.”
  • 채원은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 고은이 예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애초에 할아버지가 고은과 결혼을 시킬 때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 “아가씨가 예쁘게 생기긴 했으니 둘의 유전자가 후대 발목을 잡지는 않을 거다.”
  • 그때는 확실히 고은의 이 장점만 보고 결혼을 했다. 하지만 지금 고은이 꽃무늬 드레스와 양 갈래머리를 하고 저기에 서 있는 것을 보아하니 확실히 다른 사람들을 병풍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 그녀의 모습은 결혼을 하지 않은 아가씨와 차이가 없었다. 오상은 목소리를 낮추고 채원에게 말했다.
  • “보스, 저렇게 예쁜 아가씬데, 왜 성에 안 차세요?”
  • 왜 성에 안 차냐고?
  • 채원은 고은을 보고는 몸을 돌려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 “빈 껍데기일 뿐이야.”
  • 오상은 잠시 멍하다가 멋쩍어졌다.
  • 고은은 확실히 얼굴만 예쁘긴 했다. 가정 배경도 안 좋고 좋은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채원과 결혼하기 전에는 직업도 없었다.
  • 예쁘장한 얼굴을 빼고는 확실히 내세울 게 없었다. 때문에 고은이 채원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채 씨 기업 많은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채원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았다. 누구도 결국 채원과 결혼할 사람이 고은과 같은 사람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 오상은 시선을 떨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채원 옆의 여자는 주위를 둘러보며 채원에게 기대며 말했다.
  • “채원 씨, 산책하지 않을래요?”
  • 계속 앉아 있어 봐야 재미도 없다고 생각한 채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요.”
  • 이 아가씨는 협력 업체에서 보낸 사람이다. 무언가 다른 뜻도 있는 것 같지만 채원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 온 건 순전히 비즈니스 때문이다.
  • 여자는 기뻐하면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채원과 함께 해변을 따라 걸었다. 오상은 채원의 바로 몇 발자국 뒤에서 걸으며 저 여자는 분명 채원에게 흑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빛이 너무 적나라했기에.
  • 오상은 이런 여자들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고은보다 더 사모님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 해변가를 걸으면서 채원은 바로 일 얘기를 시작했다. 여자는 입을 막고 웃으며 말했다.
  • “채원 씨가 일 미치광이라는 말을 안 믿었는데 이제야 알 것 같네요. 이렇게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도 일을 잊지 않으시다니.”
  • 채원은 말했다.
  • “휴식을 취하려면 호텔방에서 쉬었겠죠. 나온 건 일을 위해서입니다.”
  • 여자는 얼굴이 굳어졌지만 곧 웃었다. 그녀가 저녁에 채원을 초대하였지만 채원이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흔쾌히 동의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채원도 나와서 놀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남자의 머릿속에는 온통 일뿐이었다.
  • 하지만 그녀의 목적은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적은 채 씨 가문과의 협력이 아니었다.
  • 두 사람은 사람이 적은 곳으로 걸어갔다. 오상은 뒤에서 이를 악물고 따라갔다. 동시에 폰을 꺼내 고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당연히 고은에게 기회를 잡을 줄 모른다고 질책하기 위함이었다.
  • 어렵게 낭만적인 곳에서 만났는데 다른 남자랑 가버리다니. 고은은 메시지를 받자마자 보고서는 삭제해 버렸다. 성빈이 다 구운 고기를 가지고 왔다. 고은은 웃으며 받아들었다.
  • “고마워요.”
  • 성빈은 옆에서 주스를 고은에게 건네며 물었다.
  • “아까 사람들, 아는 사람들이죠?”
  • 고은은 잠시 멈칫하고는 물었다.
  • “왜 그렇게 묻는 거죠?”
  • 성빈은 조금 멋쩍어하며 머리를 만지다가 말했다.
  • “그냥 느낌이에요. 그들이 당신을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 고은은 손에 든 주스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제가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