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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결혼식

  • 비록 둘 다 동국 Z시티에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단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 하지만 강진욱이라는 이름은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 강진욱, 28세 남자. 일찍 사업에 성공하고 잘생긴 데다 동국의 경제왕으로 불리는, 손에 쥐어진 무수한 인맥을 자랑하는 사람.
  • 무수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그자가 지금 그녀의 신랑이 되었다!
  • 나이는 어렸지만 내뿜는 포스는 남들과 차원이 달랐다. 그 때문에 보는 이들을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만들었다.
  • 지금 이 순간, 결혼식장에 서 있는 그는 마치 출장을 마치고 준비도 못 마친 채 공항에서 달려온 사람 같았다.
  • 결혼은 그에게 있어 단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 보아하니 그도 이 결혼에 대해 불만이 가득한 것 같았다.
  • 그렇다면 어느 정도 말이 통할 것 같았다.
  • 여기까지 생각하니 고예슬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 고 회장이 그녀의 손을 강진욱에게 건네주었다. 지나친 긴장 탓에 차가워진 손이 강진욱의 뜨거운 손바닥에 닿자 고예슬은 본능적으로 손을 뺐다.
  • 강진욱은 빠른 속도로 그녀의 손을 낚아채 꽉 잡았다.
  • 그렇게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 강진욱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훑다가 사슴 같은 눈망울에 머물렀다. 깊고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니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은은한 파장이 일었다!
  • 그것도 잠시, 그는 고개를 돌려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았다.
  • 고예슬의 손끝으로부터 전해져오는 체온을 느끼며 강진욱은 속으로 비웃었다.
  • ‘내가 이렇게 사람들이 말하는 늙은 여우가 돼버리고 마는구나!’
  • 누가 알겠는가, 지금 이 순간 예비 신부가 당황스러움에 멍을 떨고 있다는 것을!
  • 그로 인해 그녀는 신부님의 물음을 듣지 못했다.
  • “신부 고예슬 양은 신랑 강진욱 군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병들 때나 신랑 강진욱 군을 사랑하고 보살피며 존중하고 아낄 것을 영원히 맹세합니까?”
  • 말이 끝나서도 누구 하나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 고예슬의 심장은 쿵쾅쿵쾅 뛴 나머지 바로 곁에 서 있던 강진욱도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상적인 호흡이 아니었다.
  • 강진욱이 입을 열어 경고했다.
  • “대답해.”
  • 그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에 고예슬은 저도 모르게 부케를 더욱 꽉 부여잡았다.
  • 고예슬은 고개를 들어 의문이 가득한 두 눈을 깜박였다!
  • 강진욱은 한참을 기다려도 고예슬의 ‘맹세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하자 고예슬의 손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강진욱은 고개를 돌려 아직 긴장에 떨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 강진욱은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고예슬이 결혼식을 망쳐 강씨 가문 명성에 먹칠을 한다면 고씨 가문을 절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 하지만 강진욱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고예슬의 티 없이 맑은 눈동자에 꽂히고 말았다!
  • 강진욱은 서둘러 다른 한 손으로 고예슬의 잔머리를 넘겨주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한없이 다정한 모습이었다.
  •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강진욱은 얼어붙은 고예슬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
  • “계속 멍하니 있다가 강씨 가문에 먹칠하면 고씨 가문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 이 한마디가 고예슬의 기분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했다!
  • ‘그래! 이 결혼은 일종의 거래잖아!’
  • 고예슬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강진욱을 바라보는 시선 속엔 침착함이 묻어있었다.
  • 그리고는 강진욱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 “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
  • 따뜻한 숨소리가 강진욱의 귓가를 스치면서 그녀의 체향이 그대로 풍겨왔다. 그녀의 사소한 행동에 강진욱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