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안씨 일가의 함정
- 우리는 구석에서 기다리며 설찬이 양초로 둘러싸인 그 중심에 서서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순간, 양초의 모든 불이 켜졌다. 곧이어 ‘솨’ 하는 소리가 들렸고, 음기가 사방에서 흘러나와 추위에 몸이 덜덜 떨려왔다.
- 바람이 휙 하고 불자, 방안의 커튼과 종이들이 모두 소리를 내며 흩날렸다. 나는 솜털이 다 곤두설 정도로 오싹함을 느꼈다. 바람이 한 방향에서 불어오는 게 아닌, 사방 이곳저곳 다른 입구로부터 들어와 방안에 음산한 기류가 응집되었기 때문이었다.
- 촛불이 여러 방향으로 흔들렸다. 그때 문득 문 밖의 어둠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았는데, 음역대가 높아 마치 무언가를 저주하는 소리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