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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녀의 목표는 나다

  • 그 꼬마의 어머니의 사진마다 전부 연핑크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 방금 내가 복도에서 본 거랑 똑같았다!
  • "허! 간이 참 크군. 꼬마 귀신을 키우는건 그렇다치고 감히 난산하여 죽은 아이를 키우다니?"
  • 설찬은 갖고 있던 자료를 내던지며 차갑게 말하였다.
  • 설씨네 식구들 모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 "그 태국 사부님은 분명 이 꼬마가 태어나고 죽었다고 하셨는데… 부모님도 다 살아계신다고 하셨는데… 우리가 너무 철썩같이 믿고 있어서 자세하게 조사를 하지 않았어요..."
  • 설오천은 해명을 해보지만 갈수록 말끝이 흐려진다.
  • 귀신을 기르는 일에는 원한이 큰 귀신을 기르지 말아야 한다. 자연사망한 아이들은 원한이 덜 하고 이렇게 복중에서 사망한 아이들은 원한이 클수밖에 없다. 만약 엄마가 난산때문에 죽었다면 엄마의 원혼을 불러올수도 있다.
  • 두말 할것도 없이 설씨네 가족은 이러한 상황이다.
  • 설씨네는 더 무서워져서 벌벌 떨며 물었다.
  • "설찬 나리, 저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설찬은 그들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잠시 후 한마디 했다.
  • "단을 열고 귀신을 잡겠소."
  • ……
  • 나는 단을 열어 귀신을 잡는 것을 두눈으로 직접 본것은 처음이다.
  • 설씨 집안의 수천 년 된 현학 저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주사, 신안, 도목검 등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 잠시 후 홀은 음양팔괘결계로 꾸며졌다.
  • 촛불로 둘러싸인 라운드에서 설찬은 가운데에 서 있고 검은색 가운을 입고 마치 신령같이 매서운 기색을 뽐내고 있다.
  • 우리는 신안옆에 서서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시계 바늘이 12시를 향할때 설찬은 갑자기 노란 부적을 잡아 허공에 던졌다.
  • 그 동작에 이어 그 노란색 부적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이 다 타버리고, 노랑 부적이 잿더미로 되버린 찰나 홀의 전등이 갑자기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 꺼졌다.
  • 어둠 속에 초가 흔들리는 빛만 남아 있고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숨을 죽이고 있었다.
  • “헤헤헤……”
  • 갑자기 어둠 속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여자의 목소리였고 매우 음산하며 들으면 소름이 끼치는 정도였다.
  • 웃음소리와 함께 음산한 바람이 불어오자 사방의 촛불이 바로 꺼질듯 심하게 흔들렸다.
  • "참으로 주제 넘는군."
  • 설찬은 냉소를 지으며 이 짧은 한마디를 내뱉고 소매를 뿌리쳤다.
  • 찬바람이 휙 불어와 한없이 흔들리던 촛불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 그러는 사이 어둠 속에서 한 여인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도 울렸고 그 다음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 나는 신안 옆에 서서, 숨조차 감히 쉬지 못했다. 사방이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고 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옆에 있는 설풍을 잡아당겼다.
  • "그 귀신은요? 도망갔나요?"
  • "아니, 설찬 나리가 주변에 결계를 맺어 그는 아마 이곳에 갇혀 있을 것이다. "
  • "뭐라구요?"
  • 그 귀신이 이 안에 있다고?
  • 내가 이 충격적인 소식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발목에서 갑자기 차가움이 느껴졌다.
  • 나는 재빨리 고개 숙여 신안 아래 병원 환자복을 입고 하반신은 온통 피투성이가 된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신안 아래에서 머리를 내밀고 그녀의 피 묻은 손으로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녀도 내가 보고있는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나를 향해 씩 웃었다.
  • 사진속 그 꼬마의 엄마였다!
  • "아아!!"
  • 나는 놀라서 혼비백산하여 엉겁결에 비명을 질렀다.
  • 그때 갑자기 한 줄기 불빛이 내 몸 앞으로 치솟았다.
  • 활활 불타고 있는 노랑 부적이였다.
  • 그 귀신은 이 부적을 무서워하는듯 나를 잡고있던 손을 확 떼고 재빠르게 신안 밑으로 들어갔다. 와르르 소리와 함께 갑자기 검 한 자루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신안을 반으로 잘라냈다.
  • 고개를 들어보니 설찬이 보였다. 그가 한 번 더 나를 구했다.
  • 설찬은 나한테 눈길 한번 안 주고 바로 신안앞으로 다가갔다.
  • 신안 밑이 텅 빈 것을 보고 얼굴이 새파래지고 말없이 떠났다.
  • "안소, 괜찮아?"
  • 옆에 있던 설풍이 나를 살피며 물었다.
  • "괜찮아요, 그보다 귀신은요?"
  • 설풍의 안색도 보기 좋지 않았다.
  • "그 귀신 도망갔어."
  • "네? 설찬이 결계를 맺지 않았나요?"
  • 나는 놀라서 물어봤다.
  • "이게 참 이상하긴 해, 그 귀신의 도행으로는 설찬 나리의 결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말이지."
  • 나는 이제서야 왜 설찬의 얼굴색이 그렇게 안 좋은지 알게 됬다.
  • 설씨 가족과 함께 거실에 들어서자 설찬이 소파에 앉아 있는것을 봤다.
  •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가 갑자기 나를 노려보았고 나는 그의 눈빛때문에 소름이 끼쳤다.
  • "올해 그 귀신이 벌인 사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거라, 어떻게 살해를 당했는지, 어디서 살해를 당했는지, 모두 다!"
  • 설찬이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잠시 후 수북한 자료들이 탁자에 놓여졌다.
  • 설찬은 재빨리 훑어보고 있었고 나도 옆에서 좀 보았다.
  • 자료로 볼 때, 올해 이 귀신과 꼬마 귀신이 죽인 사람이 100명 이상이나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뉴스에서 보도된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수치로 보니 아마 설씨 가족들은 뉴스를 많이 덮은것 같다.
  • 설찬의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
  • "네들-"
  • 그는 갑자기 입을 열어 말했다.
  • "지도를 찾아서 사람이 죽은 장소를 전부 표기해 보게."
  • 설씨 가족들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 S시 지도는 티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고 설씨네 양복 차림의 남자 몇 명은 모두 엉덩이를 치켜든 채 그곳에서 점을 표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웃겼다.
  • 그러나 나는 곧 웃지 못했다.
  • 그 지도에 팔괘도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 나는 등골이 오싹해났다.
  • 이 귀신이 사람을 죽인 것은 결국 무작위가 아니라 일부러 팔괘도를 따라 그렸단 말인가?
  •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 마지막 사망자의 지리적 위치가 밝혀지자 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 지도를 든 설풍은 안색이 창백해져 물었다.
  • "이건 설마... 반혼술입니까?"
  • "그래."
  • 설찬은 자기도 모르게 설풍을 보았다.
  • "설씨 집안에서 아직도 반혼술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줄이야. 너의 사부는 누군가?"
  • "승영대부입니다."
  • 설풍이 대답하고 또 한마디를 덧붙였다.
  • "하씨 집안의 후손입니다."
  • "어쩐지."
  • 설찬과 설풍은 한마디씩 주고받고 하는데 옆에 있는 설씨 가족과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 "반혼술이 무엇인가요?"
  • 나는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 "반혼술이란 말 그대로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술법이다."
  • 설풍이 해석해주었다.
  • 나와 설씨 가족들은 놀랐다.
  • "이럴수가."
  • 나는 현학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기사회생은 알고있다. 반혼술이란 소설 속의 법술이 뛰어난 도사라도 쉽게 할 수 없다.
  • “이론상으로는 확실히 불가능하지. 윤회는 하늘에서 정해져서 사람은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어. 그러나 일부 음험한 방법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반혼술, 엄밀히 말하면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지 않는 원혼을 다시 자신의 시신과 융합시키는 것이다.”
  • 설풍이 말했다.
  • 나는 아직도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
  • "영혼이 자신의 시신과 융합을 하다니요? 그럼 강시가 되는 거잖아요?"
  • "맞아."
  • 설풍은 머리를 끄덕였다.
  • "사실 반혼술의 산물은 바로 강시다. 다만 지혜를 지닌 고급 강시여서 영력이 뛰어나다."
  • "그래서 이 여자 귀신의 목표는.....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입니까?”
  • 나는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 "아닐세."
  • 설찬이 갑자기 말을 했다.
  • "그녀는 꼬마 귀신을 살리려는 것일세."
  • 나는 설찬이 어떻게 아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설오천이 갑자기 창백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 "아닐겁니다! 애초에 꼬마 귀신을 청할때, 그의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시체가 타버리는 것을 내 두눈으로 직접 봤구만요!"
  • 설찬은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그가 죽었을 때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육신 이라는 건 10개월 동안 임신하여 다시 태어나게 하면 되는 것일세."
  • "하지만 이런 귀태를 인간이 어떻게 견딜 수 있단 말입니까?”
  • “사주에 음기가 가득하고 팔자가 센 여자라면 문제가 되지 않네.”
  • 설찬은 담담하게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