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임영이가 남긴 물건을 검사했는데 특별한 건 없고 유일하게 이상한 건 핸드폰을 잃어버린 거였어."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응, 지갑이랑 다른 귀중품은 다 있는데 핸드폰만 잃어 버렸어."
"휴대폰이 최신상이라서 그런 건가? 내 기억으로는 그것도 유도가 선물해 준거 같은데.”
홍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했는데 나는 홍하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신상이라고 해도 휴대폰만 훔치고 돈을 안 가져갈리가 없으 니까.
"한 가지 더 있긴 한데 단서가 될지는 모르겠네. 경찰한테서 들은건데 지난달에 옆 학교에서도 한 여학생이 자살했다는데."
"진짜?"
"그뿐만 아니라 그 여자도 죽기 전에 핸드폰을 잃어버렸데."
홍하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 이건 아무래도 너무 이상한 우연인데?
"그 여학생 이름 물어서 인스타계정 찾아봤어."
방정은 말을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인스타를 보여주었다.
그 여자의 인스타에는 모두 셀카와 음식 사진이고 그냥 평범한 여자애로 보였는데 유일하게 좀 특이한 것은 그녀가 한 남학생과 같이 찍은 사진이다.
그 남자는 아마 그녀의 남자 친구인 것 같았는데 특이한건 사진 속에서 그 남자의 얼굴 전체가 그림자 아래 가려져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키가 훤칠하고 하얀색 반팔 아래 드러난 팔뚝에 마치 나비 모양의 모반이였다. 우리는 인스타에서 아무런 쓸모있는 것도 찾아 볼 수가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밤의 장막이 찾아들자 나는 설풍이 말한대로 주사를 문가에 가늘게 뿌리고 홍하와 방정에게 조금씩 나누어 준 후 셋이 같이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다.
밤은 유난히 고요했다.
12시가 되었을 때 우리의 눈꺼풀이 모두 싸우기 시작했을 때 문 앞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까딱, 까딱.
우리 셋은 순간 너무 놀라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그 발자국 소리는 점점 더 크게 울려 문앞까지 왔을 때 멈췄다.
"끅끅..."
문밖에서 갑자기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답답한게 마치 목이 졸린 것 같았다.
임영이의 웃음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우리 셋은 이불 속에 웅크리고 숨을 크게 쉬지도 못하고 설풍이 준 주사가 쓸모가 있길 비는 수밖에 없었다.
펑펑!
곧 문밖의 임영은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어제보다 더 힘차게 문이 나갈듯 두드렸다. 기숙사의 문은 금방 틈이 열리고 말았다. 또 한 번의 '펑' 소리와 함께 문이 바로 부서질려는 듯이 열리려 할 때 문밖에서 갑자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문밖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우리 셋은 긴 숨을 내쉬었다.
"좋았어. 설풍 선배가 준 주사가 쓸모가 있긴 하네."
홍하가 숨을 고르며 말을 했다.
우리는 감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새벽 세 시가 넘도록 임영이가 다시 나타나지 않아 정말 견딜 수가 없어 그제야 옹기종기 모여 잠을 잤다. 잠이 든 후 어렴풋이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펑펑.
나는 깜짝 놀라 잠이 깼다. 문은 가만히 있었고 더 이상 파괴된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혹시 내가 꿈을 꾼건가?
내가 의심이 들 때 또 한바탕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펑펑.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소리는 아주 또렷했지만 문밖에서 나는 것이 아리나 내 뒤에서 나는 것이였다.
창문이다.
나는 벌벌 떨며 고개를 돌려 보았다-
기숙사 불을 끄고 우리는 어두울까 봐 커튼을 열고 바깥의 달빛과 가로등을 좀 빌리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더 후회한다. 커튼이 없기에 나는 투명한 창 밖의 창백한 손이 끊임없는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화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펑펑!
펑펑!
한 번이 한 번보다 더 힘껏 두드리고 있다!
"홍하야, 방정아…"
난 떨려 두 사람을 흔들어 깨우고 싶었지만 그녀들은 너무나 깊이 잠들어 있어 전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그 손이 얼마나 두드렸는지 몰라 갑자기 멈췄다. 이어서 유리를 따라 천천히 미끄러내려가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을 냈다. 그 손이 사라지고 내가 아직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는데 창백하고 피범벅인 얼굴이 갑자기 창밖에서 나타났다!
임영이다!
"아!"
나는 놀라서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뺐다.
창밖의 임영이는 놀라서 혼비백산한 내 모습을 보고 끅끅 웃었다. 곧이어 창백한 그녀의 주먹이 유리창을 무겁게 내리쳤다.
와르르!
창문이 산산조각이 나서 열렸다.
임영의 비틀어진 몸이 기어 들어왔다.
"방정! 홍하!"
나는 죽기살기로 홍하와 방정을 흔들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잘 못 됐다. 아무리 깊이 잠이 들었어도 이렇게 큰 소란에 두 사람이 못 깨어날 리가 없지!
그때 임영이는 벌써 비틀비틀 우리 침대 옆까지 기여왔다. 한 쪽밖에 없는 눈은 나를 뚫어져라 쳐며차가운 손은 나를 향해 덮쳐왔다.
"안소! 네가 날 죽였어! 죽여버릴 거야!"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침대 안쪽으로 피했고 마음이 몹시 두려웠다.
임영의 목표, 그게 나라니!
"죽인 적 없어! 네가 잘 못 알고있는거야!"
나는 목청을 돋우어 소리쳤다. 그러나 임영은 들리지 않는 듯 흉악한 표정으로 날 노려보며 날카로운 손가락으로 내 팔을 베었다.
"네가 죽였어! 네가 아니었다면! 난 죽지 않았을 거야!"
임영이의 얼굴이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서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 주머니 속 설풍이가 준 주사를 그녀에게 세게 뿌렸다!
"아!"
주사가 임영의 얼굴에 닿자 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피부는 마치 화상을 입은 듯 수많은 물집이 떠올랐다.
나는 기회를 잡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임영은 몸의 통증을 무릅쓰고 나의 발목을 덥석 잡았다.
나는 세게 땅에 떨어졌다. 서둘러 주사 한 줌을 더 잡고 싶었지만 임영이는 이미 교훈을 얻어 내 머리채를 덥석 잡고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
나는 아파서 소리쳤지만 임영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내 머리채를 잡고 책상에 내리치려고 했다. 내 머리가 책상에 내리찍힐 것을 예상하고 눈을 감은 채 아픔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생각했던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놀라 눈을 떠보니 희고 기다란 손이 내 이마를 감싸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손을 따라 위로 바라보니 익숙한 검은 가운이 보였다.
검은 가운이 어둠 속에서 가볍게 휘날려 늘씬한 몸매를 그려냈고 눈을 들어보니 바로 그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얼굴ㅇ이 보였다. 다만 지금 이 순간 그 고운 얼굴은 분노로 물들어 있었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한 쌍의 검은 눈에서는 거의 불을 뿜을 것 같았다.
설찬이다.
"안소, 내가 며칠을 떠났다고 또 이 계집애한테 쫓기고 있는게냐?”
설찬의 잘 난 말투는 여전했다.
이 남자 귀신에 대한 내 공포는 극에 달하지만 이럴때 그를 보아 안심이 된다는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여기 있는한 아무도 나를 해치지 못한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뒤의 임영은 설찬을 보자마자 방금전까지의 사나운 기운이 온데간데로 사라지고 겁이 나서 울부짖으며 얼른 나를 놓고 창밖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런데 설찬은 머리도 안 돌린채 손바닥만 뒤집자마자 무수한 푸른 도깨비불이 나부끼며 그녀를 겹겹이 에워쌌다.
임영의 몸이 도깨비불에 새까맣게 태워지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뭐 하는 겁니까!"
당황해졌다.
"이 계집애가 몇 번씩 너를 다치게 하려고 하는데 내가 가만히 놔둘거라고 생각하는 게냐?"
설찬은 냉담하게 말을 뱉었다.
"오해를 해서 그랬을 뿐이에요, 제발 가만히 놔주세요."
마음이 조급해 났다. 임영이는 어쨌든 내 룸메이트였는데 그녀가 그렇게 참사한것도 충분히 불쌍한데 어떻게 눈 뜨고 그녀가 혼비백산하는 것을 볼 수 있겠는가?
설찬의 눈동자는 여전히 아무런 온기가 없었지만 나의 거듭된 간절한 애원 아래 그는 끝내 도깨비불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