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의 눈빛에 놀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가 전 여친의 뜻을 모른다는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설찬은 날 좋아하지 않지만 그가 조선사람이라면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귀었다는 걸 받아들일수 없겠지?
"그냥 말한 데로에요. 전의 여성 친구... 후엔 사이가 안 좋아 졌고..."
나는 일부러 아주 애매하게 설명하며 설찬의 눈을 피했다.
한편 설교교는 여전히 침이 튀고 있며 얘기하고 있었다.
"오빠들, 내가 한 말은 모두 진담이에요. 모두 이 계집애한테 속은거에요. 내 아들이 얼마를 사기 당했는지 몰라요, 당신들도 속아선 안 되죠."
나는 더 이상 들어 줄 수 없었다. 설교교가 나를 줄곧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고의로 나를 무안하게 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어머님,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유자호의 돈은 한 푼도 써본 적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했다.
설교교는 과장하게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안소야,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내 아들 돈을 썼는지 안 썼는지 뻔하지. 남자들은 잘 속아도 난 그렇게 잘 속지 않는다고!”
"유자호,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네 엄마가 저렇게 헛소리를 하는데 보고만 있냐?"
나는 참다 못해 옆에 있던 유자호에게 입을 열었다.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유자호가 마마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정도로 겁이 많을 줄은 몰랐다!
예전에 나는 분명 눈이 멀어서 이런 남자를 좋아했었겠지! 설교교는 내가 말을 하지 않자, 묵인했다고 생각하여, 갑자기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안소,할말없지? 내가 말하는데 그때 네가 뻔뻔스럽게 내 아들의 침대에 기어오르지 않았다면 내 아들이 어떻게 너를 좋아하겠니!"
설교교가 입이 닳도록 말을 절반 쯤 했을때, 그녀의 얼굴에는 갑자기 커다란 핏자국이 갈라지자, 그녀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엄마!"
유자호는 깜짝 놀라 얼른 앞으로 나가 설교교를 붙들었다.
"귀... 귀신이다! 이 집에 정말 귀신이 있었어! "
설교교는 정말 깜짝 놀라 마치 미쳐 버린 것처럼 허공을 향해 마구잡이를 하였다.
이 기괴한 장면을 보고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설찬이는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보았고 고운 얼굴에는 오싹한 냉기가 베어 있었다.
그가 설교교를 다치게 하였다.
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설찬은 갑자기 긴 팔을 내밀어 나를 자기 앞으로 끌어갔다. 곧이어 나의 턱이 그에게 잡히고 그의 짙고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친구랑도 잠자리를..? 안소 넌 정말 대단하군.“
그는 차가운 말투로 비꼬았다.
나의 턱은 꼬집혀 아팠고 얼굴은 일그러졌다.
"아니야.."
나는 유자호와 잠자리를 해본 적이 없고 단지 설교교의 헛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설찬은 나를 뿌리치고 현관을 가로질러 홀로 걸어갔다. 나는 해명을 하고 싶었지만 이젠 할 수가 없다. 됐어, 이 남자 귀신은 내 남자 친구도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 신경 써서 해명하지? 그가 나와 유자호가 무슨 일이 있었다고 오해하여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내가 오히려 안전해지는 거잖아?
설씨 가족은 설찬이 화가 난 것을 알고 이내 유자호에게 소리치면서 말했다.
"당장 너의 창피한 엄마를 데려가지 못할까! 서자는 역시 내세울게 아니지!"
유자호는 얼굴이 새파래졌다가 창백해졌다 했지만 반항도 하지 못하고 얼른 울부짖는 설교교를 데리고 나갔다. 설씨네 사람들은 괴상하게 나를 쳐다보더니 설찬을 따라 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이를 악물고 따라갔다.
내가 거실에 들어서자 설 씨 가족의 시선은 온통 내 몸에 꽂혔다.
설 씨네 집주인 설풍의 아버지 설오천이 말을 했다.
"설찬 나리, 죄송하지만 명혼상대는 깨끗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찾아드릴까요? ”
설찬은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주에 음기가 가득하고 팔자가 센 여자가 찾기 쉬운 줄 아느냐?"
설오천은 목이 메었다.
옆에 있던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뭐? 설 씨네 가족이 나를 찾아서 설찬 씨한테 준거였어?
나는 갑자기 생각이 났다. 처음 설찬을 만났을때 그가 나는 다른 분이 그에게 바친거라고 한 말을, 알고보니 설 씨네 집이였어?"
나는 순간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르신, 왜 미리 제 뜻을 묻지 않고 명혼을 주선해준 겁니까?"
나는 화가나서 말했다.
나의 노여움에, 설오천은 못 참고 담담하게 말했다.
"안소 양, 이 일은 확실히 우리 설씨네 집에서 너에게 빚진 것이다. 이렇게 합시다. 원하는 금액을 말해보세요 얼마든지 줄수 있습니다."
말투에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나는 화가나서 쌍욕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르신, 제가 거래하는 물건으로 보입니까?"
나는 화를 참으며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번에는 설오천도 안색이 안 좋아 졌다.
내가 설 씨네 가족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설찬은 계속 냉정하게 보고 있었고 입가에는 조롱하는듯한 웃음이 걸렸다.
나는 설 씨네 가족들과 말을 많이 하고싶지 않아 벌떡 일어나 홀 밖으로 나갔다.
휘황찬란한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설풍은 뒤쫓아 나왔다.
"안소!"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설풍은 나를 따라잡았다.
"안소, 이번 일은 우리 설 씨네 가족이 잘못한 걸 알아, 아버지의 태도도 무례하고, 정말로 미안해."
설오천의 거만스러운 태도와 달리 설풍은 정말로 미안해 하는게 보인다.
하지만 미안한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내 인생을 마음대로 바꿨다는 사실은 돌려 놓을수 없는데.
무표정한 나를 보고 설풍은 어쩔 수 없이 말을 했다.
“우리가 이기적인 행동을 한 걸 알지만 요즘 설씨네는 정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설씨네 공사장 직원이 자살했다는 뉴스는 너도 알겠지만, 사실 그건 사고가 아니라, 악귀가 수작을 부린거야.”
나는 마음속으로 다소 의아해 하였지만,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설풍이 이어서 얘기했다.
"우리도 많은 도사를 불러 귀신을 잡으려 했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해 설찬 나리께 도움을 청했는데 명혼상대를 찾아달라고 해서... 오랫동안 찾았는데 조건이 맞는건 너뿐이였어.그래서-"
"그래서 저한테 물어 보지도 않고 나를 귀신한테 바쳤다구요?”
나는 설풍의 말을 끊고 얘기했다.
"제가 왜 제 평생의 행복을 걸고 설씨 집안을 도와야합니까!"
설풍은 내 말에 낯빛이 어색해졌다.
"안소야, 솔직히 말하면 넌 사주랑 팔자때문에 정상으로 결혼 못 해, 누구든 너랑 결혼하면 죽을거야.”
설풍이 진심어리게 말을 했다.
몸이 떨렸다.
고아로서 어릴 때부터 내 가정을 꾸리는 것을 꿈 꿔 왔는데, 갑자기 결혼을 못한다니.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뭐 어때서요? 그래도 설씨네 집안이 내 인생을 바꿀 자격은 없어요."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뱉고는 바로 옆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설씨네 집은 화장실마저 호화로워서 마치 호텔같았다. 나는 변기에 오래 앉아 있다가 느릿느릿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