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서방님을 몰라 보다니?
-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 낭자?
- 서방님?
- 이게 다 뭐야!
- 그제서야 난 내가 아직 남자의 품안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 나는 재빨리 품에서 벗어나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를 경계하며 쳐다 보았다.
- 이렇게 보니 내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 스탠드 불빛 아래서 나는 그 남자의 신체가 다소 허무하고 투명한걸 보았다.
- 임영과 같았다.
- 아까의 차가운 촉감이 생각이 나고 나는 무시무시한 일을 알아차렸다.
- 이 남자 역시 귀신이다.
- 나는 잔걸음을 치고 계속 뒷걸음질 치며 방비하며 입을 열었다.
- “누구시죠?"
- 그 남자는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다 내 문제를 듣더니 그의 잘생긴 얼굴이 문득 차가워졌다.
- 다음 순간 그는 내게로 바싹 접근하며 손을 뻗어 내 턱을 잡았다.
- "안소, 당신은 자기 서방님도 못 알아보는건가?"
- 그 남자 귀신의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았지만 차가운 얼음처럼 온도가 전혀 없었다.
- 나는 무서워서 식은땀을 흘렸다.
- "사…사람 잘못 봤네요! 저는 서방님같은건 없습니다."
- 나는 그의 강요에 못 이겨 끊임없이 뒤로 물러서다 결국 침대로 넘어졌다. 일어서고 싶었지만 그 남자 귀신이 바로 깔고내려와서는 길쭉한 두 팔로 나를 침대에 가두었다.
- 그의 아름다운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 "사람을 잘 못보았다 했느냐?"
- 그 남자 귀신이 조롱 섞인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그럼 어제 나랑 혼인도 치르고 침대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던 사람은 누굴세?"
- "사랑을 나누다니…"
- 난 부끄럽고 분해서 반박하고 싶었지만 절반까지 말을 하다 갑자기 목이 메었다.
- 머리속에 온통 붉은 광경과 차가운 촉감이 떠올랐다.
- 머리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 "어젯밤…그건 꿈이 아니었었나… 그건…그건…그건… 설마 진짜에요? "
-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뱉었다.
- 그 남자는 입가를 살짝 올리고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닌가 보군."
- 나는 벼락을 맞은 듯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 오늘 아침 침대 위의 핏자국과 다리사이의 통증… 진작에 알아 차려야 했는데... 하지만 난 여전히 자신을 속이고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았다…
- 넋 나간 내 모습을 보니 그 남자가 눈섭을 찌푸리고 다시 내 턱을 잡으며 무지막지하게 내가 그와 눈이 맞추도록 강박했다.
- “안소, 그게 무슨 표정인게냐? 나한테 시집오는 게 기분 나쁘기라도 한것이냐?"
- 그의 차가운 입김이 내 얼굴에 덮쳐 왔다.
- 기분?
- 귀신한테 시집가서 강제로 첫경험까지 빼앗겼는데 기분이 어떻게 좋겠어?
- 어젯밤의 기억이 또렷하고 수치스럽게 떠올라 내가 이 남자에 대한 두려움까지 전부 억눌렀다.
- "그쪽이 보기에는요? 남자 귀신한테 강박 당했는데 제가 기분이 좋겠습니까?"
-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
- 내 말이 너무 각박한게 아닌지 남자 귀신의 눈엔 노기가 묻어났다.
- 다음 순간, 나는 내 턱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더 들어간걸 느꼈다.
- 나는 아파서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여전히 눈앞의 남자 귀신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 그와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하고 있으니 심지어 그의 차가운 눈동자에서 나의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 "강박? 이 여자야, 생전이든 사후든 얼마나 많은 여자와 여자 귀신이 앞 다퉈서 나한테 시집오고 싶어 하는지 알고는 있는게냐?”
- 그 남자 귀신의 말투는 노기등등하고 눈빛은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 "그렇다면 걔들을 찾으면 되지 않나요? 그쪽한테 관심없는 여자를 강박하는게 무슨--- ”
- 못다한 말은 남자 귀신의 얄팍한 입술에 막혔다.
- 나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나의 힘은 이 남자 귀신 앞에서는 그야말로 간지럽히듯 했다.
- 그의 차가운 혀가 억지로 파고 들어와 도발적으로 내 앞니와 아랫니 사이를 스쳤다.
-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았지만 몸은 이렇게 도발적인 키스에 참을 수 없이 바르르 떨었다.
- 그 남자 귀신은 나의 반응을 알아챈건지 나를 놓고 조롱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 "분명 이렇게 좋아하는 걸 어째서 시치미를 뗀단 말이지? 여인은 역시 말과 행동이 다른 생물이야.”
- 말이 끝나자 그는 다시 내 입술을 틀어막고 차가운 손은 내 옷 속으로 들어와 내 몸을 마구 쓸어 만졌다.
- 어제 밤과 달리 지금의 나는 정신이 매우 또렷했다.
- 분노, 굴욕, 난감한 감정이 거의 나를 삼키려 했다!
- 눈물이 눈가를 맴돌고 온몸의 세포가 모두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몸은 여전히 꼼짝할수 없었다.
- 그 남자 귀신의 손은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나의 허리춤을 타고 올랐다. 그의 손은 속옷부근에 다 달았을 때 갑자기 멈추어 나를 놓아주고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 "이건 배두렁이? 어찌 옷감이 이리 적소?"
- 그 남자 귀신이 하도 진지해서 지금의 상황이 아니였더라면 나는 아마 우습게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에 내가 어떻게 웃을 수 있겠어!
- "이거 놔! 이 늙은 색마 귀신아! 빨리 놓으——음…"
- 입이 겨우 자유로워져 인차 화를 냈지만 나의 입은 곧 다시 막혔다.
- 그 남자 귀신은 더이상 내가 입은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듯 했다.
- 찍——
- 브래지어가 찢어지는 소리다.
- 이어 그 남자의 차디찬 숨결이 나를 삼켰다.
-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저항했지만 소용 어뵤었다. 내가 어떻게 한 남자를, 그것도 남자 귀신을 이길수 있겠는가. 나는 곧 다시 그에게 점유 당했다.
- 그는 내 몸 안으로 들어온후 차가운 입술로 나의 귓불을 물었다.
- "잘 들어 안소, 넌 그들이 나한테 받친 뇌물일세. 명혼은 이미 치렀으니 너는 도망갈 수 없소."
- 그들?
- 누가 나를 이 남자 귀신한테 바쳤다는 거지?
- 누가 나를 해쳤는지 자세히 생각할 틈도 없이 수치스러운 쾌감이 다시 밀려와서 더 이상 생각할 힘도 없게 만들었다.
- 긴긴밤을 그 남자 귀신과 한번 또 한번 그 일을 반복했다.
- 나는 온 몸의 힘이 빠지고 나른해져서 더이상 반항할 힘도 없어진 상태라 그가 마음대로하게 놔둘 수밖에 없었다.
- 날이 희미하게 밝았을 때 나는 끝내 감당할 수 없어 기절하고 말았다.
-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순간 그가 내 머리맡에서 귓속말하듯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 "안소야, 기억해. 당신의 서방님은 설찬일세."
- ……
-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온몸이 마치 해체된 것처럼 아팠다.
- 오늘 오후에 수업이 있어 홍하와 방정은 내가 걱정되서 점심때 같이 수업 들으러 가자 찾아 왔다. 이 굴욕적인 기숙사에 일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아 얼른 그들을 따라 나왔다.
- 강의동 아래 임영의 시체는 이미 경찰에 의해 옮겨 갔고 난간만이 그 자리를 둘러 싸고 있었다.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졌고 우리 셋은 모두 말이 없었다.
- 특히나 난 어젯밤 임영이 돌아온 광경이 떠올라서 등골이 오싹했다.
- 임영인 지금쯤이면 자기가 죽은 걸 알았을 텐데 환생하러 간건가?
- 한창 생각 중이던 참에 시선엔 갑자기 흰색의 그림자가 강의동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보자마자 다리가 후들거려 넘어 질뻔 했다.
- 멀지 않은 빈 땅바닥에 누워 있는 여자 시체 한 구가 눈에 들어왔다.
- 화이트 원피스에 찌그러진 몸, 떨어져 있는 눈동자, 임영이의 시체가 확실했다.
- 한기가 등을 타고 온 몸을 휘감았다.
- 임영의 시체는 벌써 경찰이 옮겨간 게 아닌가?
- 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거지?
- 나는 너무 놀라 이 비정상한 화면을 소화할 시간도 없었는데 갑자기 땅에 누운 임영이의 손가락이 움직인 것을 보았다. 너무나 놀라서 나는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 내가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는데 누워있던 임영이가 조금씩 움직이며 일어나고 있었다.
- 그녀의 자세는 매우 기괴하여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몸의 관절이 뻣뻣하게 움직였고 먼저 등이 올라오고는 손, 그 다음은 다리 순서로 일어났다.
- "아!"
-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 "소소, 왜 그래?"
- 옆에 있던 홍하와 방정이 나 때문에 놀란 모양이다.
- "임영이를 봤는데…"
- 나는 말을 하려다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방정과 홍하는 모두 영문 모르는 듯 나를바라만 볼 뿐 돌연 돌아온 임영의 모습을 못 본것 같았다.
- 나만 임영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건가?
- 이런 생각이 머리속를 스쳐 머리가 저려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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