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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마음을 안착하지 못하다

  • 고은은 성빈과 함께 횃불 근처에서 놀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갔을 때엔 사람들은 가고 없었다.
  • 고은은 상관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공복에 술을 몇 잔 마시고 고기까지 적지 않게 먹었으니 위가 불편했다. 고은은 주스를 마시고 위를 달래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성빈은 고기를 굽느라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항상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고은을 보면서 말했다.
  • “내일 날씨를 검색해 보았는데, 너무 덥지 않더라고요. 함께 놀래요? 제가 계획을 짜볼게요. 어때요?”
  • 고은은 방금 전 채원이 앉았던 자리를 보면서 대답했다.
  • “봐서요.”
  • 그녀는 내일 일을 생각할 기분이 아니었다. 무대에는 더 이상 공연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횃불을 둘러싸고 노래하면서 춤을 췄다. 지금이 하이 라이트인듯 하다.
  • 성빈은 그쪽으로 보고는 말을 꺼냈다.
  • “저쪽으로 가서 놀래요? 모두들 춤추고 있는데, 즐거워 보여요.”
  • 고은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 “저는 여기서 쉬고 싶어요. 속이 조금 안 좋네요.”
  • 속이 불편한 건 사실이다. 토하고 싶었다. 성빈은 조금 걱정이 되어 물었다.
  • “어디가 불편한데요?”
  • 근처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불어왔다. 맛있는 냄새였지만 고은은 맡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성빈을 보며 대답했다.
  • “위병인 것 같아요. 호텔 카운터에서 위 약 좀 가져다주실 수 있으세요?”
  • 고은의 안색은 확실히 안 좋았다. 횃불 옆에서 달아올랐던 홍조가 모두 사라지고 창백했다. 성빈은 바로 일어나서 대답했다.
  • “그래요, 금방 다녀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요.”
  • 고은은 자리에 앉아 성빈이 일어나길 기다렸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해변가를 따라 시끄러운 데를 벗어나며 걸었다. 한참 걸으니 고기를 굽는 냄새도 사라졌다. 해변가에는 큰 바위들이 있었고 그중 하나를 골라 앉았다.
  • 해풍은 습했고 불어오자 조금 추워졌다. 그녀는 두 다리를 안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지를 바꿀까 하고 생각했다. 계속하여 채원을 마주치니 마음 정리를 할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꾸 눈에 보이니 잊을 수가 없었다. 고은은 해변가가 조용해질 때까지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바위에서 일어나 호텔을 향해 걸었다.
  • 몇 발자국 걷지 않아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고은 씨, 여기 있었네요.”
  • 고은은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았지만 못 들은척했다. 오상은 기분이 나쁜 듯 계속 쫓아오며 말했다.
  • “뭘 못 들은척해요? 내 목소리 들은 거 다 알아요.”
  • 고은은 고개를 돌려 오상을 보고는 오상의 뒤쪽을 살폈지만 채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불쾌한 듯 물었다.
  • “당신 보스는 함께 안 왔어요?”
  • 오상은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 “전 남편 말씀인가요? 먼저 갔어요. 나도 갈까 하다가 아가씨 혼자서 모르는 남자를 있는 게 위험해서 친히 찾으러 온 거예요.”
  • 고은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 “해변가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위험할게 뭐가 있어요?”
  • 오상은 고은과 함께 호텔 쪽으로 걸으면서 말했다.
  • “마음 정리하는 건 좋은데 속이 시커먼 사람들은 멀리하는 게 어때요? 아까 그 사람 눈빛을 보니 딱 봐도 좋은 사람은 아니던데.”
  • 고은은 갑자기 멈춰 서서 오상을 보고는 말했다.
  • “당신 보스도 여자랑 함께 있는데 솔로로서 그도 속이 시커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