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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고씨 가문의 결정

  • 그녀는 옷을 갈아입으러 갔다.
  • 시어머니에게 제를 지내고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예슬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강진욱을 불러 세웠다.
  • “우리 얘기할래?”
  • “왜? 네 아버지가 이렇게 빨리 날 찾아?”
  • “우리 아빠?”
  • 고예슬은 의아했다.
  • “우리 집이 왜?”
  • 강진욱도 머리를 갸웃했다.
  • ‘혹시 고 회장이 고예슬한테 자료에 관해 말하지 않았나?’
  • 강진욱은 머리를 들고 물었다.
  • “나랑 뭘 얘기하려는 거야?”
  • “두 가지 일이야. 첫째, 우리 집에 갈 때 우리가 평범한 신혼부부인 척해야 해. 우리 엄마 아빠가 우리의 사이를 눈치채면 또 걱정하니까 그럴 일 만들지 마. 혹시 우리 부모님이 내가 요 며칠 네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알게 되면 꼭 이혼하라고 하실 거야. 이건 당신 아버지도 원하지 않고. 당신 아버지가 뭐로 당신을 협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에서 이혼을 요구하면 당신도 난처해질 거야. 그리고 둘째, 분가해서 나가 살자. 난 형님이랑 같이 못 살아. 여기에 더 있으면 싸움이 더 크게 일어날 거야. 그리고 나가 살면 당신이 밤새 돌아오지 않아도, 나가서 성매매해서 잡혀도 난 와이프로서 경찰서에 가서 구해낼 거야. 그리고 또, 나가서 살면 난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당신이 한유라 씨랑 몇 날 밤을 지새워도 난 상관하지 않을 거야. 필요할 땐 거짓말도 해줄 수 있어. 어때? 우리 둘한테 다 좋은 선택인 것 같은데?”
  • 진욱은 눈을 찌푸리고 와이프를 훑어보았다.
  • “고예슬, 네가 뭔데 내가 네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확신해?”
  • “내가 제기한 요구가 당신한테도 나쁘지 않으니까.”
  • 그녀는 일부러 어깨를 펴고 말했다.
  • “생각할 시간을 줘?”
  • 강진욱이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고예슬은 얼떨결에 뒷걸음을 쳤다.
  • “동의하면 하는 거지. 왜 나한테로 와?”
  • “넌 키가 작아서 나랑 요구 제기할 자격이 없어.”
  • “나...”
  • 고예슬은 머리를 숙여 자기 다리를 보고 다시 남자를 바라보았다.
  • “거절하면 거절했지. 외모 공격은 왜 하는 거야!”
  • 강진욱은 처음으로 고예슬 앞에서 맘 편히 웃었다. 어쩌면 고예슬과의 다툼에서 이겨야만 그는 그렇게 웃을 수 있었다.
  • 진심에서 나온 웃음은 사람을 기쁘게 했다. 자신의 이상한 행동을 발견하고 강진욱은 다시 진지하게 변했다.
  • 그는 기침하더니 재킷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 “이 더운 여름에 재킷이라니. 더워 어쩌나 보지. 또 한 번 내 다리가 짧다고 말해보기만 해봐.”
  • 그녀는 멀어져 가는 강진욱의 뒤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앞에서 걸어가고 있던 강진욱은 이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 집 밖을 나서려는데 집사가 앞을 막아섰다.
  • “둘째 도련님, 어르신께서 하실 말씀이 있답니다.”
  • “참으라고 해요.”
  • 그는 말을 차갑게 내뱉었다.
  • 그는 문을 세게 닫고 나갔지만 차에 탈 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쥐고 있던 슈트를 옆에 내려놓았다.
  • 강 회장은 아들의 말을 전해 듣고 화가 났다.
  • “이런 망나니 같은 것!”
  • 집사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열세 살 때부터 혼자 본가에서 나가 독립하면서 점점 아버지와의 의견 차이로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 두 사람은 혈연관계를 빼면 가장 서먹한 사이였다.
  • 집사가 말했다.
  • “둘째 도련님 성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어요.”
  • 그는 혼자가 편해져 옆에 다른 사람이 오는 걸 꺼렸다. 그는 남들의 관심도 가족의 따뜻함도 필요 없었다.
  • 이런 관심이 그에겐 되레 짐이 될 수도 있었다.
  •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강 회장이지만 화가 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아들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 “애초에 쟤를 혼자 살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
  • 집사가 말했다.
  • “그때 그 일은 어르신 탓이 아니에요.”
  • 강진욱이 회사로 출근하자 비서 실장이 달려왔다.
  • “대표님, 신혼여행도 없이 출근하셨어요?”
  • 강진욱이 물었다.
  • “고씨 가문에서 연락 왔어?”
  • “아니요. 처가 회사를 정말 사들이려고요?”
  • 비서 실장이 물었다.
  • ‘왜 아무도 나한테 연락 안 하지?’
  • 강진욱은 생각에 잠겼다.
  • ‘이때쯤이면 고씨 가문에서 우리 집안에 자료를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자료 없이 그 열다섯 개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한다고.’
  • “고씨 가문에서 우리 집안 명의로 다른 회사로부터 원자재 구입한 적 있어?”
  • 비서 실장이 머리를 흔들었다.
  • “대표님, 무슨 일이 알고 싶은지 알겠어요. 이게 바로 제가 말하려는 거예요. 이상한 게 고씨 가문에서 어제 그 열다섯 개 항목의 서류를 전부 돌려왔어요.”
  • 강진욱은 고씨 가문에서 서류를 돌려온 건 생각 못 했다.
  • “이유는 알아봤어?”
  • 비서 실장이 입을 열었다.
  • “고씨 가문에서 이유를 말하지 않았고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한 것도 모두 거절했어요.”
  • 강진욱은 턱을 괴었다.
  • “이 고씨 가문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