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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네가 죽였어!

  • 내가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마침 방정도 경찰서에서 돌아왔다.
  • "별 쓸모 있는 건 없었어."
  • 방정이 기가 죽은채 말했다.
  • “경찰이 임영이가 남긴 물건을 검사했는데 특별한 건 없고 유일하게 이상한 건 핸드폰을 잃어버린 거였어."
  •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 “응, 지갑이랑 다른 귀중품은 다 있는데 핸드폰만 잃어 버렸어."
  • "휴대폰이 최신상이라서 그런 건가? 내 기억으로는 그것도 유도가 선물해 준거 같은데.”
  • 홍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했는데 나는 홍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신상이라고 해도 휴대폰만 훔치고 돈을 안 가져갈리가 없으 니까.
  • "한 가지 더 있긴 한데 단서가 될지는 모르겠네. 경찰한테서 들은건데 지난달에 옆 학교에서도 한 여학생이 자살했다는데."
  • "진짜?"
  • "그뿐만 아니라 그 여자도 죽기 전에 핸드폰을 잃어버렸데."
  • 홍하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 이건 아무래도 너무 이상한 우연인데?
  • "그 여학생 이름 물어서 인스타계정 찾아봤어."
  • 방정은 말을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인스타를 보여주었다.
  • 그 여자의 인스타에는 모두 셀카와 음식 사진이고 그냥 평범한 여자애로 보였는데 유일하게 좀 특이한 것은 그녀가 한 남학생과 같이 찍은 사진이다.
  • 그 남자는 아마 그녀의 남자 친구인 것 같았는데 특이한건 사진 속에서 그 남자의 얼굴 전체가 그림자 아래 가려져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키가 훤칠하고 하얀색 반팔 아래 드러난 팔뚝에 마치 나비 모양의 모반이였다. 우리는 인스타에서 아무런 쓸모있는 것도 찾아 볼 수가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밤의 장막이 찾아들자 나는 설풍이 말한대로 주사를 문가에 가늘게 뿌리고 홍하와 방정에게 조금씩 나누어 준 후 셋이 같이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다.
  • 밤은 유난히 고요했다.
  • 12시가 되었을 때 우리의 눈꺼풀이 모두 싸우기 시작했을 때 문 앞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 까딱, 까딱.
  • 우리 셋은 순간 너무 놀라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 그 발자국 소리는 점점 더 크게 울려 문앞까지 왔을 때 멈췄다.
  • "끅끅..."
  • 문밖에서 갑자기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답답한게 마치 목이 졸린 것 같았다.
  • 임영이의 웃음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 우리 셋은 이불 속에 웅크리고 숨을 크게 쉬지도 못하고 설풍이 준 주사가 쓸모가 있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 펑펑!
  • 곧 문밖의 임영은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어제보다 더 힘차게 문이 나갈듯 두드렸다. 기숙사의 문은 금방 틈이 열리고 말았다. 또 한 번의 '펑' 소리와 함께 문이 바로 부서질려는 듯이 열리려 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밖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 우리 셋은 긴 숨을 내쉬었다.
  • "좋았어. 설풍 선배가 준 주사가 쓸모가 있긴 하네."
  • 홍하가 숨을 고르며 말을 했다.
  • 우리는 감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새벽 세 시가 넘도록 임영이가 다시 나타나지 않아 정말 견딜 수가 없어 그제야 옹기종기 모여 잠을 잤다. 잠이 든 후 어렴풋이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펑펑.
  • 나는 깜짝 놀라 잠이 깼다. 문은 가만히 있었고 더 이상 파괴된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 혹시 내가 꿈을 꾼건가?
  • 내가 의심이 들 때 또 한바탕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펑펑.
  • 등골이 오싹해졌다.
  • 이 소리는 아주 또렷했지만 문밖에서 나는 것이 아리나 내 뒤에서 나는 것이였다.
  • 창문이다.
  • 나는 벌벌 떨며 고개를 돌려 보았다-
  • 기숙사 불을 끄고 우리는 어두울까 봐 커튼을 열고 바깥의 달빛과 가로등을 좀 빌리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더 후회한다. 커튼이 없기에 나는 투명한 창 밖의 창백한 손이 끊임없는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화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 펑펑!
  • 펑펑!
  • 한 번이 한 번보다 더 힘껏 두드리고 있다!
  • "홍하야, 방정아…"
  • 난 떨려 두 사람을 흔들어 깨우고 싶었지만 그녀들은 너무나 깊이 잠들어 있어 전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 그 손이 얼마나 두드렸는지 몰라 갑자기 멈췄다. 이어서 유리를 따라 천천히 미끄러내려가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을 냈다. 그 손이 사라지고 내가 아직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창백하고 피범벅인 얼굴이 갑자기 창밖에서 나타났다!
  • 임영이다!
  • "아!"
  • 나는 놀라서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뺐다.
  • 창밖의 임영이는 놀라서 혼비백산한 내 모습을 보고 끅끅 웃었다. 곧이어 창백한 그녀의 주먹이 유리창을 무겁게 내리쳤다.
  • 와르르!
  • 창문이 산산조각이 나서 열렸다.
  • 임영의 비틀어진 몸이 기어 들어왔다.
  • "방정! 홍하!"
  • 나는 죽기살기로 홍하와 방정을 흔들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 뭔가 잘 못 됐다. 아무리 깊이 잠이 들었어도 이렇게 큰 소란에 두 사람이 못 깨어날 리가 없지!
  • 그때 임영이는 벌써 비틀비틀 우리 침대 옆까지 기여왔다. 한 쪽밖에 없는 눈은 나를 뚫어져라 쳐며차가운 손은 나를 향해 덮쳐왔다.
  • "안소! 네가 날 죽였어! 죽여버릴 거야!"
  •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침대 안쪽으로 피했고 마음이 몹시 두려웠다.
  • 임영의 목표, 그게 나라니!
  • "죽인 적 없어! 네가 잘 못 알고있는거야!"
  • 나는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 그러나 임영은 들리지 않는 듯 흉악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며 날카로운 손가락으로 내 팔을 베었다.
  • "네가 죽였어! 네가 아니었다면! 난 죽지 않았을 거야!"
  • 임영이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 주머니 속 설풍이가 준 주사를 그녀에게 세게 뿌렸다!
  • "아!"
  • 주사가 임영의 얼굴에 닿자 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피부는 마치 화상을 입은 듯 수많은 물집이 떠올랐다.
  • 나는 기회를 잡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임영은 몸의 통증을 무릅쓰고 나의 발목을 덥석 잡았다.
  • 나는 세게 땅에 떨어졌다. 서둘러 주사 한 줌을 더 잡고 싶었지만 임영이는 이미 교훈을 얻어 내 머리채를 덥석 잡고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
  • 나는 아파서 소리쳤지만 임영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내 머리채를 잡고 책상에 내리치려고 했다. 내 머리가 책상에 내리찍힐 것을 예상하고 눈을 감은 채 아픔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생각했던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 나는 놀라 눈을 떠보니 희고 기다란 손이 내 이마를 감싸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손을 따라 위로 바라보니 익숙한 검은 가운이 보였다.
  • 검은 가운이 어둠 속에서 가볍게 휘날려 늘씬한 몸매를 그려냈고 눈을 들어보니 바로 그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얼굴ㅇ이 보였다. 다만 지금 이 순간 그 고운 얼굴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쌍의 검은 눈에서는 거의 불을 뿜을 것 같았다.
  • 설찬이다.
  • "안소, 내가 며칠을 떠났다고 또 이 계집애한테 쫓기고 있는게냐?”
  • 설찬의 잘 난 말투는 여전했다.
  • 이 남자 귀신에 대한 내 공포는 극에 달하지만 이럴때 그를 보아 안심이 된다는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여기 있는한 아무도 나를 해치지 못한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내 뒤의 임영은 설찬을 보자마자 방금전까지의 사나운 기운이 온데간데로 사라지고 겁이 나서 울부짖으며 얼른 나를 놓고 창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 그런데 설찬은 머리도 안 돌린채 손바닥만 뒤집자마자 무수한 푸른 도깨비불이 나부끼며 그녀를 겹겹이 에워쌌다.
  • 임영의 몸이 도깨비불에 새까맣게 태워지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뭐 하는 겁니까!"
  • 당황해졌다.
  • "이 계집애가 몇 번씩 너를 다치게 하려고 하는데 내가 가만히 놔둘거라고 생각하는 게냐?"
  • 설찬은 냉담하게 말을 뱉었다.
  • "오해를 해서 그랬을 뿐이에요, 제발 가만히 놔주세요."
  • 마음이 조급해 났다. 임영이는 어쨌든 내 룸메이트였는데 그녀가 그렇게 참사한것도 충분히 불쌍한데 어떻게 눈 뜨고 그녀가 혼비백산하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 설찬의 눈동자는 여전히 아무런 온기가 없었지만 나의 거듭된 간절한 애원 아래 그는 끝내 도깨비불을 거두었다.
  • 나는 허약한 임영의 옆에 쭈그리고 앉으며 물었다.
  • "왜 나 때문에 네가 죽었다고 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