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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사람 먹는 갈매기

  • 이소희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 ‘우리 음식이 담동우를 먹어?’
  • 나는 조심조심 암초 쪽으로 걸어갔다. 하유리는 이소희와 함께 있고 싶지 않은지, 나를 따라왔다.
  • 암초 쪽에 왔을 때, 나는 거의 토할 뻔 했다.
  • 하유리도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 담동우의 시체 위에는 갈매기 떼가 앉아 있었다.
  • 갈매기들은 담동우를 먹고 있었다.
  • 나는 문득 예전에 봤던 동영상이 생각났다. 한 갈매기가 아기 오리를 산채로 잡아먹었고, 분노한 어미 오리가 그 갈매기를 물속에 빠뜨려 죽이는 장면이었다.
  • ‘동물들은 뭐든 먹는구나.’
  • 물론, 이 섬에서 살아야하는 사람들도 짐승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 “우리는 반드시 갈매기를 잡아야 해……”
  • 내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 “안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굶어 죽을 거야.”
  • “어떻게 잡아? 우리가 다가가면 날아가 버릴 텐데.”
  • “해보자. 유리야, 너 옷 좀 벗어 줄 수 있어?”
  • 하유리가 말했다.
  • “옷뿐이겠어? 내 전부가 네 건데.”
  • 그녀는 자신의 꽃무늬 원피스를 벗었다. 나는 비로소 그녀의 몸매가 근사하다는 것을 알았다.
  • 글래머한 가슴과 힙업된 엉덩이, 하얀 가슴 골이 햇빛 아래서 눈부셨다.
  • 학교에서 그녀와 서로 위로하며 안아주던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었다.
  • 내가 쳐다보는 것을 알고, 하유리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대담하게 몸매를 나에게 드러내며 말했다.
  • “맘에 들어?”
  • 나는 그녀의 빨간 입술에 입맞추며 말했다.
  • “맘에 들어.”
  • 멀리에 있던 이소희가 참지못하고 소리쳤다.
  • “너 거기서 반쪽 야수랑 꽁냥거리지 말고, 빨리 먹을 것 좀 가져와.”
  • 저 여자는 정말 말을 밉게 한다.
  • 나는 꽃무늬 원피스를 묶으면서, 천천히 갈매기를 잡으러 다가갔다. 동물들은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또 두려움도 많다.
  • 호랑이나 사자는 먹이를 사냥할 때, 천천히 접근하며 살기를 숨긴다.
  • 나는 갈매기들을 놀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어떤 갈매기들은 이미 놀라서 날아가 버렸고, 일부만 담동우 시체 위에 남아있었다.
  • 나는 천천히 기어 담동우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피비린내가 났지만 참으며, 죽은 사람처럼 움직이지도 않았다.
  • 이것은 인내의 싸움이다.
  • 나는 그렇게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를 10분간 참고 있었는데, 마침내 갈매기들이 다시 내려와 앉았다.
  • 수많은 갈매기들이 담동우의 시체 위에 모여있었다. 나는 정말 가까이 가기 싫었지만, 먹을 것을 위해 할 수 없었다.
  • 나는 꽃무늬 원피스를 들어 재빨리 덮쳤다.
  • 갈매기들은 신속하게 도망쳤지만, 이미 늦었다.
  • 몇 마리나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들은 치마 속에서 미친 듯이 푸덕거렸다. 나는 그것들을 품에 안고 눌러 죽였다. 발톱인지 부리인지 날카로운 무언가가 나를 할퀴었다.
  • 나는 치마가 뜯어질 것을 염려해, 그것들이 너무 세게 푸덕거리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 나는 암초에 세게 몇 번 내리쳤다. 근처에 있던 갈매기들이 하늘로 날아갔고, 금세 치마 속에서 푸덕거리던 움직임이 멈췄다.
  • 나는 안심이 되지 않아 다시 몇 번 내리친 후, 치마를 열어보았다. 세 마리의 갈매기가 있었는데, 기절한 것인지 죽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이것은 우리의 음식이다.
  • 나는 기쁘게 갈매기를 들고 돌아갔고, 하유리는 먹을 것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 그녀는 두 다리로 내 허리를 안으며 아기 곰처럼 내게 매달렸다.
  • 너무 자극적인 자세라 나는 황급히 말했다.
  • “하지 마……참기 힘들어……”
  • 그 말을 할 때, 이미 내 아랫도리가 그녀를 찌르고 있었다.
  • “참지 말라고 하는 거야……”
  • 하유리는 더 힘껏 내 허리를 감고, 대담하게 나에게 키스를 했다.
  •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정말 대단해. 자랑스러워!”
  • 나는 온몸이 뜨거워져서, 멀리 있는 이소희나 장미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갈매기를 바닥에 던지고, 하유리에게 입을 맞췄다.
  • 우리 둘은 모래 사장에 넘어졌고, 그녀는 열렬하게 내게 입을 맞추며, 나에게 말했다.
  • “너한테서 달콤한 맛이 나.”
  • “너한테서도 나. 맘에 들어. 네 얼굴도 좋고, 네 몸도 좋아.”
  •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 하유리가 문득 조그맣게 말했다.
  • “네가 전에 이소희가 예쁘고 섹시하다고 했었지? 괜찮아. 이소희 생각하면서 나한테 키스해도 돼. 난 신경 안 써. 어쨌든 나는 못생겼으니까……”
  • “아니! 나는 네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싫어.”
  • 나는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 “너는 내 맘속에 아주 예쁜 여자야. 너 없었으면 나는 진작에 죽었을 거야. 나는 다른 사람 생각 안해. 나는 너만 생각할 거야. 너를 보고 너를 느낄 거야. 다른 사람들이 너를 반쪽 미녀라고 하지만, 나한테 너는 얼굴이나 마음이나 다 제일 예뻐.”
  • “어……키스해줘.”
  • 하유리는 빨개진 눈으로 참지 못하고, 내 목을 감쌌다.
  • “너희 둘 그만큼 했으면 됐잖아.”
  • 언제 왔는지 이소희가 갈매기를 집어 들며 입을 삐죽거렸다.
  • “추남과 반쪽 야수 잘 어울린다. 이연준, 와서 불 좀 피워. 너 담동우한테서 나온 라이터 가지고 있잖아?”
  • 그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하유리가 물었다.
  • “쟤 못생긴 놈이라고 안하고, 네 이름을 부르네?”
  • “쟤는 늘 사람들을 듣기 싫은 별명으로 부르니까, 나를 뭐라고 부르던 상관없는데, 너를 부르는 별명은 너무 싫다. 가서 이야기해야겠어.”
  • “관둬. 내가 못생긴 건 사실인데 뭘.”
  • “안돼! 너는 내 여자야. 아무도 너를 그렇게 함부로 대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 나는 참지 못하고 이소희를 따라가서, 그녀의 팔을 잡았다.
  • “너 유리한테 함부로 하지마. 어떻게 유리를 그렇게 불러?”
  • 이소희가 오만하게 말했다.
  • “사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해?”
  • “너 정말 못됐다. 여학생들이 다 너 싫어하는 거 알아?”
  • “그건 나를 질투하는 거야.”
  • 이소희는 차갑게 웃은 후, 장미리 옆으로 가더니, 갈매기를 바닥에 던지며, 나에게 말했다.
  • “털 뽑아.”
  • “뜨거운 물이 없으니까, 바로 구워야 해. 그리고, 이건 내가 구해온 음식이야. 너 유리를 존중하겠다고 약속해. 안 그러면 너한테 안 나눠 줄 거야.”
  • 이소희는 붉고 보드라운 입술을 깨물며, 화가 나서 말했다.
  • “못생긴 여자를 위해서 나한테 화를 내?”
  • “네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야.”
  • “내가 유리라고 부르면 되지? 빨리 해. 배고파 죽겠어.”
  • 이소희의 말은 모두 명령하는 투라서, 나는 몹시 불쾌했다.
  • 장미리는 다리의 통증을 참고 몸을 일으켜 땔감으로 쓸 것들을 주웠다.
  • 나는 바람이 없고 잘 막힌 곳을 찾아 불을 피웠다. 나는 갈매기를 바로 불 위에 굽지 않고, 큰 이파리를 찾아 싸서, 거지닭을 흉내 낸 다음, 땅에 묻어 익혔다.
  • 불이 꺼진 후, 꺼내어 흙을 갈라보니 즉시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 ‘좀 지저분하지만……’
  • 우리는 모두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 나는 갈매기의 다리 부분을 떼어 하유리에게 주었고, 다들 먹기 시작했다.
  • ‘정말 맛있다……’
  • 사실 살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고기라는 사실에 우리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장미리가 눈물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 “이렇게 오래 굶은 적이 없었어.”
  • 갈매기 세 마리를 모두 먹고, 물까지 마시고 나니, 우리는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 같았다.
  • 이소희가 다시 나에게 명령했다.
  • “넌 가서 우리 잘 곳 좀 찾아봐. 저녁에 우리 셋이 너하고 같이 잘 텐데, 누가 보고 우리 여자들을 해코지하려고 하면, 너 혼자서 보호할 수 없잖아. 빨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