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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첫판 완승

  • 그는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 “위혜영, 두 번 다시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다음은 이렇게 끝나지 않을 거야!”
  • 떠나가는 강 시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위혜영은 한참 동안 방안에서 울었다!
  • 다 고예슬 탓으로 느껴졌다. 고예슬만 없었어도 강 시장에 그녀에게 이토록 화를 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고예슬 때문에 남편의 태도가 바뀐 거라면 더 이상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 한편 억울하게 괴롭힘만 당한 고예슬은 얌전히 식탁에 앉아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그렇게 한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강진욱이 아닌 고예슬을 놀라게 할 만한 사람이 나타났다.
  • 한유라를 보고 고예슬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강 회장을 바라보았다.
  • ‘이 사람은 누구지?’
  • 강 회장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한씨 가문과 강씨 가문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한유라를 못 본 척할 수도 없었다.
  • 그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 “유라야, 여기는 무슨 일이야? 빨리 와서 앉아.”
  • 한유라가 들어와서 가장 먼저 발견한 건 강 회장 옆자리에 앉은 고예슬이었다.
  • 강씨 가문에서 낯선 얼굴은 단 하나뿐이었다. 한유라는 단번에 그녀가 바로 강진욱의 아내라는 것을 알아챘다.
  • 그녀는 힘겹게 웃음을 쥐어짜내며 소파에 앉았다.
  • “아저씨, 저 형님 만나 뵈러 왔어요.”
  • “혜영이 보러 왔구나. 예슬아, 가서 네 형님 모셔와.”
  • 강 회장은 꽤 선을 확고하게 긋는 스타일이었다. 한유라가 강씨 가문 본가를 수십 번 방문한 데다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그는 그녀를 2층으로 올라가진 못하게 막았다. 한유라의 활동 범위는 오직 1층뿐이었다.
  • 강 회장의 인식 속에는 오직 강씨 가문 사람만이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 그는 매번 말할 때마다 자신의 뜻을 확고하게 표시했다.
  • 고예슬더러 불러오게 한 다음 그는 한유라에게 고예슬은 이제 강씨 가문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 고예슬은 속으로 강 회장의 뜻을 알아채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버님, 그럼 저 바로 올라가 볼게요.”
  • ‘아버님’이라는 칭호에 강 회장은 속으로 뿌듯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 “가봐, 아가야.”
  • 강 회장은 고예슬이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는 것을 느꼈다.
  • 위혜영을 찾았을 때 그녀의 눈은 아직 붓기가 채 가라앉지 않았다. 고예슬은 대놓고 그녀의 비밀을 들추기 싫어 조심스레 말했다.
  • “형님, 1층에서 한유라 씨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한유가가 왔다는 말을 들은 위혜영의 눈빛이 확 살아났다. 그녀는 고예슬의 눈빛에 분노가 비친 것을 보고 또다시 비꼬며 말했다.
  • “유라가 왔구나. 보나 마나 도련님 찾으러 온 걸 거야. 도련님의... 아니야, 됐어. 도련님은 이미 결혼을 한 몸인걸. 옛 추억은 그대로 남겨두는 게 좋지.”
  • 이 타이밍에 말을 끊다니, 고예슬은 단번에 알아챘다.
  • ‘한유라가 강진욱의 옛 애인이었구나. 강 회장님이 일부러 나를 시켜 형님을 부르게 한 것도 한유라에게 내가 강진욱의 아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구나.’
  • 고예슬은 오늘 아침 식탁에서 자신이 당한 모욕을 그대로 되갚아주고 싶었다.
  • 그녀는 활짝 웃으며 위혜영에게 말했다.
  • “요즘 세상에 누가 옛 추억이 없겠어요? 아쉽네요. 인연이 아니었나 보죠.”
  • 첫판은 고예슬의 완승이었다.
  • 위혜영은 불쾌한 표정으로 고예슬의 옆을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한유라에게 물었다.
  • “유라야, 도련님 찾으러 온 거야? 어젯밤부터 집에 없었는데.”
  • 위혜영은 자신의 물음이 시아버님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승부욕이 센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오로지 고예슬에게 무안한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 한유라도 위혜영의 뜻을 알아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진욱이 집에 없는 거 알아요. 어젯밤 저희 둘 여남 별장에 있었거든요.”
  • 순간 집안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 새신랑은 어젯밤 그녀와 함께 있었고 새신부는 외로이 독수공방하다 비웃음을 샀다.
  •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이건 한유라가 고예슬에 대한 도발이라는 것을. 그녀가 강진욱에게 시집갔으면 어떠한가, 신혼 첫날밤 그의 곁은 지킨 사람은 자신인데.
  • 고예슬은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강 회장의 표정만 더욱 어두워졌을 뿐이었다. 반면 위혜영은 기쁜 마음에 큰 소리로 웃었다.
  • “어젯밤 같이 있었으면서 왜 같이 오지 않았어?”
  • 그녀는 소파에 앉아 한유라의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물었다.
  • 강 회장은 도무지 어젯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한유라의 말뜻으로 봐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바로 어젯밤 새신랑과 밤 자리를 함께 한 사람이라고 알리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