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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사람을 홀리고 다니다

  • 채원은 남자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려 고은을 쳐다보았다.
  • 그는 비치 셔츠를 입고 옷깃은 풀어헤쳐 쇄골이 보였다. 헤어는 캐주얼했고 평소에 일할 때와는 달랐다.
  • 평소에는 깔끔하고 단정해 보였지만 지금은 많이 캐주얼했다. 고은은 곁눈질로 채원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하지만 고은은 채원을 보지 않고 무대만 보았다.
  • 채원의 시선은 고은에게 몇 초 머물렀다가 고개를 돌려 계속하여 무대를 보았다. 채원 옆의 여자도 따라서 채원을 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여자친구라는 말을 듣고 안심하는 듯 보였다.
  • 오상은 남자의 말을 듣고는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그는 고은에게 입을 일그러뜨렸지만 고은은 신경 쓰지 않았다.
  • 사실 무대에서 무슨 공연을 하는지 고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채원이 오자 그녀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심란해진 것이다.
  • 고은은 술잔을 비우고는 자신에게 술을 따랐다. 술병은 채원의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일어나서 술병을 가지러 갈 때 채원은 분명 술병 쪽을 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 채원 옆의 여자는 무대를 보고는 채원에게 몸을 붙여 속닥거리며 몇 마디 하였다. 채원은 윗몸을 여자에게 기울였지만 머리는 무대 쪽을 향하고 있었다.
  • 여자는 몇 마디 하고는 입을 막고 웃었고 채원도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듯 보였다. 고은은 최대한 시선을 붙잡고 두 사람을 신경 쓰려 하지 않았지만 둘의 친밀한 교류를 보고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 비록 모르는 사람을 연기하는 게 쉬웠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었다.
  • 고은은 시선을 거두고 뒤쪽의 바다를 보았다. 밤의 파도 소리는 컸다. 그녀는 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채원과 결혼을 한 덕분에 돈이 많아져 이런 곳도 와보는 것이다.
  • 해변가는 더욱 열기를 띠었다.
  • 종업원은 고기를 가져와 모든 테이블에 나눠줬다. 누군가는 횃불 앞에 모여 고기를 구워 먹었고 누군가는 신나서 횃불 옆에서 노래하며 춤을 췄다.
  • 고은 옆의 남자는 다가와 고은에게 말했다.
  • “고기 구워 먹을까요? 직접 구우면 성취감 엄청 날 텐데.”
  • 고은은 남자를 훑어보면서 말했다.
  • “저는 그래도 구워진 고기를 먹는 게 좋은데요. 게으르거든요.”
  • 채원은 갑자기 풋 웃었다. 소리가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파도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 하지만 고은은 들었다. 신경이 긁혔다. 그녀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 침대 위에서 채원은 그녀가 너무 게으르다고 싫어한 적이 있었다. 한 번도 주동적이지 않다면서. 물론 접대를 하면서 술을 마셨을 때 한 말이긴 하지만.
  • 고은은 눈을 감았다.
  • 과거를 지금 생각해 봐야 쓸모가 없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같이 가 보죠.”
  • 남자는 웃으며 따라 일어났다.
  • “좋아요, 가요.”
  • 그는 오상이 고은한테 마음이 있는 줄 알았기에 어떻게든 떨어지고 싶었다.
  • 고은은 남자와 함께 옆에 있는 횃불로 갔다. 호텔 직원은 그들에게 고기를 건네줬다. 고은은 받지 않고 말했다.
  • “저는 그냥 보기만 할 거예요.”
  • 남자가 대신 받아들고는 말했다.
  • “제가 할게요. 제가 구워줄게요.”
  • 고은은 머리를 돌려 그를 보면서 물었다.
  • “이름이 뭐예요?”
  • 남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 “성빈입니다. 아까 그분한테 조금 실례되는 말을 했는데, 언짢으시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그는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칭했던 사실을 말하는 것을 고은은 알고 있다. 그녀는 머리를 저으며 대답했다.
  • “괜찮아요.”
  • 어차피 말해도 믿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 오상은 자리에 앉아 고은과 성빈을 보았다. 몇 초 뒤 오상은 채원을 보며 입을 열었다.
  • “보스, 사모님께서...”
  • 채원은 오상을 흘겼다. 오상은 바로 말을 바꿔 격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 “고은이 좀 보세요, 사람을 홀리고 다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