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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콜 게임

  • 나는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뭔가가 생각나는 듯 했다.
  • 내가 정신을 팔고 있을 때 유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안소야, 사신에 관한 이야기 들어봤어?”
  • "무슨 이야기야?"
  • 나는 질문에 대답했다.
  • "어느 날 사신이 어떤 사람을 죽이려 했는데 그 사람이 애걸복걸하여 사신은 결국 그와 내기를 하는데 동의했지. 사신은 그 사람에게 세 사람에게 전화해서 당장 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원인을 말할 수 없으며 셋 중에 한 명이라도 오기를 원한다면 사신은 그를 놓아주고 아무도 오지 않으면 그 사람은 죽일거라고 했어."
  • 유도가 많은 말을 했지만 딴 청을 피우느라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로등 불빛아래 비춰진 유도의 하얀 팔을 보니 희미했던 기억이 갑자기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 모반!
  • 옆 학교에서 자살했다던 여학생의 인스타 사진 속 그녀의 남자 친구의 팔에도 똑같은 모반이 있었다.
  • 우연의 일치일까?
  • 그럴리 없다. 이 모반의 모양이 그렇게 드문데.
  • 그럼...
  • 유도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벌써 소름이 끼쳤다.
  • "유도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기숙사가 거의 다 왔으니까 여기까지만 데려다줘. 오늘 정말 고마웠어. 잘가."
  • 나는 말을 그치고 황급히 앞으로 나아갔다.
  • 그러나 내가 그의 옆을 스쳐지나가려 할때 그는 갑자기 나를 덥석 잡았다.
  • 그의 손은 매우 차가웠고 사람의 온도가 아닌것 같았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칠려고 했지만 그는 더 세게 나를 붙잡고 옆에 있는 가로등에 들이박았다.
  • "안소야, 어딜 갈려는 거야, 아까 말했던 그 게임 나도 해볼 생각인데."
  • 유도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
  • 전의 해맑았던 남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두 눈은 짐승처럼 차갑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나는 무서워서 그를 걷어찼지만 그는 아프지도 않은 듯 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 귓가에 댓다.
  • “자, 세 사람한테 전화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말고 오라고만 해. 누군가 오겠다고 하면 놔주지. 만약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너는 임영과 짝이 될 수밖에 없을 거야.”
  • "네가 영이를 죽였어!"
  • 나는 놀라서 소리 질렀다.
  • 유도가 걸걸하게 웃었다.
  • "그래, 이런 친구도 없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여자가 딱이지. 물론 너도 그래. 아무도 예뻐하지 않는 입양녀, 누구한테 전화할지 궁금하네?"
  • 내 몸은 쉴 새 없이 떨렸지만 드디어 모든게 명확해졌다. 왜 임영이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했는지. 그녀가 살해당한 그날 밤 그녀도 유도와 이 게임을 했고 그녀가 건 세 통의 전화 중 한 통이 나한테 건 전화였다.
  • 그때 만약 내가 전화를 받고 갔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 거다.
  • "됐고, 잔 말 말고 전화나 해!"
  • 유도가 또 독설을 퍼부었다.
  • "안 해!"
  • 나는 몸부림쳤다.
  • 설찬은 임영이 계약을 맺어서 죽었다고 했다. 그가 말한 계약은 아마 이 게임일것이다. 유도가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천벌을 두려워하고 직접 살인을 할 수 없을 것이니 이런 게임으로 계약을 맺는 것일 거다. 내가 게임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그는 나를 죽일 수 없을 거야!
  • 내 생각을 헤아린 듯 유도는 더욱 방자하게 웃었다.
  • “안소, 네가 거절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이 핸드폰을 받는 순간 이 계약은 이미 맺어진거라고”
  • 얼굴에 핏기가 빠져나갔다.
  • 유도가 자기 핸드폰을 나한테 준게 이유가 있었구나.
  • 유도가 나를 한 발 걷어찼다.
  • “빨리 전화해! 안 하면 기권이니까 내가 널 죽여도 천벌 받진 않아!”
  •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하지 않으면 정말로 날 죽일것이다...
  • 나는 벌벌 떨며 핸드폰을 들었다.
  • 누구한테 걸지?
  • 누가 주저없이 와 줄수 있을까?
  • 나는 손을 떨면서 제일 먼저 방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 뚜뚜뚜...
  • 음성 메세지 소리였다.
  • "한 번의 기회가 페기 됐네."
  • 유도가 내 귓가에서 음흉하게 웃었다.
  • " 자, 두 번째 전화.”
  • 내 이마의 식은땀이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나는 연락처에서 나를 입양한 어머니의 번호를 찾았다.
  • 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고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소소니?”
  • 나는 너무 기뻐서 얼른 입을 열었다.
  • "어머니... 저기... 학교로 와주시겠어요?”
  • "무슨 일이야? 급해? 네 동생 지금 광고 촬영 중인데 내가 따라다녀야 되서."
  •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일단 와주시겠어요?"
  • 급해 눈물이 날것 같았다.
  • "도대체 무슨 일인데?"
  • 유도는 위협적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계약대로 나는 이유를 말할 수 없다.
  • "그게..."
  • 내가 꾸물거리며 말을 하지 않자 어머니는 참을성을 잃고 말을 했다.
  • "됐어. 네 동생 화장 고치고 있으니까 음료나 사러 갈거야."
  •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 나는 그저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 유도는 옆에서 야유하며 웃었다.
  • “쯧쯧, 무정한 어머니네. 근데 다시 생각 해봐, 만약 오늘 전화한 게 네 동생이면 어머니가 오셨을까? 내 생각엔 무조건 올것 같은데. 하나는 친 딸이고 하나는 입양이고 하나는 전국에서 유명한 스타고 한 사람은 그저 무명한 대학생인데 당연히 누굴 더 아껴야 할지 알겠지."
  • 나는 이를 악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 유도는 나에 대한 뒷조사를 철저히 했다.
  • "됐어."
  • 유도는 웃음을 거두었다.
  • "마지막 기회, 누구한테 줄 거야?"
  • 나는 핸드폰을 보고 온 몸이 저려나기 시작했다.
  • 마지막 전화...
  • 만약 더 이상 실패하면 난 정말 살해 당할 거야...
  • 손을 떨며 연락처를 뒤지다 그 사람 이름에서 멈췄다.
  • 그가... 나한테 와 줄까?
  • 나는 이를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연결은이 몇번 울린 후-
  • "여보세요."
  • 익숙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려오자 내 심장이 목구멍까지 뛰어올랐다.
  • "자호야..."
  • 입을 여는 순간 목소리가 떨려 나기 시작했다.
  • "나 지금 학교에 급한 일이 있는데 와 줄수 있겠니?"
  • 핸드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 잠시의 정적이 흐르다 유자호가 입을 열었다.
  • “안소야,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니? 난 분명 얘기 했을텐데, 내가 지금 좋아하는 건 네 동생이니까 제발 나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줄래?”
  •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그게 두려움 때문인지 실망스러워서인지도 모르겠다.
  • "알고 있어. 곤란하게 할 생각도 아니야. 나 진짜 일이 있어서 그래. 제발—"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자호는 귀찮다는 듯이 내 말을 끊었다.
  • "안소, 우리 둘은 이미 과거형이야, 제발 정신 좀 차려, 나랑 인인이 방해하지 말라고. 인인은 어쨌든 네 동생인데 언니가 되서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냐?"
  •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 쉬기도 힘들었다.
  • 사랑하는 남자 친구가 동생이랑 바람을 피웠는데 이기적이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지... 누가 이기적인지...
  • 나는 더 이상 유자호가 구해주기를 바라지 않고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억울함을 참으며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 “유자호, 내가 눈이 멀어서 너같은 놈을 사랑했지.”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
  • 한쪽의 유도가 마구 웃기 시작했다.
  • “안소야 안소, 양부모님은 널 아껴주지 않고 전 남친이란 사람도 널 사랑하지 않다니,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 나는 대답하지 않고 넋을 잃은 채 제자리에 서 있었다.
  • 유도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했다.
  • “자, 안소야, 이렇게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내가 네 정기를 몽땅 가져가겠어... 아프지 않아...”
  •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도는 나의 목덜미를 물려고 했다.
  • 한기가 엄습해 와 나는 절망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 바로 이때 앞 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 “나를 거절할 땐 그렇게 오만하더니 결국 좀비의 먹잇감으로 되다니? 안소야, 넌 정말 출세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