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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미녀의 초청

  • 나는 그대로 멍해졌다.
  •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 학교의 모든 남학생들이 동경하는 여신이 나한테 첫 남자가 돼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나는 놀라서 입을 열었다.
  • “미쳤어?”
  • “안 미쳤어. 나는 아주 냉정해.”
  • “농담이지?”
  • 오유미는 내 옆에 앉아서 진지하게 말했다.
  • “우리는 조난을 당했어. 나는 지금 상황을 아주 잘 알고있어. 어제 나는 담동우네들을 만났고, 친구들끼리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그 친구들을 여기 호수로 데리고 왔었어. 그런데, 이 원시적인 곳에서 남자들의 원시적인 욕망이 드러나는 것을 발견했지.”
  • “네가 걔들을 데리고 온 거야?”
  • “그래. 하지만, 나는 어제 걔들을 쫓아냈어.”
  • 오유미가?
  • 나는 놀라서 물었다.
  • “어떻게? 너는 약한 여자인데……”
  •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 “내가 어떻게 쫓아냈는지는 묻지 마. 어쨌든 지금 상황은 너나 나나 모두 어쩌면 이 섬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치?”
  • “그래.”
  • “그래서, 나는 죽기 전에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나는 너를 아주 좋아해. 그래서 너를 계속 찾았어. 너를 찾아서 내 첫번째를 주고 싶었어.”
  • 나는 선뜻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이소희가 첫번째를 담동우에게 주고 싶어했던 것처럼, 나는 오유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 그러나, 그게 나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나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
  • “왜 나를 선택했어? 나를 좋아해서?”
  • “나는 너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나는 우리 반에 좋아하는 사람 없어.”
  • “이소희가 늘 너를 괴롭혔지. 반에서 많은 친구들이 너를 비웃었고. 하지만, 너는 늘 포기하지 않았고, 열심히 공부했어. 성적도 우수했고.”
  • “만일 내가 너였으면, 나는 틀림없이 세상을 증오했을 거야. 그런데, 너는 안 그랬어. 너는 착하고, 다른 사람 돕는 것을 좋아했지. 맨날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항상 너보다 약한 사람을 보호했어.”
  • “사실 나는 어제 담동우가 도망가는 것을 알고, 몰래 따라갔었어. 그러다가 네가 이소희 모녀를 보호하는 것을 봤지. 네가 착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면서, 역시 너구나 하고 생각했어.”
  • “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데, 남녀 사이의 일에 대해서도 그래. 그 느낌도 모르고 죽기는 싫어. 나는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마침 내가 너를 아끼니까, 나는 그 사람이 너였으면 좋겠어.”
  • 다른 남자들이었다면 아주 흥분했을 일인데, 웬일인지 나는 마음이 몹시 힘들었다.
  • 오유미는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눈치채고,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 “자기가 제일 못났다고 생각하지 마. 사람은 누구나 다 빛이 있어. 그 빛으로 사람들이 못보는 곳을 비추지. 너한테도 빛이 있어. 그 빛이 나를 비춘 거야.”
  • “나는……”
  • 나는 코끝이 찡해지고,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나를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구나.’
  • 오유미가 말했다.
  • “나는 처음이지만, 마음의 준비가 다 됐어. 네 대답은?”
  • “나는 싫어. 이렇게 예쁜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나는 너무 기뻐. 너랑 자고 싶어. 하지만, 나는 네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건 싫어. 나는 남자야. 자존심이 있다고. 나는 네가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 “나는 네 자존심을 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우리 반에서 나는 너한테 비교적 호감이 있다는 이야기야.”
  • “알아. 그러니까 나는 더욱 네 호감에 대해 떳떳해야지.”
  • 나는 오유미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 “내가 너를 보호할게. 네가 나를 좋아하기 전에 너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고마워. 네가 한 말은 내 인생을 환하게 밝혀줬어.”
  • 오유미는 내 말을 듣더니 갑자기 웃었다.
  • 그녀는 손을 내밀더니, 나를 덥석 안았다.
  •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 오유미는 내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 “너는 테스트에 통과했어. 다들 나와.”
  • “테스트?”
  • 나는 어리둥절했다.
  • ‘무슨 테스트?’
  • 그때, 숲 속에서 불쑥 네 사람이 나왔고, 모두 여학생들이었다.
  • 그들은 모두 수풀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 그 여학생들은 대부분 몸을 가릴 옷이 없어 꽤 난감한 모습이었다.
  • “이연준, 아주 신사야! 믿어도 되겠어.”
  • “오유미의 매력을 당해내다니, 아주 훌륭해.”
  • 그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 오유미가 말했다.
  • “우리는 섬에 온 이후, 전부 남자들에게 못된 짓을 당할 뻔 했어. 남자들이 힘으로 우리를 억지로 범하려고 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도 우리를 함부로 못하도록 단결해야 했어.”
  • 나는 놀라서 물었다.
  • “그래서 방금 나를 속였다는 거야?”
  • “반은 속인 게 아니야……”
  • 오유미가 혀를 날름 내밀었다.
  • “나는 항상 네가 정말 우수하다고 생각했어. 이연준, 우리한테 가입할래? 우리가 남자를 무서워하긴 하지만, 여긴 또 남자가 없으면 안돼. 지금 우리는 연맹을 형성했는데, 다해서 20여명이야. 네 인품이면 우리한테 가입해도 돼.”
  • 나는 참지못하고 물었다.
  • “너희들이 담동우네들을 쫓아냈어?”
  • “그래, 하지만, 여기는 오래 머물 곳이 못돼. 우리는 새로운 곳을 찾아 갈 거야. 우리하고 같이 갈래?”
  • “이소희와 장미리를 데리고 가도 돼?”
  • “안돼!”
  • 내가 이소희의 이름을 꺼내자, 그들은 모두 반발했다.
  • “이소희는 안돼. 맨날 남자나 꼬시고. 나는 걔 가입하는 거 싫어.”
  • “이소희가 가입한다면 나는 탈퇴할 거야. 학교의 모든 여자는 걔를 싫어할걸?”
  • “걔가 자기 예쁜 거만 믿고 다른 여학생들한테 얼마나 못되게 굴었는데. 정말 싫어.”
  • 오유미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이소희는……정말 안돼.”
  •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 이소희의 행실을 아는 나로서는, 여학생들이 그녀는 싫어하는 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오유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 “걔 아빠가 너를 키워주셨다는 거 알아. 이렇게 하자. 네가 걔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고 나서, 우리한테 가입하고 싶으면 우리를 찾아와. 우리 대문은 너에게 항상 열려있어.”
  • 한 여학생이 농담을 했다.
  • “유미의 마음도 너에게 항상 열려있어. 유미는 진짜로 늘 우리한테 네 칭찬을 해.”
  • 오유미는 즉시 얼굴이 붉어졌다.
  • “함부로 말하지마!”
  •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 “나는 내 친구들을 찾고 싶어. 미안해.”
  • 섬에 온 이후, 나는 내 제일 친한 친구들을 보지 못했다.
  • 나는 그들이 많이 걱정되었다.
  • 오유미가 말했다.
  • “그래. 어쨌든 우리는 북쪽으로 갈 거야. 아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기다릴게.”
  • 나는 물을 담고, 오유미와 잠깐 작별 인사를 했다.
  • 나도 그녀들에게 가입하고 싶었지만, 내 친구들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아저씨를 대신해 아저씨의 유일한 혈육을 보호해야 한다.
  • ‘키워주신 은혜를 갚아야지.’
  • 그때, 갑자기 한 여학생이 말했다.
  • “네 친구들 4대 호구를 말하는 거야? 학교에서 맨날 다른 얘들한테 괴롭힘 당하고, 서로 위로하며 품어주는 루저들?”
  • 오유미가 즉시 말했다.
  • “그렇게 말하지마. 너무 무례하잖아.”
  • 하지만, 나는 흥분해서 말했다.
  • “맞아. 다들 우리를 4대 호구라고 불러. 걔들 봤어?”
  • “아침에 봤어……”
  • “서쪽에 있던데? 다른 사람들하고 싸우고 있었어. 내가 볼 때는 맞고있었는데, 내가 보면서, 4대 호구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구나 하고 몰래 웃었거든. 빨리 가봐. 어쩌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