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다시 만나게 될 그날
무릇풍화
Last update: 2025-03-09
제1화 이상한 꿈
- "낭자, 이만 취침하지요.”
- 눈 앞의 남자는 붉은 가운을 입고 있고 몸매는 훤칠하며 어깨는 넓고 허리는 좁았다. 하얀 피부에 이목구비 하나하나가 섬세한 공예품같이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였다.
- 이런 아름다운 사람을 마주하고 있으나 나는 겁이 날 뿐이였다.
- 여기가 어디지?
- 왜 옛날 조선시대 결혼 예식장 같지?
- 취침?
- 뭔 취침?
- 난 이 사람을 전혀 모르잖아!
- 나는 무서워서 뒤로 물러 나려고 했으나 몸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구속된것처럼 꼼짝도 못했다.
- 이때 그 붉은 가운을 입은 미남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했다.
- "자, 봄 밤의 일각은 천금과도 같으니, 낭자, 우리 절대 낭비하지 말게.”
- 나지막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귀가에 울리면서 내 눈 앞의 광경이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하고 온 몸이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 춥다.
- 너무 춥다.
- 온 몸이 얼음 움 속에 갇힌 것처럼 추웠다.
- 정신이 흐릿한 사이 귓가엔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 “설씨 집안이 나랑 농담이라도 하는 게냐? 이딴 계집아이를 찾아다주다니?”
- 그 소리는 나지막하고 듣기 좋았으며 어투 속엔 분명 불쾌한 감정이 들어 있었다.
- 누구지?
- 누가 내 귀에 대고 말을 하는 거지?
- 눈을 뜨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꼼짝할 수 없었다.
- "모습은 곱지 않지만 그럭저럭 손은 댈수 있겠군, 그보다 맛은 어떨지 모르겠네.”
- 그 목소리가 다시 울려왔다, 이번엔 그 속삭임속에 놀음끼가 많아졌다. 그 말 속의 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전에 갑자기 입술에 차가움이 느껴졌다.
- 그 느낌은 마치 차가운 푸딩같아서 이 푸딩을 맛보고 싶어 참지 못하고 입을 약간 벌렸더니, 내가 입을 열기 무섭게 무언가 차가운 것이 갑자기 내 입안을 침입하였다.
- 그 차가운 것은 아주 날렵하게 내 혀끝을 살며시 스쳐갔다. 아무리 잠결이라도 이런 집적거림을 견디긴 어려워 온 몸이 살살 떨려왔다.
- 내 반응이 재밌었는지 귓가엔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 "몹시 예민하군."
- 문득, 내 허리에서 차가운 느낌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마치 한 짝의 손인 것 같았다.
- 비록 자고 있지만 이번엔 나도 심상치 않다는걸 느꼈다.
- 나는 살짝 발버둥을 쳤지만 허리춤의 그 손은 얼마나 포악한지 나의 몸부림을 느끼자 더 강하게 나를 구속하였다.
- 순간, 나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 뒤이어, 그 손은 더욱 건방지게 내 몸 위를 활보했고 동시에 내 입안의 촉감도 가시지 않고 더 진하게 내 입 안의 구석구석을 약탈했다.
- 말하자면 이상하지만, 분명 입술의 그 키스든 내 허리춤에 놓인 손이든 얼음같이 차가운데 몸은 더욱 뜨거워지는것 같았다…
- "음…"
- 내가 참지 못하고 작게 신음 소리를 내자 내 몸에 놓인 차가운 손이 멈칫하더니 다음 순간 포악한 약탈이 하늘을 뒤덮어 온 듯하였고 차가운 불꽃이 나를 태우는 것만 같았다.
- 길고 긴 밤이였다.
-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 그 약탈이 겨우 끝나 숨이 턱에 차오를 때 그 차가운 촉감이 다시 내 입술에 닿았고 낮은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 "설씨 집안 일을 마무리 짓고 나면 다시 보자구나."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몸에 느껴지는 모든 차가운 촉감이 재빨리 빠져나갔다.
- "아!"
- 나는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뛰어 일어났다.
- 흰 등불이 눈부시게 밝았고 눈앞에 보이는 건 익숙한 기숙사였다.
- "소소야, 왜 그래?”
- 귓가엔 익숙한 나를 관심해주는 목소리였고 고개를 돌아보니 룸메이트인 방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게 보였다.
- 나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 정신이 들었다.
- 꿈이었구나...
- 미남이랑 결혼하는 꿈을 꾸면 꿨지 저런 미성년자 관람불가한것까지 꾸다니?
- 안소야 안소, 네가 아주 남자 생각에 미쳤구나!
- 나는 내 자신을 세게 한번 꼬집고는 고개들어 방정한테 물었다.
- "괜찮아. 그저 악몽을 꾼것 뿐이야, 많이 놀랐어?"
- 방정은 고개를 끄덕일 뿐 의심하진 않은 모양이다.
- 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할 준비를 하려 했지만 일어나자마자 휘청거려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뻔 했다.
- 두 다리 사이엔 심한 통증이 전해 와서, 아프다 못해 나는 침대로 다시 돌아앉았다.
- 넋을 잃었다, 내가 왜 이러지?
- 꿈이 아닌가? 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현실에서도 아프나?
- 어떻게 그럴 리가 있지?
-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이불을 갰다, 그러나 이불을 들추자 마자 나는 멍해졌다.
- 내 하늘색 침대 시트에 붉은 핏자국이 있었다.
- “너 생리 하니?”
- 방정도 핏자국을 보고 말을 했다.
- 나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말을 할수 없었다.
- 내 생리는 분명히 며칠 전이 끝이였는데, 갑자기 또 왜 온거지?
- 게다가 두 다리 사이의 통증까지...
- 내가 머리속의 놀라운 생각을 정리 짓기도 전에 방정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소소야, 얼른 움직여, 다음이 장마녀 수업인데, 지각하면 점수 마이너스라구."
-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뭐? 지금 몇 시야??”
- "벌써 8시 반이야."
- "Shit!"
- 나는 다른 생각 할 겨를도 없이 얼른 화장실에 뛰어들어 머리빗질을 끝내고, 가방을 메고 방정이랑 강의동을 향해 뛰어갔다.
- 이제 막 강의동 밑에 도착했는데 우리의 눈 앞은 인상인해로 이루어졌고 다들 무언가를 둘러보고 있는 건지 강의실로 들어가는 문은 물 샐틈없이 막혀 있었다.
- "왜 이래? 수업 안 할거야? "
- 방정이와 둘이 아무리 비집고 들어가려 해도 그렇지 못하니 불평이 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 "소소! 방사장!"
- 앞의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봤더니, 나의 또 다른 룸메이트인 오홍하가 사람 무리 속을 헤치고 우리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 모처럼 우리 앞까지 왔는데 나는 홍하의 낯빛이 종이장처럼 새하얗게 질려있는 걸 보았다.
- "홍하야, 저기 무슨 일이라도 있어?"
- 홍하가 ‘우아’하고 소리내어 울며 말했다.
- "임영...임영이 강의동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어!"
- 내 머리 속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고 순간 공백이 된 기분이였다.
- 우리 셋은 죽을 힘을 다 해 사람 무리속으로 비집어 들기 시작했고 힘이 다 빠졌을 즈음 드디어 무리의 제일 앞쪽에 서게 되었는데 우리의 눈앞엔 강의동아래 온통 피로 물들어 있는 바닥과 피바다 속에 누워 있는 여자 시체 한구 였다.
- 화이트 원피스에 가까스로 알아낼 수 있는 청초한 얼굴…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우리의 룸메이트 임영이인게 확실하다.
- 주위의 학생들은 시체를 보기만 해도 연신 비명을 질렀고 겁이 많은 여자 애들은 울기까지 했다.
- 임영은 아주 비참하게 죽었다고 말할수 있다.
- 뼈가 전부 부러져서 말랑한 몸이 납작 엎드려 뒤틀려 있었고 심지어 눈알 한 알이 빠져 나와 있었다.
- 경찰이 인차 도착해 둘러싸서 구경하던 사람들을 해산시켰고 수업도 취소되어 나와 홍하와 방정이는 무지몽매하게 기숙사로 돌아왔다.
- 평소 아늑한 침실이 오늘은 사람이 적어서 인지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 방정과 홍하는 너무 무섭다며 내일 오전에 수업도 없으니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 "소소, 너는 안 돌아갈거야?"
- 내가 침대 위에서 꼼짝도 안 하고 앉아 있는걸 보자 홍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 나가 고개를 젖자 그녀는 감탄하면서 말했다.
- “넌 정말 대담하구나.”
- 그말에 나는 쓴 웃음을 보일수 밖에 없었다.
- 대담은 무슨, 다만 집에 가기 싫을 뿐.
- 방정은 나와 조금 더 가까운 사이라 나의 고민을 눈치 채고는 물었다.
- “소소야, 걱정마. 딱 하루밤만 갔다 내일이면 돌아 올거야.”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늦은 밤 혼자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 내가 슬슬 졸음기가 생겨나고 정신이 흐리멍덩하던중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콩콩콩콩.
- 나는 깜짝 놀라 얼른 침대에서 기어 일어나 얼른 휴대폰을 집어 들어 시간을 확인 해보니 마침 12시 정각이였다. 마음이 뒤숭숭해 났다.
- 이런 한밤중에 누가 와서 문을 두드리겠어? 설마 내가 헛것을 들었나?
- 콩콩콩콩.
- 이때 문밖에서 또 규칙있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난 확신했다, 이건 내 착각이 아니라는것을.
- "거기 누구 있어요?"
- 나는 용기 내어 입을 열어 물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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