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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고예슬, 너 죽을래?

  • 고씨 가문이 무슨 속셈인지 알아내지 못한 채 고씨 가문 딸의 전화가 왔다.
  • 고예슬의 번호를 몰랐던 그는 주저 없이 휴대폰을 들었다. 아저씨라고 부르는 발랄한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강진욱은 이마를 찌푸리고 소리쳤다.
  • “고예슬!”
  • “에이~ 아저씨. 그쪽 아버지가 당신한테 할 말이 있대.”
  • 이미 그는 본성을 드러냈고 말을 함부로 하는 강진욱을 똑같이 함부로 말하는 거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 고예슬이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었다.
  • 하지만 강진욱은 이 별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 강진욱은 휴대폰을 꽉 쥐고 화를 참으며 말했다.
  • “고예슬, 다시 한번 말해봐.”
  • 고예슬이 발랄한 목소리로 연달아 불렀다.
  •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세 번 불렀으니까 찾아올 테면 와봐.”
  • 강진욱은 눈을 찌푸리고 침을 삼켰다.
  • ‘이 여자 정말 똑똑해. 나를 화나게 해서 집에 들어가게 하려는 속셈이야.’
  • 그는 기어코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 강진욱은 침착한 척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 잠시 후 고예슬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 “아저씨, 화났어? 화낼 게 뭐 있어? 내 다리가 짧다고 놀린 것도 난 화내지 않았는데 왜 당신이 화를 내고 그래? 남자가 속이 좁다니까. 아저씨라고 한 게 뭐 잘못된 것도 아니고. 이 나이에 우리가 같이 밖에 나가면 정말 내 아빠로 본다니까. 아니면 조카라고 불러줘?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하는 수 없이 조카라고 불러줄게... 여보세요? 여보세요? 강진욱, 여보세요?”
  • 전화는 또 끊어졌다.
  • 고예슬은 휴대폰을 얼굴에서 떼고 잠겨진 휴대폰 화면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 “설마 이게 업계 최고인 사람의 마음이란 말이야? 마음이 이렇게 좁았어야 하겠어? 아저씨라고 하는 게 뭐 어때서, 이미 늙었는데. 전화를 계속해서 더 화나게 해야지.”
  • 강진욱의 휴대폰이 또 한 번 울리자 고민도 없이 끊어버렸다.
  • 고예슬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했지만 이번에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 고예슬은 속으로 강진욱을 욕하고 있었다.
  • 강씨 본가에 돌아간 그녀는 집에 놓여있는 휴대폰으로 강진욱에게 전화했다.
  • 이때 강진욱은 금방 회의실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 집에서 걸려온 전화였기에 그는 아무런 고민 없이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댔다. 역시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조카? 당신 아버지가 돌아와서 할 얘기가 있대. 돌아오지 않으면...”
  • 뚜뚜뚜 신호음만 들려왔다.
  • 그녀는 다시 한번 전화했다.
  • “고예슬, 너 죽을래?”
  • “강진욱, 네 와이프한테 무슨 말이야!”
  • 며느리 혼자 거실에서 전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던 강 회장이 호통쳤다.
  • 물어봤더니 자신 때문에 강진욱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그녀가 말했다.
  • “아버님, 진욱 씨랑 할 얘기가 있어 보였는데 진욱 씨가 먼저 가서 다시 돌아오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 ‘우리 며느리, 얼마나 착해.’
  • 강 회장은 고예슬의 진심 어린 얼굴과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이 며느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고예슬의 행동은 자신을 위해서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확실히 강진욱에게 할 말이 있었다.
  • 그래서 강 회장은 강진욱에게 전화했지만 들려오는 건 아들의 거침없는 욕설이었다.
  • 그는 화가 나 호통쳤다.
  • “강진욱, 당장 돌아와서 고예슬한테 사과해!”
  • 고예슬은 강 회장의 위엄에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는 강진욱이 어떤 말을 했기에 강 회장이 이렇게 화를 내는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