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그녀의 남편

  • 고예슬이 입은 웨딩드레스는 강씨 가문이 큰돈을 들여 모신 남국 유명한 디자이너가 손수 제작한 것이었다. 한 벌만 해도 가격이 20억 가까이 되었다. 이러한 성의를 보면 고씨 가문의 면목은 세워준 셈이었다.
  • 이토록 값비싼 웨딩드레스를 입었으면서도 고예슬은 조금도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있던 여드름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뽀얀 피부만 남아있었다.
  • 젖살도 채 빠지지 않은 얼굴에는 솜털이 몽실몽실 나 있었다. 통통한 볼살은 그녀를 더욱 어려 보이게 했다.
  • 하긴 그녀는 원래 나이가 어렸으니.
  • 고 부인은 방 안에 들어와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낸 뒤 고예슬과 단둘이 남았다.
  • “예슬아, 너 원래 거절했어야 했어.”
  • 고예슬은 웃으며 어머니를 위로했다.
  • “갑자기 든 생각인데 결혼 꽤 재미있는 것 같아요, 헤헤.”
  • 고 부인은 자책하는 마음에 손을 뻗어 고예슬의 머리와 얼굴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 “예슬아, 그날 강 회장이 널 남겨서 무슨 얘기를 했어?”
  • 고예슬은 멈칫했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강 회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 “예슬아, 강씨 가문에게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 고예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강 회장이 말했었다.
  • “눈빛이 말해주네요. 우리 강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하지만 속으로 잘 알 텐데. 부모님 생각은 한 적 있어요? 동생은? 사람은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아서는 안 돼요.”
  • “위씨 가문에 대해 들어봤어요?”
  • 고예슬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강 회장을 바라보았다.
  • 위씨 그룹은 전에 동국 Z시티에서 제일가는 기업이었다. 관리범위도 넓고 뒷세력도 강했지만 하루아침에 파산당하는 바람에 회사 고층 인물들까지 모두 감옥살이하게 되였고 해외로 도주한 사람들도 쉽사리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지금의 고씨 가문은 그 시절의 위씨 그룹과는 비교조차 안 되었다. 그때와 똑같은 수단으로 고씨 가문을 해칠 거라는 생각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 ...
  • 고예슬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꼭 잡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 “강 회장님. 저를 왜 뽑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강 회장은 느긋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 “말하자니 웃기네요. 때가 되면 알려줄게요.”
  • 고예슬은 고개를 끄덕였다.
  • “말씀하신 때가 하루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네요.”
  • “진욱에게 시집오기로 결정 난 거예요?”
  • “저의 가문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사항만 들어주시면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저의 부모님께서 어렵게 살린 기업이에요.”
  • 정신을 가다듬은 고예슬은 고 부인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밝은 미소로 대답했다.
  • “별 얘기 안 했어요! 엄마, 강씨 가문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사업도 잘되고. 그러니까 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다른 한 편.
  • 강 회장은 파일 하나와 USB를 건넸다.
  • “여기에 네가 찾는 모든 것이 들어있어.”
  • 강진욱이 손을 뻗어 가져가려고 하자 강 회장이 다시 낚아챘다.
  • “결혼식 끝나고 가져가.”
  • 강진욱은 분노에 차서 턱시도를 입은 채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 그렇게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 객석은 축하하러 온 하객들로 가득 찼다.
  • 참석하러 온 하객들에게는 사람마다 초청함을 돌렸기에 당연히 매체의 파파라치들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 강진욱의 결혼은 많은 사람이 바라던 꿈을 산산조각내버렸다. 고씨 가문 딸과 결혼하니 고씨 가문의 지위가 직속 상승했기 때문이다.
  • 신부대기실, 고예슬도 곧 들이닥칠 생활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 시간이 되었다.
  • 그녀는 긴 웨딩드레스를 질질 끌면서 불편한 하이힐을 신고 아버지에게 걸어갔다. 아버지의 붉어진 눈시울을 바라보며 고예슬은 가까스로 눈물을 꾹 참았다.
  • 문이 열리고 장내에 있던 조명이 오로지 그녀와 고 회장을 비추고 있었다.
  • 고예슬은 아버지의 팔짱을 낀 채 꽃가루로 뒤덮인 길을 걸으며 입장했다.
  • 그녀는 멀리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 고예슬은 오늘 그를 처음 만났다. 강진욱-그녀의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