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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를 가질 시간

이제 너를 가질 시간

신유쓰

Last update: 2022-06-26

제1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혼약

  • 동국, Z시티.
  • 무더운 여름, 태양이 땅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 고씨 가문 별장.
  • “아빠, 지금 저더러 시집가라고요? 이젠 딸까지 팔아넘겨야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걱정도 안 되세요?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생각해보세요!”
  •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고예슬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 그녀는 고 회장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다.
  • 그녀더러 시집가라니, 어느 가문이 그녀를 집에 들일 생각을 하겠는가?
  • 고 부인은 딸의 말을 듣고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말했다.
  • “얘 말하는 것 좀 봐. 이번에 널 부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야.”
  • 고예슬은 바닥에 쌓인 선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 “엄마, 예물도 받아놨으면서 저랑 상의를 하시겠다고요?”
  • 그녀는 그저 본업에 충실한 대학교 2학년생이었다. 방학을 즐겁게 마무리하기도 전에 그녀는 고 부인에게서 걸려 온 비상전화에 곧바로 집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결혼 통보였다.
  • 누구라고?!
  • 강씨 가문.
  • 고예슬은 상대가 강씨 가문이라는 말을 듣고 경악한 나머지 벼락에라도 맞은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꼼짝달싹 못 했다.
  • 두 부부는 서로 눈을 맞추더니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 “내일, 우리 두 가문이 서로 밥 한 끼 먹기로 약속했어. 너...”
  • “엄마, 나 진정 좀 할게요.”
  • 고예슬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동국의 어떠한 가문이 제시한 혼약은 언제든 거절할 수 있었다. 유독 강씨 가문만 빼고.
  • 아무리 눈에 뵈는 게 없는 사람일지라도 강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강씨 가문은 동국 Z시티에서 세대를 이어 명성이 자자한 대가문이었다.
  • 강씨 가문 사람들의 손짓 하나에 동국 경제가 흔들릴 수준이었다.
  • 그러기에 강씨 가문에게 미움을 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했다.
  • 고예슬은 고민에 빠진 얼굴로 물었다.
  • “어떡하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혼약이 날 미치게 만들어.”
  • ‘확 죽어버릴까? 아니면 혼약 그대로 받아줘야 하나?’
  • 고예슬은 고민했다.
  • 다음날.
  • 그녀는 결국 두 가문이 마주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 그녀의 하얀 피부에는 여드름이 잔뜩 나 있었다.
  • 게다가 말을 꺼낼 때마다 풍기는 입 냄새까지!
  • 머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노란색 스카프를 눌러쓰고 입술에는 바비 분홍색 립스틱을 발랐다. 그리고 열 손가락 모두 부동한 컬러로 오색령롱하게 장식했다. 빨간색, 분홍색, 보라색...
  • 총체적으로 볼 때 지금의 고예슬은 단순히 촌스럽고, 뚱뚱하고, 동그랗고, 못생겼다는 단어로는 형용할 수 없었다. 꼴도 보기 싫은 정도였다!
  • 고 회장은 고예슬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 “강 회장님, 제 딸 고예슬입니다.”
  • ‘이게... 진짜 고예슬이라고?’
  • 강 회장은 의혹에 잠긴 채 저도 모르게 손에 들린 사진과 눈앞에 있는 아이를 비교해보았다.
  • ‘사진에 있는 여자아이는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잡혀있고 청순한 모습이었는데 어찌 머리도 엉겨 붙고 여드름도 가득한데다 몸에서 괴상한 냄새가 나는 모습을 하고 나타난 거지? 귀신도 보고 도망칠 만큼...?’
  • 다행히 강진욱이 오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왔다면 고예슬과의 결혼은 결사반대했을 것이다.
  • “왜 사진과 다르게 생겼죠?”
  • 고예슬은 자세를 가다듬고 망설이는 말투로 대답했다.
  • “사진은 포토샵 수정을 거쳤던 것이고요. 이게 제 진짜 모습이에요.”
  • 고 회장은 멈칫했다.
  • 고예슬은 고 회장의 표정을 보고 내심 기뻐했다. 이런 모습을 하면 강 회장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 순간 고 회장과 고 부인도 딸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 그날, 강씨 가문은 갑자기 집을 방문하여 협박하다시피 혼약을 제시했다. 고 회장과 고 부인에게는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 그런데 오늘, 고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 “강 회장님. 사진은 저희 쪽에서 속인 잘못이 큽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번 결혼문제는 이만 접는 게 어떨까요? 예물은 제가 사람 시켜서 본가에 보내드리죠.”
  • “아닙니다. 고예슬 이 아이, 아주 마음에 드네요.”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