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사신이 어떤 사람을 죽이려 했는데 그 사람이 애걸복걸하여 사신은 결국 그와 내기를 하는데 동의했지. 사신은 그 사람에게 세 사람에게 전화해서 당장 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원인을 말할 수 없으며 셋 중에 한 명이라도 오기를 원한다면 사신은 그를 놓아주고 아무도 오지 않으면 그 사람은 죽일거라고 했어."
유도가 많은 말을 했지만 딴 청을 피우느라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로등 불빛아래 비춰진 유도의 하얀 팔을 보니 희미했던 기억이 갑자기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모반!
옆 학교에서 자살했다던 여학생의 인스타 사진 속 그녀의 남자 친구의 팔에도 똑같은 모반이 있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럴리 없다. 이 모반의 모양이 그렇게 드문데.
그럼...
유도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벌써 소름이 끼쳤다.
"유도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기숙사가 거의 다 왔으니까 여기까지만 데려다줘. 오늘 정말 고마웠어. 잘가."
나는 말을 그치고 황급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내가 그의 옆을 스쳐지나가려 할때 그는 갑자기 나를 덥석 잡았다.
그의 손은 매우 차가웠고 사람의 온도가 아닌것 같았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칠려고 했지만 그는 더 세게 나를 붙잡고 옆에 있는 가로등에 들이박았다.
"안소야, 어딜 갈려는 거야, 아까 말했던 그 게임 나도 해볼 생각인데."
유도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
전의 해맑았던 남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두 눈은 짐승처럼 차갑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그를 걷어찼지만 그는 아프지도 않은 듯 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 귓가에 댓다.
“자, 세 사람한테 전화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말고 오라고만 해. 누군가 오겠다고 하면 놔주지. 만약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너는 임영과 짝이 될 수밖에 없을 거야.”
"네가 영이를 죽였어!"
나는 놀라서 소리 질렀다.
유도가 걸걸하게 웃었다.
"그래, 이런 친구도 없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여자가 딱이지. 물론 너도 그래. 아무도 예뻐하지 않는 입양녀, 누구한테 전화할지 궁금하네?"
내 몸은 쉴 새 없이 떨렸지만 드디어 모든게 명확해졌다. 왜 임영이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했는지. 그녀가 살해당한 그날 밤 그녀도 유도와 이 게임을 했고 그녀가 건 세 통의 전화 중 한 통이 나한테 건 전화였다.
그때 만약 내가 전화를 받고 갔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 거다.
"됐고, 잔 말 말고 전화나 해!"
유도가 또 독설을 퍼부었다.
"안 해!"
나는 몸부림쳤다.
설찬은 임영이 계약을 맺어서 죽었다고 했다. 그가 말한 계약은 아마 이 게임일것이다. 유도가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천벌을 두려워하고 직접 살인을 할 수 없을 것이니 이런 게임으로 계약을 맺는 것일 거다. 내가 게임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그는 나를 죽일 수 없을 거야!
내 생각을 헤아린 듯 유도는 더욱 방자하게 웃었다.
“안소, 네가 거절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이 핸드폰을 받는 순간 이 계약은 이미 맺어진거라고”
얼굴에 핏기가 빠져나갔다.
유도가 자기 핸드폰을 나한테 준게 이유가 있었구나.
유도가 나를 한 발 걷어찼다.
“빨리 전화해! 안 하면 기권이니까 내가 널 죽여도 천벌 받진 않아!”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하지 않으면 정말로 날 죽일것이다...
나는 벌벌 떨며 핸드폰을 들었다.
누구한테 걸지?
누가 주저없이 와 줄수 있을까?
나는 손을 떨면서 제일 먼저 방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음성 메세지 소리였다.
"한 번의 기회가 페기 됐네."
유도가 내 귓가에서 음흉하게 웃었다.
" 자, 두 번째 전화.”
내 이마의 식은땀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나는 연락처에서 나를 입양한 어머니의 번호를 찾았다.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소소니?”
나는 너무 기뻐서 얼른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기... 학교로 와주시겠어요?”
"무슨 일이야? 급해? 네 동생 지금 광고 촬영 중인데 내가 따라다녀야 되서."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일단 와주시겠어요?"
급해 눈물이 날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유도는 위협적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계약대로 나는 이유를 말할 수 없다.
"그게..."
내가 꾸물거리며 말을 하지 않자 어머니는 참을성을 잃고 말을 했다.
"됐어. 네 동생 화장 고치고 있으니까 음료나 사러 갈거야."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그저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유도는 옆에서 야유하며 웃었다.
“쯧쯧, 무정한 어머니네. 근데 다시 생각 해봐, 만약 오늘 전화한 게 네 동생이면 어머니가 오셨을까? 내 생각엔 무조건 올것 같은데. 하나는 친 딸이고 하나는 입양이고 하나는 전국에서 유명한 스타고 한 사람은 그저 무명한 대학생인데 당연히 누굴 더 아껴야 할지 알겠지."
나는 이를 악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유도는 나에 대한 뒷조사를 철저히 했다.
"됐어."
유도는 웃음을 거두었다.
"마지막 기회, 누구한테 줄 거야?"
나는 핸드폰을 보고 온 몸이 저려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전화...
만약 더 이상 실패하면 난 정말 살해 당할 거야...
손을 떨며 연락처를 뒤지다 그 사람 이름에서 멈췄다.
그가... 나한테 와 줄까?
나는 이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연결은이 몇번 울린 후-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오자 내 심장이 목구멍까지 뛰어올랐다.
"자호야..."
입을 여는 순간 목소리가 떨려 나기 시작했다.
"나 지금 학교에 급한 일이 있는데 와 줄수 있겠니?"
핸드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다 유자호가 입을 열었다.
“안소야,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니? 난 분명 얘기 했을텐데, 내가 지금 좋아하는 건 네 동생이니까 제발 나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줄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그게 두려움 때문인지 실망스러워서인지도 모르겠다.
"알고 있어. 곤란하게 할 생각도 아니야. 나 진짜 일이 있어서 그래. 제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자호는 귀찮다는 듯이 내 말을 끊었다.
"안소, 우리 둘은 이미 과거형이야, 제발 정신 좀 차려, 나랑 인인이 방해하지 말라고. 인인은 어쨌든 네 동생인데 언니가 되서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냐?"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 쉬기도 힘들었다.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동생이랑 바람을 피웠는데 이기적이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지... 누가 이기적인지...
나는 더 이상 유자호가 구해주기를 바라지 않고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억울함을 참으며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유자호, 내가 눈이 멀어서 너같은 놈을 사랑했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
한쪽의 유도가 마구 웃기 시작했다.
“안소야 안소, 양부모님은 널 아껴주지 않고 전 남친이란 사람도 널 사랑하지 않다니,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나는 대답하지 않고 넋을 잃은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유도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했다.
“자, 안소야, 이렇게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내가 네 정기를 몽땅 가져가겠어... 아프지 않아...”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도는 나의 목덜미를 물려고 했다.
한기가 엄습해 와 나는 절망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바로 이때 앞 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나를 거절할 땐 그렇게 오만하더니 결국 좀비의 먹잇감으로 되다니? 안소야, 넌 정말 출세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