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다시는 손대지 않겠소
- 나와의 관계를 공표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공개하고 나면 엎지른 물은 도로 담을 수 없듯, 설씨 그룹의 대표 자리에 있는 설찬에게서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지금 나는 비록 설찬을 믿고 의지하지만, 그와의 부부관계를 인정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그가 나를 놓아주면,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나의 아이를 갖게 되길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마음을 설찬에게 말할 순 없었다.
- 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설찬이 잡고 있던 내 손에 갑자기 힘을 주었다. 나는 아파서 얼굴을 찌푸렸다. 설찬은 이내 나를 탕비실 안에 있던 긴 테이블 옆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는 양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의 품속에 옥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