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간이 참 크군. 꼬마 귀신을 키우는건 그렇다치고 감히 난산하여 죽은 아이를 키우다니?"
설찬은 갖고 있던 자료를 내던지며 차갑게 말하였다.
설씨네 식구들 모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태국 사부님은 분명 이 꼬마가 태어나고 죽었다고 하셨는데… 부모님도 다 살아계신다고 하셨는데… 우리가 너무 철썩같이 믿고 있어서 자세하게 조사를 하지 않았어요..."
설오천은 해명을 해보지만 갈수록 말끝이 흐려진다.
귀신을 기르는 일에는 원한이 큰 귀신을 기르지 말아야 한다. 자연사망한 아이들은 원한이 덜 하고 이렇게 복중에서 사망한 아이들은 원한이 클수밖에 없다. 만약 엄마가 난산때문에 죽었다면 엄마의 원혼을 불러올수도 있다.
두말 할것도 없이 설씨네 가족은 이러한 상황이다.
설씨네는 더 무서워져서 벌벌 떨며 물었다.
"설찬 나리, 저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설찬은 그들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잠시 후 한마디 했다.
"단을 열고 귀신을 잡겠소."
……
나는 단을 열어 귀신을 잡는 것을 두눈으로 직접 본것은 처음이다.
설씨 집안의 수천 년 된 현학 저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주사, 신안, 도목검 등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 잠시 후 홀은 음양팔괘결계로 꾸며졌다.
촛불로 둘러싸인 라운드에서 설찬은 가운데에 서 있고 검은색 가운을 입고 마치 신령같이 매서운 기색을 뽐내고 있다.
우리는 신안옆에 서서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계 바늘이 12시를 향할때 설찬은 갑자기 노란 부적을 잡아 허공에 던졌다.
그 동작에 이어 그 노란색 부적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이 다 타버리고, 노랑 부적이 잿더미로 되버린 찰나 홀의 전등이 갑자기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 꺼졌다.
어둠 속에 초가 흔들리는 빛만 남아 있고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을 죽이고 있었다.
“헤헤헤……”
갑자기 어둠 속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자의 목소리였고 매우 음산하며 들으면 소름이 끼치는 정도였다.
웃음소리와 함께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자 사방의 촛불이 바로 꺼질듯 심하게 흔들렸다.
"참으로 주제 넘는군."
설찬은 냉소를 지으며 이 짧은 한마디를 내뱉고 소매를 뿌리쳤다.
찬바람이 휙 불어와 한없이 흔들리던 촛불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그러는 사이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도 울렸고 그 다음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나는 신안 옆에 서서, 숨조차 감히 쉬지 못했다. 사방이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고 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옆에 있는 설풍을 잡아당겼다.
"그 귀신은요? 도망갔나요?"
"아니, 설찬 나리가 주변에 결계를 맺어 그는 아마 이곳에 갇혀 있을 것이다. "
"뭐라구요?"
그 귀신이 이 안에 있다고?
내가 이 충격적인 소식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발목에서 갑자기 차가움이 느껴졌다.
나는 재빨리 고개 숙여 신안 아래 병원 환자복을 입고 하반신은 온통 피투성이가 된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신안 아래에서 머리를 내밀고 그녀의 피 묻은 손으로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녀도 내가 보고있는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향해 씩 웃었다.
사진속 그 꼬마의 엄마였다!
"아아!!"
나는 놀라서 혼비백산하여 엉겁결에 비명을 질렀다.
그때 갑자기 한 줄기 불빛이 내 몸 앞으로 치솟았다.
활활 불타고 있는 노랑 부적이였다.
그 귀신은 이 부적을 무서워하는듯 나를 잡고있던 손을 확 떼고 재빠르게 신안 밑으로 들어갔다. 와르르 소리와 함께 갑자기 검 한 자루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신안을 반으로 잘라냈다.
고개를 들어보니 설찬이 보였다. 그가 한 번 더 나를 구했다.
설찬은 나한테 눈길 한번 안 주고 바로 신안앞으로 다가갔다.
신안 밑이 텅 빈 것을 보고 얼굴이 새파래지고 말없이 떠났다.
"안소, 괜찮아?"
옆에 있던 설풍이 나를 살피며 물었다.
"괜찮아요, 그보다 귀신은요?"
설풍의 안색도 보기 좋지 않았다.
"그 귀신 도망갔어."
"네? 설찬이 결계를 맺지 않았나요?"
나는 놀라서 물어봤다.
"이게 참 이상하긴 해, 그 귀신의 도행으로는 설찬 나리의 결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말이지."
나는 이제서야 왜 설찬의 얼굴색이 그렇게 안 좋은지 알게 됬다.
설씨 가족과 함께 거실에 들어서자 설찬이 소파에 앉아 있는것을 봤다.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가 갑자기 나를 노려보았고 나는 그의 눈빛때문에 소름이 끼쳤다.
"올해 그 귀신이 벌인 사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거라, 어떻게 살해를 당했는지, 어디서 살해를 당했는지, 모두 다!"
설찬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후 수북한 자료들이 탁자에 놓여졌다.
설찬은 재빨리 훑어보고 있었고 나도 옆에서 좀 보았다.
자료로 볼 때, 올해 이 귀신과 꼬마 귀신이 죽인 사람이 100명 이상이나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뉴스에서 보도된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수치로 보니 아마 설씨 가족들은 뉴스를 많이 덮은것 같다.
설찬의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
"네들-"
그는 갑자기 입을 열어 말했다.
"지도를 찾아서 사람이 죽은 장소를 전부 표기해 보게."
설씨 가족들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S시 지도는 티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고 설씨네 양복 차림의 남자 몇 명은 모두 엉덩이를 치켜든 채 그곳에서 점을 표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웃겼다.
그러나 나는 곧 웃지 못했다.
그 지도에 팔괘도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등골이 오싹해났다.
이 귀신이 사람을 죽인 것은 결국 무작위가 아니라 일부러 팔괘도를 따라 그렸단 말인가?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지막 사망자의 지리적 위치가 밝혀지자 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지도를 든 설풍은 안색이 창백해져 물었다.
"이건 설마... 반혼술입니까?"
"그래."
설찬은 자기도 모르게 설풍을 보았다.
"설씨 집안에서 아직도 반혼술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줄이야. 너의 사부는 누군가?"
"승영대부입니다."
설풍이 대답하고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씨 집안의 후손입니다."
"어쩐지."
설찬과 설풍은 한마디씩 주고받고 하는데 옆에 있는 설씨 가족과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반혼술이 무엇인가요?"
나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반혼술이란 말 그대로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술법이다."
설풍이 해석해주었다.
나와 설씨 가족들은 놀랐다.
"이럴수가."
나는 현학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기사회생은 알고있다. 반혼술이란 소설 속의 법술이 뛰어난 도사라도 쉽게 할 수 없다.
“이론상으로는 확실히 불가능하지. 윤회는 하늘에서 정해져서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 그러나 일부 음험한 방법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반혼술, 엄밀히 말하면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지 않는 원혼을 다시 자신의 시신과 융합시키는 것이다.”
설풍이 말했다.
나는 아직도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영혼이 자신의 시신과 융합을 하다니요? 그럼 강시가 되는 거잖아요?"
"맞아."
설풍은 머리를 끄덕였다.
"사실 반혼술의 산물은 바로 강시다. 다만 지혜를 지닌 고급 강시여서 영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이 여자 귀신의 목표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입니까?”
나는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아닐세."
설찬이 갑자기 말을 했다.
"그녀는 꼬마 귀신을 살리려는 것일세."
나는 설찬이 어떻게 아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설오천이 갑자기 창백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아닐겁니다! 애초에 꼬마 귀신을 청할때, 그의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시체가 타버리는 것을 내 두눈으로 직접 봤구만요!"
설찬은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가 죽었을 때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육신 이라는 건 10개월 동안 임신하여 다시 태어나게 하면 되는 것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